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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 김영사 / 2009년 7월
평점 :
사과는 참 맛있는 과일이다.
달콤하고 예쁜, 그리고 가을이면 생각나는 사과를 참 좋아한다.
하지만 사과를 좋아하는만큼 양껏 먹지는 못한다.
사과가 병충해에 취약한 과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만큼 많은 농약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그런데 '기적의 사과'가 기존에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어주었다.
농약 한방울 사용하지 않고 기른 건강한 사과가 실제로 존재하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2년이 지나도 상하지 않고 그 맛이 그대로 유지되고, 매해 3분만에 판매가 종료되며
누구나 한번쯤 먹어보고 싶어하는 자연의 힘을 고스란히 담은 사과가 생산되고 있었다니!
무농약 사과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솔직히 무엇보다도 그 사과를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서 감동받았던 것 같다.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800그루의 사과나무를 거의 말려죽일뻔 했단다.
남들보다 일을 덜 한 것도 아니었다. 온 가족이 매일같이 손으로 벌레를 잡았다.
식초, 흙, 술...생각이 미치는 거의 모든 것들을 농약 대신 뿌렸다.
하지만 사과나무는 점점 약해지기만 했다.
잎은 노랗게 말라서 떨어지고 가을에 사과꽃이 폈다.
가을의 사과꽃은 다음해를 위한 꽃이 미리 핀 것이다. 한 해 농사가 아니라 두 해 농사를 망친 것이다.
무농약 사과를 신념으로 삼은 그는 가족을 빈곤한 생활로 몰아넣었다는 자책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어느 밤에 새겹으로 꼬은 밧줄을 들고 산으로 올라갔다.
신념을 버리지 않고 자신을 버리기로 한 그 순간에 그는 극적으로 깨달음을 얻는다.
그는 그 길로 다시 사과밭으로 발걸음을 되돌린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실천했고,사과나무는 조금씩 건강해지기 시작한다.
몇 그루의 사과나무가 꽃을 피운 다음 해, 사과 밭에는 흐드러지게 꽃이 피었다.
그리고 그의 신념은 현실이 되었다.
이제 그는 그 신념을 사람들과 나누고 있었다.
아까울만도 한데, 10년간의 고생과 눈물로 이루어낸 결과를 자신을 부르는 곳으로 달려가 알려주고 있다.
며느리도 모르는 비법이란 말이 익숙하고, 노하우에 대한 가격지불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속에서
그의 그런 모습은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의 웃음이 그만큼 맑고 멋지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만큼 많은 걸 반성했던 것 같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아무런 의심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만 있지는 않는지,
정말 '최선'이라는 단어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최고의 결과를 얻기 위한 마음의 자세와 태도를 갖추고 있는지,
꼴사나운 우쭐거림과 자만에서 얼마만큼 자유로울 수 있을지,
나의 성실이 나태하지는 않았는지,
아무것도 해보지도 않은채 포기해버리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쉽게 타협하고 뒷걸음 치고 있지는 않은지
...
그리고 그가 만드는 사과의 맛이 궁금해졌던 것 같다.
또 그의 사과같은 신념을 가진 삶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봤던 것 같다.
정말 많은 걸 느끼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