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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사람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범인 없는 살인의 밤'에 이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두 번째 단편 모음집이다.
'수상한 사람들'에는 일곱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여기에 모두 수상적인 인물이나 사건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미심쩍은 사건과 인물들은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하다.
<자고 있던 여자>는 직장 동료에게 하룻밤씩 아파트를 빌려주는 부업을 하게 된 직장인의 이야기다.
어느 날 아침 집으로 돌아와서 자기 침대에서 잠들어 있는 여자를 발견하고 당혹스러워 한다.
그리고 그녀가 전날 밤을 함께 보낸 남자를 찾아주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면서
그는 미스테리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판정 콜을 다시 한번!>은 도주 중인 강도범의 이야기다.
그는 과거에 촉망받던 야구선수였지만,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때이른 자체 은퇴를 하고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급기야 강도행각을 벌이고 도주중에
'자신의 인생을 망쳐버렸다'는 원망의 대상인 2년전 경기의 야구심판의 집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그는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치명적인 단점을 깨닫게 된다.
<죽으면 일도 못해>는 과도한 성실함의 표본인 하야시다 계장의 의문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한다.
스스로도 야근과 주말근무를 불사하기에 매사 타인에게도 그가 가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만
일처리 하나만은 타의추종을 불허하고 있기에 직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러던 그가 어느날 자판기 앞에서 피를 흘린채 쓰러져 있다.
일중독이 여러 사람 잡을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인상적인 단편이다.
<달콤해야 하는데>는 신혼여행을 떠난 이제 막 결혼한 커플의 이야기이다.
신부는 달콤한 신혼여행을 기대하지만, 그녀의 파트너의 속마음은 의심과 증오로 얼룩져 있다.
어린 딸의 죽음이 옆에 누워있는 그녀의 탓일거라 생각하고 있다.
그보다 강한 의심과 믿음의 경계사이에서 서성이고 있다는 표현이 적당할지도 모르겠다.
동상이몽의 결정판을 보여주는 단편이다.
역시 제 편한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소설 속에나 현실에나 꽤 많은 것 같다.
<등대에서>는 오뉴월에서 서리가 내리게 할만한 '한'은 열등감에서 기인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오랜 친구 유스케, 그리고 그의 무시와 이용의 대상인 '나'가 등장한다.
유스케가 얄미운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나'의 계략은 아무래도 섬뜩하다.
<결혼보고>는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의 편지가 도착하면서 시작한다.
친구가 결혼을 했단다. 하지만 사진 속의 그녀는 친구의 얼굴이 아니다.
걱정과 찜찜함에 고민하다 그녀를 찾아나선다.
그리고 친구의 집에서 일어난 사건의 전말을 파헤칠 수 있는 결정적 단서를 찾아내는
과정이 빠른 호흡으로 펼쳐진다.
<코르타리카의 비는 차갑다>는 실화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원숭이 가면을 쓰고 나타난 2인조 강도에게 가진 걸 홀랑 털린 부부는
여러 번의 우연이 겹치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잡게 된다.
자기 방에 잠든 낯선 여자를 마주한 직장인,
한 번의 경기로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고 자포자기한 야구선수였던 청년,
자신의 무의식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일에 중독된 사람,
신혼여행에서 신부를 죽이려는 남자,
친구에게 지독한 보복을 치밀하게 준비하는 갓 스무살 된 학생,
친구의 편지에 동봉된 낯선 얼굴의 사진을 받아들고 친구를 찾아헤매는 그녀,
코스타리카에서 아귀가 맞는 우연을 경험한 부부
'수상한 사람들'의 단편 속의 주인공들을 현실에서 쉽게 찾아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사건에 휘말리게 하는 상황이나 그들이 느끼는 감정들은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수상한 사람들'에 더 몰입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하고, 가끔은 오싹해하면서 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 꽤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