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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세잔씨
류승희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안녕하세요, 세잔씨'
제목만 보고 눈치챌 수 있었다. 세잔을 향한 마음이 말이다. 조심스러움이 묻어나는 살뜰함이 느껴진다.
이 책에는 세잔의 삶과 풍경을 따라간 여정이 오롯히 담겨있다. 그리고 그의 자취를 좇고 있는 저자의 열정과 감동이 페이지 밖으로 번지고 있다. 세잔을 좋아한다면 직접 여행에 나서도록 충돌질 할 책,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면 어쩌면 세잔을 좋아하게 만들지도 모르는 책으로 '안녕하세요, 세잔씨'를 소개하고 싶다.
그의 삶을 '파란만장'이란 단어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마음 고생이 꽤 심했을 삶의 부분들을 책의 군데군데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기대에 어긋나는 열정을 키운 대가로 빈곤한 생활을 이어나가야 했다. 아들의 출생마저 숨겨야 할 정도로,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추기 위해 30km를 내달릴 만큼 세잔은 그의 아버지를 의식했다. 비단 줄어드는 송금액의 위협에만 기인하는 건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살롱에서는 스무 번의 고배를 마셨다.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어린 아이들까지 비웃었지만, 그는 이상을 향해 고독한 비행을 계속했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에잇!'하고 집어칠만도 한데, 세잔의 끈기는 대단했다. 그림에게 아낌없이 온 마음을 내주지 않고서야 저런 일이 가능했을까라는 생각을 들기도 한다.
그리고 세잔에게는 어릴 적 친구였고 피붙이보다 더 믿고 살뜰한 정을 나누던 친구, 에밀 졸라가 있었다. 졸라가 세잔에게 사과를 건네 준 그 순간부터 그들은 함께였다. 세잔이 그림의 세계로 완전히 뛰어드는데 등을 밀어준 사람도 졸라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들의 견고한 우정은 한 권의 책으로 회복불능점에 도달하고 말았다. 에밀 졸라가 '작품'을 출판하고 한 권을 세잔에게 보냈다. 그리고 두번 다시 그들은 만나지 못했다. 어느 비운한 화가의 처참한 삶을 그린 '작품'은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섰을 것이다. 믿고 있었기에 더 깊은 배신감을 느꼈고, 충실한 지지자이자 인생의 동반자를 잃었기에 상실감과 절망은 그만큼 농도짙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작품'을 읽은 적이 있다. 세잔이 그 주인공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라면 충격이 컸을 것이다. 에밀 졸라는 그만큼 주인공에게 가혹했다.
하지만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했던 것은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을 절절히 느끼며 괴로워했던 사람이었을 것 같다. 그림을 찢고 절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다시 시작했다. 세잔에게 포기는 취급품목이 아니었다.
평탄하지 않았던 그의 삶과 그림은 퍽 고단해보인다. 왠만한 사람을 절망의 구렁텅이나 술독에 빠트릴 만한, 오랫동안의 대가없는 노력에 지치지 않았던 세잔. 그는 참 대단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그의 그림 속 풍경들을 따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풍광 위에 겹쳐지는 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만의 길을 만들었고, 후에 따라올 사람들을 위해 이정표를 마련했던 세잔을 쫓아가며 그의 그림이 보고 싶었졌다.
세잔의 강렬함에서 지금의 나는 어떤 것을 느끼고 발견할 수 있을지 알고싶다. 그리고 그의 그림이 전해주는 이야기에 제대로 귀기울일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세잔의 그림과 마주한다면 알게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