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케치 쉽게 하기 : 일러스트 드로잉 ㅣ 스케치 쉽게 하기 8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많은 연습이 필요하고 A4크기의 복사용지를 이용하면 좋다고 준비물 설명글을 읽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는 이면지를 모으는 것이었다. 연필과 연필깎이 그리고 지우개도 서랍 한켠에서 찾아냈다. 그리고 선 긋기 연습을 시작했다. 손가락과 팔목은 고정하고 어깨와 팔꿈치 관절을 움직여 선을 긋는 연습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어느새 손목으로 열심히 동그라미를 그리는 자신을 발견했고, 꼬불꼬불 곡선은 위태롭게 짝이 없는 모양새였다. 비뚤어진 직선을 보면서 예전에 마음이 바르지 못한 사람은 곧은 직선을 그릴 수 없다는 말이 불현듯 생각났다. 선 긋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 후 연습 과정에서 선 긋기에 자신감이 붙어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발견할 수 있었다. 꼼꼼하고 착실하게 기초를 다져서 손해보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얼굴의 기준선으로 어리거나 성숙하게 그릴 수 있었고, 수직중심선과 수평중심선을 보조선으로 사용해서 시선의 변화를 줄 수 있었다. 그리고 눈과 눈썹 그리고 입의 모양에 조금만 변화를 주어도 전혀 다른 표정을 그려낼 수 있었다. 이 과정을 참 재미있게 연습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는 어색하게 웃고 있는 남자를 그리고 싶었지만 대신 비웃는 남자를 그리는 수준이지만, 꾸준히 연습하면 언젠가 내가 생각하는 그 모습 그대로를 그릴 수 있지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단순한 기본 스타일에 귀, 코, 입의 변형만으로 여러가지 동물을 그리는 연습을 하면서 각각의 특징을 포착하고 관찰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되기도 했다. 책에 그려진 동물들이 모두 같은 원형에서 출발했지만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려질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동굴동글하고 귀여워서 동물 캐릭터는 연습을 할 때 몇번이고 다시 그려봤던 것 같다.
순수 윤곽선 일러스트와 손 일러스트는 몇 번을 다시 해도 어설퍼서 슬쩍 넘어가기도 했다. 선 긋기는 지겨운 감이 없잖아 있어서 건너뛸까 고민도 몇번이나 했었다. 하지만 이 고비만 무사히 넘기면 즐거워진다. 어릴 때 크레파스로 그린 공주님이 사는 성을 그린 이후로 그림을 그려서 뿌듯했던 적은 이번에 처음이 아닐까 한다.
편하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일러스트를 즐겁게 그리기 위해 필요한 자세라고 한다. 여행지에서 스케치를 하는 사람을 보고, 나도 돌아가면 화실에 다녀볼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와서는 언제가 올 지 모르지만,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다음으로 계속 미루기만 했었다. 혼자서라도 해보려고 몇가지 재료도 사두기도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불꽃같던 의욕도 사그라졌다.
이번 기회에 이 책을 읽고, 어설프지만 애정을 뜸뿍 담은 그림을 그리면서 그때의 의욕이 조금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스케치 쉽게하기 시리즈 중에서 풍경 드로잉을 구해서 읽을 참이다. 혼자서 그리기 연습을 하다보면 결연한 의지같은 게 생겨서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그 다음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올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