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자책] [고화질세트] 지옥락 (총13권/완결)
카쿠 유지 (저자) / 서울미디어코믹스/DCW / 2023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의 전작인 아야시몬을 읽었던 내게 지옥락의 인기와 애니화는 상당히 반가운 소식이었다. 아야시몬이 헛되지 않게 발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잘 나간다니까 그럼 천천히 완결 났을때 봐야겠다 싶어 보는 것을 미뤄두고 한참 지난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초반의 흐름은 평이하게 좋다. 주인공의 과거와 목적,능력을 보여주고 위험한 장소로 보내고 살아 돌아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행을 떠나고 돌아오는 정석 구조에 초반부터 인상적인 캐릭터들을 짧고 강렬하게 인식시킨다. 아야시몬때를 생각하면 여러모로 나아진 모습이다.
도착한 곳에서 이형의 괴물들과 싸우면서 진정한 적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결속하는 일행들과 새로운 힘을 인식하고 강적들을 쓰러트려 나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흥미롭다.
그러나 그 흐름들이 그리 매끄럽지는 않다. 초반의 사형수들을 모아 서바이벌을 시키고 난 뒤 섬에서도 서로 죽고 죽이는데 언뜻 보기에는 그래 나쁜 놈들이니까 서로 죽고 죽이겠지 선약은 단 한명만 가져갈 수 있으니까 라고 생각이 들지만 차후 전개에서 서로 동료가 되면서 나쁜 놈들이 괜찮은 놈,좋은 놈들로 포장이 되며 초반의 전개는 뭐였지 싶기도 하다. 참수인도 마찬가지. 초반에 이미지를 남긴 사형수와 달리 참수인은 전투가 시작되고 나서야 이미지가 드러나는데 참수인들이 하나하나 죽어가면서 이야기를 풀지만 그게 전혀 와닿지가 않는다. 사형수도 참수인도 인상적인 이미지는 보여져도 그 내면의 이야기까지는 닿지 않아 상당히 얄팍하게 느껴진다. 그런 경향은 결말까지 쭉 이어진다. 심지어 최종보스와 그와 연관된 인물들까지도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응? 고작 이거? 싶은 수준으로 얇다. 애초에 만화의 내용 중 한 85%가 전투고 나머지가 스토리인 흐름이라 스토리가 부실 할 수 밖에 없긴 하지만 페이지가 모자라서 담지 못 했다가 아니라 이게 작가의 한계다 라는 느낌이 강하다.
만화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전투로 들어가면 그 얄팍함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나마 타오 이전까지는 각자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활용한다라 보더라도 타오 이후로는 작가가 가진 세계관,설정,파워 밸런스 등이 미흡한 수준을 넘어 구멍 투성이다.
타오, 쿠노이치 캐릭터의 말을 빌어 기 라고도 불리는 힘은 자각하지 못 하면 볼수도 쓸수도 없는 힘이라 천선들을 만난 이후로 고전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타오는 구조만 보자면 헌터x헌터의 넨과 흡사한데 헌터헌터가 워낙 능력자물의 기본 설정을 탄탄히 다져놔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만화가 헌터헌터의 구조를 넘어서는 차별화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헌터헌터가 보여준 넨 능력의 모습에 비하면 이 만화에서 타오는 그리 대단한게 없다. 헌터헌터가 넨의 4대 기초인 텐,렌,제츠,하츠에서 응용기도 보여주고 발전된 넨 능력을 보여주는 것에 비해 주인공 일행은 이야기가 끝날때까지 넨의 기초만 가지고 적들을 상대한다. 마치 이제 겨우 넨이 뭔지 배우는 캐릭터들이 5가지 속성의 히소카를 쓰러 뜨렸더니 그 다음엔 메르엠을 상대해야 하는 꼴인데 주인공 일행들에게 그럴싸한 기술도 주지 않고서 이야기가 제대로 흘러갈리가 없다.
상대는 천년 동안 타오를 수련한 존재고 주인공 일행은 기껏해야 일주일 남짓인데 타오를 끌어 올리는 정도만 가능 할 뿐 그걸로 뭔가 능력을 만든 것도 아니고 심지어 절반 정도는 타오를 쓰지도 못 하니 싸움이 성립이 안 된다. 그래서 작가는 오행 상성을 두어 상성성 강한 측이 공격하면 데미지가 크게 들어가고 반대로 자신이 약한 측이면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는 식으로 했는데 이게 일단 첫째로 알아보기가 불편하다. 음양오행이 나쁜 설정은 아니지만 엘레멘탈 4대 속성 이론에 비하면 직관적이지 못 하고 심지어 작품에 따라서는 변형도 자주 일어나는지라 이 작품에서는 오행을 어떻게 쓰는지를 이해 할 필요가 생긴다. 둘째로는 앞서 말했듯이 캐릭터가 미흡해서 오행 속성을 붙여놔도 얘가 무슨 속성이지? 하며 연결이 안 된다. 그나마 화둔을 쓰는 주인공은 화속성인가 라며 연결이 되지만 정작 액체를 이용한 기술을 쓰는 쿠노이치가 토속성이라 연결이 되지 않는다. 이건 적들도 마찬가지로 적들 역시 속성이 드러나는 디자인이나 성격,기술이 없기에 막상 싸워도 얘네가 상성 맞나? 하며 신경쓰이게 만들어 피곤하다. 작품내 캐릭터의 특색이 없다보니 전투가 내내 권 초반에 보여졌던 형태 그대로를 답습한다. 귀멸의 칼날이나 불꽃의 레카처럼 기술을 배우고 표현하고 성장하는 변화가 보이지 않고 칼을 든 캐릭터는 계속 칼질, 닌자는 하던 인술을 반복하는 것 뿐이다. 칼잡이야 그렇다 쳐도 닌자는 응용이라도 하지 않을까 싶지만 전혀 그런게 없다. 헌터헌터의 곤이 자신보다 강한 폭탄마를 상대 할 때는 몇수에 걸친 함정을 파고 유일한 장기로 공략했는데 이 만화는 강적에 대해 상성만 던져 놓을 뿐 흐름을 만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타오의 언급 이후 작품의 흐름이 난잡해지고 형태가 꼬인다. 억지로 상성을 붙여놓고 힘들게 꼬고 이게 무슨 보스레이드 하는 게임도 아니고 상성 캐릭터가 막타 칠때까지 고생하는게 전부라니 영 꼴이 아니다. 게다가 새로이 상륙한 인원들 역시 전부 흐름을 망치는데 일조한다. 주인공에게 죽어나가도 감사합니다 하는 닌자들이나 인간계 최강인듯한 참수인의 단순한 행동 원리로 인해 설득이 안 되니 은근슬쩍 죽여버리고 중간거대보스전은 왜 있는지 이해되지 않고 최종보스는 주인공 한마디에 뜬금없이 전부 놓아버리는 총체적 난국을 보여준다. 무분별하게 캐릭터와 페이지를 낭비하는 후반부의 흐름은 전혀 매끄럽지도 어울리지도 않는다.
사실 이런 빈약한 구조는 작가의 이전작인 아야시몬도 마찬가지였다. 요괴에게 유효한 타격을 입히기 위해 수련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을 익힌게 아니라 그저 유효타를 때리게 된 것 뿐이었고 지옥락 역시 타오를 익히긴 했지만 그저 유효타를 때리게 되었다에 불과하다. 작가가 능력자물을 싫어하는건가? 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능력자물에 대한 이해나 깊이,고찰 하다못해 이런 능력이 있었으면 어떨까 싶은 상상력의 발로 조차 보이지 않는다. 능력자물을 그리기 싫거나 잘 못 하겠으면 차라리 스포츠물이나 그리지 왜 두번씩이나 능력자물을 같은 패턴으로 매력없게 만드는지 이해가 안 되는 작가다. 심지어 스토리도 주인공이 꾸준히 아내를 만나겠다는 것 외에는 다루는 것도 없고 매번 같은 패턴인지라 정말이지 이야기 짜는 능력이 결여되엎있다. 그나마 도적단 두목인 캐릭터 정도나 지속적으로 푸시를 해 주긴 하는데 다른 캐릭터에 비해 심지어 주인공보다도 더 밀어주는 느낌이라 캐릭터 스토리 배분 능력은 정말 바닥을 긴다.
그러나 생각 해 보면 아야시몬하고 별 다를건 없는지라 아야시몬이 13권까지 나왔어도 어차피 이 모양이었겠다 싶고 지옥락은 그저 초반 스타트를 잘 끊었을 뿐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나마 중반까지는 사소한 점을 무시하고 보기에는 무난하고 아주 매력이 없는 작품은 아니다. 매력이 없는게 아니라 만듦새가 나쁠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