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에 나온 요리 배틀 만화인 철냄비짱이 30년 가까이 지나 e북으로 다시 만날수 있게 되었습니다.30년전 만화라서 요즘 요리 만화와 요리 작화 부분은 차이가 크기도 합니다. 요즘 요리 만화는 표면이 반들거리는 반사광 표현을 주로 사용하는 편인데 이 만화는 작가가 처음 시도하는 요리 만화였고 30년전이다 보니 디지털 작화도 없었고 요리쪽 작화 테크닉이 정립되지 않았던 시절이었으니 요즘에 보기에는 다소 맛깔스런 느낌이 부족한 점도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디지털 작화가 없던 시절임에도 상당히 세밀한 작화 표현으로 음식 재료들을 그려내기에 퀄리티면에선 요즘 만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습니다.만화의 내용은 다소의 시행착오를 거쳐 배틀물 위주로 흘러갑니다. 극초반부의 전개는 주인공 아키야마 짱이 요리사로서 실수를 하며 배우고 요리를 잘 못 하는 타카오와 라이벌이자 여주인공격인 키리코를 통해 인간관계가 미숙한 부분을 개선하는 듯한 분위기를 내기도 하지만결국 본성을 못 고치고 성질 나쁜 주인공이 요리사와 심지어 심사위원들마저 상대로 싸워나가는 요리 배틀 이야기가 진행이 됩니다. 초반부의 키리코는 여성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조금 드세긴 해도 여성스러운 부분이 있던 반면 후반부의 키리코는 더 이상 여성 주인공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다보니 짱의 얼굴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가 됩니다.만화에서 등장하는 요리들은 초인에 가까운 실력으로 과장된 표현을 통해 요리를 하기에 저게 가능한가? 라는 의문이 들지만 재료나 요리법 자체는 현실적인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그 당시 다른 요리만화들과는 달리 전문적인 감수인이 있어 내용 면에서는 기발하고 놀라운 요리들이 마구 쏟아져 나옵니다.특히 보통의 요리 만화가 라이벌 요리사와 대결하는 반면 이 만화는 주인공에게 이를 가며 적대하는 심사위원인 오타니가 존재하여 주인공에 한해 제대로 된 점수를 메기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대 요리사도 심사위원도 공격하고 쓰러트리는 이상한 요리 만화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요리사가 같은 요리사를 공격하고 방해하고 심사위원도 독을 먹이거나 위험한 음식을 먹여 공격하고 화가 난 심사위원이 요리사를 공격하고 심지어는 관중들마저 요리사와 심사위원에게 물건을 던지는 등 아비규환이 일상인 이상한 요리 만화입니다. 스포츠맨십이나 정정당당 따위 개나 줘 버린 난장판이라 특이한 재미는 있지만 아무래도 작품의 스타일이 저급하게 느껴지는 한계도 존재합니다.문제는 이게 조금 독특하며 특이한 분위기 선에서 정리를 하고 넘어갔어야 하는데, 오타니라는 캐릭터가 너무나도 심한 장벽으로 막아서다 보니 상당수의 요리 대결이 제대로 된 판정을 내리지 않고 흐지부지 결론을 내거나 적당히 무승부처럼 몰아갑니다. 그래서 확실하게 승부가 결정나는 이야기를 보고 싶은 분에게는 대단히 불만족스러운 내용이 많습니다.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 한 이야기로 끝맺음이 나고 이후 철냄비짱 R이나 2nd가 나오지만 2nd는 이전의 감수인이 관여하지 않아 퀄리티가 별로고, R도 승부가 명확하게 나지 않는 문제를 극복하진 못 했습니다. 작품의 한계라기 보다는 작가의 이야기 구성 능력의 한계가 아닐까 싶네요. 말초적인 자극을 건드리는건 잘 하지만 제대로 된 이야기의 끝맺음을 내질 못 하는 결점이 크기 때문에 그저 재미만 조금 있을 뿐인 만화입니다.번역은 오타가 심심하면 발견되고 외래어 표기도 오락가락한지라 제대로 수정되지 않고 나온 점은 별로입니다. 특히나 생소한 중국어 발음으로 음식명을 짓기에 많은 정보와 섞여 있는 오타와 표기 문제가 보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매우 다양하고 생소한 식재료와 요리가 나오는 걸 보는 즐거움과 승부를 진흙탕으로 몰아넣어 치사하게 싸우는 난장판 정도가 보는 재미인 요리 만화로 다른 요리만화와는 차별적인 강점이 있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차별적인 점으로 작품의 한계를 빠르게 닫아버린 점이 아쉬운 만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추억 보정이 있다보니 별 한개만 깎았지만 공정하게 바라보자면 별세개 정도가 현재에 맞는 점수가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