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고화질세트] 째깍째깍 (총8권/완결)
호리오 세이타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7월
평점 :
시간이 멈춘 세계인 '지계'라는 공간 안에서 납치된 가족을 구하러 주인공 가족이 납치 조직과 대립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주인공의 가족을 납치한 조직은 주인공 일가가 시간을 멈추는 기능이 있는 본석을 지니고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주인공 일행이 시간을 멈추는 행위에 대비를 해 지계 속으로 들어와 주인공과 멈춘 시간 속에서 추격과 쟁탈을 반복합니다.
시간을 멈추는 돌을 둘러싸고 단순하게 부와 힘을 원하는 자, 세계를 바꾸려는 자, 인간을 초월하려는 자, 가족을 구하려는 자, 힘을 봉인하려는 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이 섞이면서 이야기는 끊임없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전개로 흐릅니다.
또한 이런 인물들과는 별개로 '카누리니'라 불리는 지계에 동화되어 버린 관리인의 간섭, '타마와니'라는 지계에서 활동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정신체 해파리 같은 요소들이 소수와 다수, 인간과 인간의 대립을 단순하지 않게 만듭니다.
이야기는 흥미로운 전개를 계속 풀어내기에 재미있게 볼수는 있습니다. 다만 좀 더 깊게 들어가서 만화가 보여주는 세계관에 깊게 들어가려고 하면 이내 실망하게 되는 엉성함이 드러나고 맙니다.
설정 자체는 그럴싸하면서도 정작 설명이 안 되거나, 그냥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식으로 넘어가거나, 아예 설명을 피하고 다른 사건으로 덮어버리는 식으로 명확한 구조를 보여주지 못 합니다. 예컨데 지계에 들어와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죽으면 그 안에 있는 타마와니가 멈춰진 다른 사람에게 붙어서 지계에서 움직이게 만드는데, 이 타마와니는 작가 입장에서 이야기 진행에 필요한 인물에게만 붙고 다른 사람에게는 붙지 않습니다. 지계 속에서 주인공과 가족은 특수한 힘에 눈뜨는데 이게 명확히 설명이 되지는 않고 그냥 같은 핏줄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정도로만 넘어가며, 왜 본석에서 손을 떼면 안 되는지, 본석은 대체 무엇인지, 왜 지계에서는 멈춰버린 존재를 공격하면 카누리니가 반응하는지 등등 세계내 시스템을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 합니다.
그래서 좀 더 치밀하고 납득할만한 시스템 내에서 소수가 독점하고 있는 지식이나 능력으로 다수를 이겨 나가는 구성이었다면 흥미로울 것이 적측 수장의 각성으로 인해 강력한 개인과 개인의 싸움으로 흘러가 지식이나 정보전 따위 별 의미가 없게 되어 이후 대립은 단순하게 결정적인 한방을 누가 언제 날리냐의 문제로 전락하고 그럴싸하던 흐름이 갑자기 시시해져 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가장 감점 요인이 큰 부분이라면 끝맺음, 마무리가 받아들이기 힘든 흐름으로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줄곧 가족을 위해서 사람도 죽일수 있냐며 주인공에게 각오를 물었고, 적측 수장은 단순 욕망이나 지식욕 때문에 사람을 가볍게 죽이는 사람이었기에 이 둘의 대립은 필연적으로 어느 한쪽의 소멸로 끝내야 깔끔했을 것입니다. 각오를 묻고 가족의 평화를 위해 필연적으로 멸해야 하는 존재를 그동안 대립을 통해 부각시켜 놓고는 정작 왜 살려두려 하는지, 왜 그런 전개로 흘러가야 했는지 작가의 도덕관과 책임감에 대한 기준을 납득하기가 힘듭니다. 존재가 변하거나 기억이 없으면 죄가 없어지거나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식의 통념적인 인식으로 바라보기에는 사건의 무게가 다른데, 이야기를 마무리하기에 가장 껄끄럽고 찝찝하며 끝맛이 안 좋은 형태로 흘러가기에 좋게 평가를 주기가 어렵습니다. 대체 왜 그런 식으로 전개를 했는지 꼭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주인공이 다른 인물들에 비해 지계에 대한 집착이 옅기에 탐욕으로 강화된 캐릭터성의 인물들과 대비되기 위해서 도덕적인 부분을 강조하려 한듯 싶은데 그걸 차근차근 누적해서 쌓아갔다기엔 지속적으로 살의에 대한 각오를 요구했기에 좀 아귀가 맞지 않는 점이 강합니다.
만화의 재미는 괜찮습니다. 다만 찝찝한 결말, 깔끔하지 않은 흐름을 싫어하신다면 추천하기 힘들고, 재미에 비해 세계관이 엉성하며 작위적이고 편의적으로 이용되어지는 설정으로 인해 흥미로웠던 이야기가 급격히 시시해지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