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빈곤한 청년들은 자신의 공간을 꾸미기 위해, 대형 가구숍에 가서 이미 완성되어 있는 가구를 둘러보고 선택하고 큰돈을 들여 배송할 수 없다. 이들에게 이런 선택은 가성비가 좋지 않을 뿐이다. 가성비가 가장 중요한 세대에게는 적은 돈으로 높은 만족감을 주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인분 생활자, P. 32"
4. 21세기에 여자로서 겪는 일
대학생 때, 친했던 남자사람친구와 톡을 하고 있는데 밤 10시쯤에 갑자기 어디 좀 나갔다 오겠다는 것이었다. 이 밤에 어디 가냐고 하니 밤에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으며 산책하는 게 취미라고 했다. 그 때 받은 충격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나에게 밤 10시는 집에 꼼짝않고 있어야하는 시간이다. 밤에 혼자서 돌아다녀본 적이 손에 꼽는다. 집에서 3분 거리의 편의점을 갈 때도 갈까말까 고민하다가 위험할까봐 결국 포기한 적이 대부분이다. 간혹 저녁 약속이 끝난 후 혼자서 걸어올 때가 있지만 큰 길가를 벗어나면 절대 이어폰을 끼고 걷지 않는다.
혼자 여행을 갈 때는 꼭 호텔에서 숙박하고, 해가 진 후에는 돌아다니지 않는다. 자취방을 구할 때 1순위는 가격도, 시설도 아닌 "보안"이다. 술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밖에선 거의 마시지 않는다. 처음보는 사람의 친절은 믿지 않는다. 이런 세상 속에서 살아온 나로서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취미였던 것이다. 그게 가능하냐고, 취객이나 접근하는 사람이 없냐고 하니 그 친구는 오히려 무슨 소리냐며, 갑자기 모르는 사람한테 말을 거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어리둥절해했다.
혼자 너무 사리는 게 아니냐고 하면, 절대 아니다. 내가 조심하는 부분은 뼈아픈 경험이 기반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책에도 유사한 내용이 나온다.
여행지에서 밤에 혼자 다닐 수가 없어 한인 민박집에서 동행을 구해야했던 이야기, 귀갓길에 항상 단단한 물체를 손에 쥐고 귀가하는 이야기, 혼자 사는 티를 안 내려고 남자 구두를 놓는 이야기, 택배는 문 앞이나 경비실에 두었다가 찾아가는 이야기 등등.. 나도 혼자 살기 전까지는 이 모든 게 다 과민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폭풍 공감하며 고개를 격하게 끄덕거리고 있지만. 심지어 요즘은 한 아이돌이 굵은 남자 목소리로 "누구세요! 누구신데 문을 두드리세요!"라고 말한 멘트가 담긴 동영상이 너무 유용하다며 핫한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담긴 마지막 챕터는 혼자사는 여성분들이라면 정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