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 - 요리사 박찬일이 발품으로 찾아낸 오사카 술집과 미식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모비딕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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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술맛의 기원을 찾아서, 술꾼이 술꾼 다울 수 있는 공간에 젖어 들고 싶어서 일본의 대폿집 기행이 시작되었다. 오사카 사람들은 언제나 마신다고 한다. 술이 윤활유인 그들 안으로 저자는 스며들어 갔다. 오사카 곳곳을 여러 계절 누비고 다닌 저자의 노력이 책 속에 여실히 보인다. 각각의 음식점에는 별점이 있고 꼭 먹어야 할 안주와 술 가격까지 깨알 팁이 가득하다. 저자는 이 책이 알코올로 농축한 일종의 액체 책이라고 소개한다. 짜면 술이 흐를지도 모를 만큼 많이 마셨다는 얘기다. 그의 알코올 책을 열고 이야기속으로 들어가 본다.

 

인상 깊었던 곳

-에치겐-완벽한 구시카쓰를 위하여, 건배 *강력추천하는 집

구시카쓰는 뜨거운 라드(돼지 기름)나 참기름에 튀기는 것이 정석. 일반 식용유는 잘 쓰지 않는다. 고운 빵가루를 묻혀 튀기는 것이 정석이라 입에 닿는 촉감도 특이하다. 뭐든 튀긴다. 그게 구시카쓰의 비밀. ‘진짜 구시카쓰를 맛보려면 여기!’, 추천 메뉴는 모든 구시카쓰, 특히 채소류

 

-와스레나 구사-이보다 완벽할 순 없는, 최고의 다치노미야

두 젊은 점주의 완벽한 호흡, 요리 쇼를 볼 수 있다. “이 집은 화가 나고 우울할 때 옵니다. 그럼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항상 뭔가 색다른 안주가 있을 거라는 기대를 기대를 하고 옵니다. 분명히 충족시켜 줍니다.” ‘안 가면 손해, 그들은 매일 밤 공짜 디너 쇼를 연다’, 추천 메뉴는 모든 안주.

 

-상하이엔-엄청난 솜씨, 단연 최고의 중국 식당

어쩌다 찾은 보물같은 집. 세 번을 갔는데 모두 만족한 집. 그저 가보시길 추천. ‘오사카 최고의 해산물 중심 중국 식당’, 추천 메뉴는 그날의 해물 요리

 

-다코우메-Since 1844,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오뎅집

서서먹는 집이며, 개성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음식을 낸다. 여러 지방의 술을 갖추고 있다. ‘오뎅 맛이 이런 것이었소’, 추천 메뉴는 오뎅, 제철 생선 요리

 

-안케라소-가장 힙한 내장구이 스탠딩 바, 이건 뭐지?

전통적인 야키니쿠를 스탠딩 철판구이로 맛볼 수 있는 곳. 내장을 파는 집 중에서 분위기는 가장 힙하다. ‘또 가고 싶을 것이다, 반드시’, 추천 메뉴는 호르몬구이, 잡채

 

일본어를 1도 못해도 당당하게 술 먹는 법, 술 고르는 법, 메뉴를 고르는 법 등을 실어 실행해 볼 수 있도록 다양하고 자세히 설명해 두어 당장 오사카로 달려가고 싶게 한다. 특히 책에 소개된 그들의 술에 대한 열정(?)에 나도 모르게 취기가 오르는 듯하다. 지친 샐러리맨들, 혹은 육체 노동자들의 힘든 하루를 한 잔 술로, 맛있는 안주 한 접시로 씻어 버리고 다음날을 기약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음을 본다. 마주한 사람과의 한잔이 우리를 또 일으킬테니.

 

어수선하고 시끄러운 속에서 따로 또 같이 한 잔의 술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자욱한 연기 속으로 책을 통해 여행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저자는 직접 먹어보고 진짜 맛집을 엄선하고 그 집에 얽힌 이야기들까지 소개하고, 사진과 함께 한 권의 책을 다 읽었을 때 같이 그 길을 걸어온 듯 착각이 든다. 생생한 사진으로 음식을 보는 건 역시 괴로웠지만 말이다. <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로 오사카 술집 미식 여행을 대신해보며 꼭 가보고 싶은 집을 메모한다. 고독한 대식가 박찬일의 추천을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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