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우울을 말할 용기 - 정신과 의사에게 찾아온 우울증, 그 우울과 함께한 나날에 관하여
린다 개스크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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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에게도 우울하다고 말하지 못했다. 첫 아이를 낳고 혼자서 육아를 하면서 그때 내게 찾아왔던 것이 우울증이라 생각된다. 하루종일 말 못하는 아이와 단둘이 집안에서 있었던 시간이 내게는 답답하고 힘들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아이를 돌보며 힘들다 말 할 곳도 기댈 곳도 없었다.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만 같았고 남편이 빨리 퇴근하기만을 기다렸다. 무기력과 슬픔이 자주 찾아왔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두렵다.

 

우울증은 대단히 개인적인 병이다. 벌레가 사과 속을 파고들 듯 우리 영혼 속을 파고들어 자아 정체감을 좀먹고, 살아갈 이유를 빼앗아 간다.’(p.290) 대단히 개인적인 이 병을 나는 어떻게 지나왔을까. 물론 남편의 도움도 컸지만 같은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동네 친구가 생겨서라고 생각한다. 남편들의 퇴근이 늦으니 같이 아이를 돌보고 밥을 해 먹고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 공원을 산책했다. 그때 서로를 위로하던 한잔의 믹스커피가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힘듦을 알고 나누었던 그 시간들이 내 우울을 조금씩 걷어낸 건 아닐까.

 

책에는 정신과의사인 저자의 우울증과 그것의 원인을 찾아가는 여정들, 우울증이 생기는 여러 요인들, 또 그사이 저자가 치료한 이들의 이야기들까지. 우울증이라는 것을 알고 극복하고 다시 세상이 소리와 환한 빛을 느끼기까지의 이야기들이 저자의 담담한 글에 녹아있다.

 

저자는 우울의 감정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청하고 밝히는 것이 용기있는 행동임을 말한다. 누군가와 진정성 있고 의미 있는 대화와 마음을 나누는 행동이 자신이 가진 문제를 대처하는 방법을 알고 바꾸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우리 사회는 이런 진정한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포용적인 사회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가 가진 병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밝히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을 주는 책 <먼저 우울을 말할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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