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터 하우스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혈연으로 맺어진 어느 가족 이야기
빅토리아 벨림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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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러시아인이고 어머니가 우크라이나인인 저자는 10대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성장한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름반도를 침공하고 저자는 우크라이나에서 보냈던 어린시절을 떠올리고 우크라이나로 향한다. 우연히 발견한 일기장에서 외증조할아버지의 생전 큰형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 인물을 추적한다. 제목인 루스터 하우스는 소비에트 시기에부터 비상위원회, 내무인민위원회(NKVD), 국가보안위원회(KGB)의 등이 거쳐 간 건물인 비밀경찰의 본거지였다. 볼셰비키 혁명, 대숙청, 2차 세계대전, 소련의 붕괴 등을 겪으며 살아남은 저자의 증조할머니에게 루스터 하우스는 여전히 두려움의 존재이고 외증조 할아버지의 큰형을 쫓는 저자를 걱정하는데... 그러나 저자는 사실을 파헤치고 그 과정 안에서 우크라이나의 가슴 아픈 역사들을 만나게 된다. 한 가족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그것이 곧 역사임을 알게해주는 소설 같은 에세이였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저자는 힘든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저자는 전쟁은 그렇지 않다. 익숙하게 보아온 지형지물이 폭력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과거의 우리를 잃은 것을 슬퍼하고 미래의 우리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p.44)고 한다. 내가 자랐던 마을이 파괴되고 더이상 그곳을 방문하거나 추억할 수 없게 되는 것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우리나라도 남과 북이 분단되어 휴전 중인데 통일을 염원하는 이들은 점점 줄어든다. 나이 드신 실향민들은 언제라도 통일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고향 땅을 밟아보고 싶어 한다. 나부터도 북한에 대한 반공 포스터를 그리던 세대이다 보니 북한에 대한 감정이 좋다고는 못하지만 나라가 분단된 것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젊은 세대들은 또 다르다.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지구상에 늘어나고 있다는 것에 무고한 시민들이 전쟁의 아픔을 짊어지는 것이 과연 옳은가 질문하고 싶다. 이권들에서 자유로워질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서로 양보하고 고통받는 시민들을 생각하는 나라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간의 마음은 특이한 장치였다. 나는 고통을 받아들이되 결코 희망을 잃지 않았다. (p.219)

 

니코딤 관련 서류를 읽으면서 나는 거짓의 존재보다 진실의 부재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거짓과 반쪽 진실이 뒤섞인 안개 속에서는 방향을 가늠하는 것도, 자신만의 도덕적 기준으로 상황을 분석하는 것도 어려웠다. (p.297)

 

다른 대륙, 다른 나라, 다른 도시로 옮겨가 살 수는 있지만, 내가 만든 내 안의 감방에서 탈출하는 게 가능할까?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서 나 자신은 물론 나의 기억까지 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묻어놓고만 있으면 빠져나갈 수 없다. 현실과 맞서는 걸 겁내면 자유로워질 수 없다. (p.315)

 

옛날에 쓰던 방 안에 앉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진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과거는 고통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품고 있음을, 어떤 고통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지만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불확실한 미래를 받아들이듯, 복잡한 과거를 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나에게 슬퍼할 자유를 주기로 했다. (p.366)

 

과거는 상실과 고통의 저장소이자 회복과 희망의 원천이었다. 내 조상들은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겪으면서도 행복을 찾았고 존엄을 유지했다. (p.380)

 

@moonhaksoochup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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