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예술 토머슨
아카세가와 겐페이 지음, 서하나 옮김 / 안그라픽스 / 2023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현대미술가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행위예술 <수도권 청소 정리 촉진운동>을 선 보였고, 1000엔짜리 지폐를 확대 인쇄한 작품이 위조지폐로 간주되어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사라졌다>라는 소설을 집필하기도 했으며 <노상관찰학회>를 만들어 토머슨을 알렸다.

 

도시 곳곳에 숨어 있는 더이상 쓸모가 없어 버려졌는데도 제대로 보수해 보존한 것들을 토머슨이라고 한다. 예술은 탄생시키는 것인데 토머슨은 발견되어 짐으로써 예술을 넘어선 초예술이라고 명명한다. 다양한 토머슨들의 사진을 보며 도시 곳곳을 눈 여겨 보게 된다. 어디든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토머슨 제1호는 요쓰야의 순수계단인데 진짜 계단이다. 오르고 내릴 수만 있고 어디로 통하지는 않는 계단. 그런 계단이 보수까지 잘 보존되어 있다. 실용이 아니라 무용을 찾아내 초예술로 만들어 방송에까지 소개되어 일본 전역에서 토머슨을 발견하여 사진을 공유하고 사연을 받아서 책까지 나오게 된 점이 놀랍다. 저자는 토머슨을 강의하고 마지막 강의에는 버스를 빌려 도쿄의 토머슨 명소를 순례했다고 한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그들의 진지함이다. 일본에서 발견되어 일본의 토머슨에는 깊은 멋이 있으며 절절한 세월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저자를 보며 뭔가 알듯말듯한 일본스러움이 느껴졌다.

 

재미로 시작한 것이 <노상관찰학협회>가 생기고 대중매체에 소개되면서 더 이상 재미가 아닌 인류의 새로운 가치관의 본체를 진지하게 쫓는 저자와 토머스니언들을 보여준다.

어느새 내 주변의 어딘가에 항상 있던 것, 그것을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소중하게 혹은 의미 부여하는 것에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된다. 나가보자. 매일 걷는 길에서 초예술 토머슨을 만날 수도 있다. 나만의 토머슨을 발견해 보자.

 

토머슨 관측은 제가 사는 동네를 재확인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매일 지나다니는 길인데도 처음 발견하는 모습이 많아 놀라웠습니다. (p.71)

 

분명 노상관찰학이 세간에 인정을 받는 방식에는 괄목할 만한 점이 있다. 학문적으로 본다면 세간의 인정을 받고 도움이 되는 물건을 배제했다는 면에서 흥미롭지만, 인정을 받고 안 받고는 이 관찰학의 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세간에서 인정을 받았으니 거기에 새로운 문제가 숨어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이는 세상의 경제 원리와 교차하는 형태의 새로운 가치관의 문제로, 사람들은 그 가치관을 지근 거리에서 느끼며 모험심을 끌어들인다. 이는 당연히 문자적 논리가 아직 불분명한데도 석연치 않다고 여긴다면 지적 미숙의 비애다. (pp.502~503)

 

우리는 이제 겨우 일부분만 보았을 뿐이다. 다시 어딘가에서 터무니없이 엄청난 것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p.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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