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한 불행 - 부서지는 생의 조각으로 쌓아 올린 단단한 평온
김설 지음 / 책과이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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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성급한 결혼과 이혼, 20년 만의 재결합 후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말과 함께 결혼 생활의 부조리함에 얘기한다. 읽다가 답답한 마음에 찬물을 들이키고 책을 덮기를 여러 번. 저자가 처한 상황에 화가 나기도 했다. 글의 후반으로 갈수록 고요해지는 글을 느낄 때에는 이런 게 결혼 생활이지하는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자신의 흑역사가 결혼이라는 것, 재결합은 속은 기분이라고 표현한 것, 엄청난 사랑은 거의 없고 부부가 함께하지 않아도 즐거운 것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 결혼 생활에 필요한 것은 유머라는 것 등등. 현실 결혼 생활의 실제적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결혼하기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장밋빛 행복한 결혼은 꿈이고 결혼은 현실이라는 걸 알았을까. 저자의 솔직한 폭로(?)로 풀어낸 이야기들이 가슴에 깊이 와닿고 많이 공감이 된다.


 

남편이 분석한 내 싸움의 기술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일부를 전체로 바꾸는 기술, 두 번째는 어떤 사건을 확대하고 재생산하는 기술, 마지막으로는 작은 일 하나라도 모조리 기억하는 기술. 자기는 세 가지가 모두 진절머리나지만, 가장 두려운 건 과거를 기억해내려는 내 의지라고 했다. (p.137)

 

서로 싸움의 기술을 분석하는 게 너무 흥미로웠다. 싸우다 보면 싸우는 방법이나 싸우고 난 후의 모습을 생각했었는데 신선한 느낌. 우리도 각자 싸움의 기술을 분석해 봐야겠다. 물론 안 싸웠을 때.

 

삶의 모든 모순에도 불구하고, 불행에 지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나아가는 순간 우리에게 또 다른 가능성의 문이 열린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고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내 삶에 불행이 온 것은 어찌 보면 다행한 일이기도 했다. 내가 내 몫의 불행을 기꺼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나의 삶은 일찌감치 헤어 나올 수 없는 절망의 나락에 빠지거나, 외려 피로한 일상의 권태와 의미 없는 행복에 지쳐 허물어졌을지도 모르겠다. (p.250)

 

습관적으로 쓰는 말, ‘평안하고 무탈하기를 기원합니다.’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 요즘은 매일매일 마음으로 깊이 깨닫고 있다. 평안하고 무탈할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이든 할 것이다. (p.251)

 

 

 

삶에 찾아온 불행에 맞서 정면으로 섰을 때 저자는 또 다른 가능성이 열린다고 한다. 나 또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혼자 고민하지 않고 주변에 알리고 서로 나누기를 반복하고 있다. 내 힘듦의 무게를 나눠 지워 주는 든든한 사람들이 있어서, 나는 그럼 에도 불구하고 평안하고 무탈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바람처럼 모두 평안하고 무탈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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