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베이킹 책을 사고 싶었다. 서점엔 이름난 블로거들의 책이 잔뜩 깔려 있었다. 그 책들에도 전문가 못지않은 정성과 솜씨가 담겼을 터. 그러나 ‘김영모’란 이름이 눈에 띄자 다른 책을 살펴볼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최근 『김영모의 건강빵』 에 이어 나온 책이다. 화려한 수사를 달지 않은 제목부터 마음에 든다. ‘김영모’란 이름 하나로도 넉넉하기에 그렇게 지었겠지만. 수수한 갈색 바탕에 과일과 곡물을 듬뿍 올린 케이크 쿠키가 수놓인 표지도 좋다. 비닐 포장이 돼 있어 목차를 볼 수 없는 점은 아쉬웠으나 갈등하지 않고 골랐다. 작년에 본 『스위트 로드』를 통해 그가 어떤 제과인인지 알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파프리카머핀, 천연 시럽을 넣은 금귤타르트, 떡을 응용한 호박고지쌀케이크, 카레향 가득한 쌀카레칩스, 버섯을 볶아 넣은 흑설탕버섯빵 등 먹음직스러운 케이크 쿠키가 가득했다. 주재료도 요즘 각광받는 채식과 건강식에 맞추어 쌀가루, 우리밀가루, 두유, 식물성 유지로 잡고 있었다. 복분자, 대추, 호박, 연근, 토마토, 고구마, 감자 같은 식재료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그 재료들을 손질해 빚고 굽는 김영모 아저씨의 두툼한 손에 믿음이 갔다.
‘제과명장’이라 불리는 김영모 아저씨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기술을 배워 온 파티시에다. 그럼에도 더 좋은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식지 않는단다. 맛있는 빵을 찾아 떠난 수차례 연수와 여행에서 100년 이상 대를 이어 온 일본의 윈도베이커리들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다시 일본으로 떠나 40일간 30개 도시를 다니며 제과점 220여 곳을 둘러보고 남긴 기록이 『스위트 로드』였다. 그런 그가 거듭 연구하고 맛본 끝에 내놓은 케이크 쿠키일 테니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솟았다.
마침 무염버터가 떨어졌다. 다음엔 카놀라유를 사서 베이킹을 해 볼 생각이다. 생크림 대신 쓸 수 있다는 두부크림도 만들어 보고 싶다. 물론 『김영모의 케이크&쿠키』를 펼쳐 놓고서. 머리말을 맺는 글월이 마음에 남는다.
“첫눈에 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시간이 가도 계속 생각나고 궁금해지는, 최고의 맛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