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나 요리에 대해 깊은 영감을 주는 것들을 소개하려고 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책이든 음식점이든 눈에 띄면 붙잡자고 마음먹었다. 한데 딱히 마음에 드는 소재가 없었다. 계속 비워 두려니 신경 쓰여 지워 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던 가운데 책 세 권을 사게 됐다. 《한복선의 엄마의 밥상》, 《착한 요리 상식 사전》, 《땅땅이의 친환경 요리 교실》.

《한복선의 엄마의 밥상》은 궁중음식 이수자이자 요리 강사인 한복선 선생님이 쓴 책이다. 양념장 맛내기 비결, 채소 고르는 법, 고기 부위별 활용, 반찬 기본 테크닉, 국물요리 기본 테크닉 같은 기초상식이 넉넉하다. 또한 최근에 나온 《한복선의 우리음식》보다 일상적인 음식을 많이 다루고 있다.

서점에 가기 전 검색해 놓은 책은 《한복선의 우리음식》이었지만 먼저 보면 좋을 것 같아 《한복선의 엄마의 밥상》을 골랐다. 자격증 실기책 말고 요리책을 스스로 산 것은 처음이다. 그 동안 조리법이 필요할 때면 인터넷 검색을 이용하곤 했으니까. 자신의 요리를 과정사진과 함께 공개하는 블로거들이 워낙 많아 손쉬웠다.

전문가의 요리책엔 요리 블로그와 다른 장점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책에 나온 요리를 매일 하나씩 해 보자는 처음 욕심은 과한 듯하다. 일주일에 두어 개씩이라도 꾸준히 만들어 봐야겠다. 이 책이 주는 영감에 빠져든다면 한복선 선생님이 강의하고 있는 궁중요리연구원에 찾아갈지 모를 일이다.

《착한 요리 상식 사전》은 건강요리 전문가 윤혜신님이 쓴 책이다. 처음 봤을 때 ‘착한 요리’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궁금했다. 잠깐 살피니 ‘거친 밥과 슴슴한 나물’, ‘소박한 음식’, ‘할머니가 해 주셨던 자연의 맛 그대로의 음식들’이 그런 요리임을 알 수 있었다. 배우고 싶어졌다. 요리엔 만드는 이의 손맛과 기술뿐만 아니라 심성, 정성, 인생관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자연히 막장 요리가 아닌 착한 요리를 꿈꿔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건강해지고 맛있고 좋은 조리법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눠가지고 많이 해 먹어야 좋다고 생각해. 아무리 좋은 조리법이라도 안 해 먹으면 있으나 마나지. 나만의 레시피란 없는 거야. 내가 새로 만든 레시피도 어디선가 흘러온 것이고, 그리고 더 좋은 레시피라면 또 남들에게 흘러가야 할 것이지.”

착한 재료와 착한 조리도구, 착한 조리법을 딸에게 이야기하듯 풀어 놓는 책을 아껴서 읽어 나가고 있다. 연륜 깊은 손윗사람의 부드러운 조언을 듣는 것처럼 편안하게 읽힌다. 뒤쪽에 실린 가지나물, 우엉조림, 연잎오곡밥, 홍시 시미루 같은 요리들이 내 손가락을 간지럽힌다. 해 봐, 만들어 보라구 하면서.

《땅땅이의 친환경 요리 교실》은 어린이 요리책이다. 요리를 하면 오감이 발달하고 창의력이 향상된다 하여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요리수업이 늘고 있는데, 그 추세에 힘입어 나온 책으로 보인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요리들이 재미있고, 조리과정을 표현한 그림도 아기자기하며, 알맞은 자리에 정크푸드, 유전자 조작,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설명을 보태어 돋보였다. 한눈에 봐도 잘 만든 책이라 망설임 없이 골랐다. 다만 아쉬운 것은 프랑크소시지를 넣은 피자주먹밥이나 밥케이크가 친환경 요리에 포함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차라리 수제소시지 만드는 법을 다루면 어땠을까 싶다. 아직 제대로 읽지 못했으니 찬찬히 살펴봐야겠다.

무심하게 지나치지 않는다면, 영감을 주는 맛보물은 많을 것이다. 내가 얼마나 공을 들이느냐에 따라 더 값진 보물을 얻을 수 있겠지. 앞의 책 세 권도 적극적인 검색을 통해 찾아 낸 녀석들이다. 생각만 줄기차게 하지 말고 바지런히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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