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식수업에 들어간 지 이틀째. 어제는 경장육사, 고추잡채, 생선완자탕을, 오늘은 탕수육, 새우케첩볶음, 고구마탕을 배웠다. 대부분 볶고 튀기는 요리였다.

탕수육은 튀김옷과 소스의 농도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고구마탕은 생고구마를 썰 때부터 ‘길이로 이등분’을 놓친 데다 완성품을 기름칠한 접시 위에 놓아야 한다는 사실마저 깜박했다. (나의 고구마탕은 시럽과 함께 접시 위에서 돌이 되었다.) 새우케첩볶음만이 그나마 온전했다. 케첩이 부드럽게 풀어져서 먹을 만했다.

고구마 튀기고, 고기 튀기고, 새우 튀기고, 고기 다시 한 번 튀기고. 끓는 기름에 재료들을 집어넣으며 나도 모르게 그 속의 뜨거움을 상상했다. 솔직히 말하면 기름 다루기가 겁났다. 집에서 뭘 튀겨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튀김요리를 자주 해먹지 않거니와 먹더라도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걸 먹었으니까. 기름이 조금만 튀어도 울상이 됐다. 영락없는 애송이였다.

수업이 끝난 뒤 마트에 들렀다. 고구마, 냉동새우, 감자전분을 샀다. 고구마탕을 망친 것이 영 찝찝해 다시 해봐야 할 것 같았다. 새우케첩볶음은 가족들에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나도, 아버지도 고기를 좋아하지 않으므로 탕수육 재료는 사지 않았다.

시험기준 대로라면 두 가지 요리를 50분 안에 완성해야 한다. 하지만 양을 넉넉하게 잡았기에 1시간 반 동안 만들기로 했다. 또 원래의 새우케첩볶음은 아이 취향의 달달한 맛이라서 소스에 고추장을 더해 매콤한 맛을 내기로. 저녁반찬 삼기 위해 마늘과 풋고추까지 준비해봤다.

사실 조리수업은 시험에 대비하는 과정이라 맛보다 기능, 숙련도, 음식 모양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맛없는 요리란 식재료에 대한 ‘모독’이며, 정성만 들인다면 그 죄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요리에 임하는 나의 ‘정성’이었다.

  

수업 때 못했던 부분들을 지켰다. 고구마를 길이로 이등분해 삼각지게 썰었고, 해동된 새우에 튀김옷을 충분히 입혔다. 튀김옷은 달걀흰자와 전분으로 만드는데, 그 비율이나 적정량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달걀 1큰술에 전분 2~3큰술이라고 감 잡았을 뿐. 새우케첩볶음 소스는 새우와 채소의 양을 감안해 케첩 4큰술에 고추장 1큰술 반을 넣어 만들었다.

튀길 때는 집에 있던 해바라기씨유를 사용했다. 올리브유, 포도씨유, 해바라기씨유 등이 좋은 기름이긴 하지만 튀김 할 땐 콩기름 쓰는 게 낫다는 말을 들었다. 기름마다 끓는점이 달라서 그런가. 그러나 어떤 기름을 쓰든 피할 수 없는 것이 높은 열량! 고구마 두 개와 새우 230g을 튀기며 생각했다. 중식은 매일 먹을 음식이 아니라고.

열량뿐만 아니라 쓰고 남은 기름 또한 문제였다. 식혀서 다시 사용하면 되는데 찌꺼기 거르고 밀폐용기에 붓는 과정이 여간 번거롭지 않았다. 이런 요리를 어떻게 매일 해먹겠나. 가끔 만들든지 손님접대용으로 하면 몰라도.

낑낑대며 완성한 고구마탕과 새우케첩볶음을 가족들에게 선물했다. 사진 찍을 생각을 한 것은 고구마탕이 자취를 감춘 뒤였다. 새우케첩볶음만 남길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작업 후에 사진을 잘 찍어둬야 한다. 이런 글을 쓸 때 필요하니까. 레시피 중심의 글이 아니니 과정사진은 안 찍어도 될 것 같다. 완성된 작품이나 챙겨 찍자. 낡은 디카가 따끈하고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버거워하는 것 같아서 새 카메라 욕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다들 맛있다고 했다. 아버지는 새우케첩볶음이 좀 짜다고 했지만, 그것은 평상시 워낙 싱겁게 드시기 때문이다. 새우엔 특유의 짠맛이 있다. 따라서 소금이나 간장으로 밑간하지 않아도 요리가 짭조름하다. 단맛을 원하면 케첩과 설탕으로 소스를 만들고, 매콤한 맛이 좋으면 거기에 고추장이나 고추기름을 더하면 된다.

내 입맛에는 매콤한 게 더 맞았다. 탕수육보다도 맛났다. 그러나 튀김은 원래의 재료를 과장한다는 점에서 뻥튀기와 다르지 않다. 새우케첩볶음 역시 그렇다. 조그만 냉동새우를 통통하게 부풀려 화려한 소스를 입히는 요리 아닌가. 이 요리에 깃든 ‘허세’를 본다고 하면 오버센스일까.

솔직히 중식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도 끝까지 배우고 자격증을 따고 싶은데, 우선 튀어 오르는 기름에 대한 두려움부터 없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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