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일에 본 한식조리 실기시험, 합격.

작년 11월에 필기시험을 본 후 처음 도전한 실기시험이었다. 보통은 두세 번째에 합격한다던데 나는 메뉴운이 좋았다. 30분짜리 오징어볶음과 25분짜리 무숙장아찌. 오징어볶음은 시험 전에 세 번 만들어본 것이고, 무숙장아찌는 한 번 만들어봤지만 시험 바로 전날에 동영상 강의로 복습한 것이다.

지단을 부치고 각종 고명을 올려야 하는 다른 음식들에 비하면 만들기 쉬운 편이었다. 오징어껍질도 순조롭게 벗겼고, 몸통에 칼집도 촘촘하게 넣었다. 무숙장아찌 만드는 순서도 지켰다.

시험장으로 들어가 내 자리를 찾아갈 때 흘끔 본 주재료 접시. 그러나 채소들뿐이어서 메뉴를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개수대 한쪽에 얌전히 누인 오징어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아, 이 녀석이구나’ 할 수 있었다.

재료를 확인하고, 조리도구를 꺼내고, 재료를 씻고, 그런 뒤에 울려 퍼졌던, 수험자 80명이 동시에 파마늘을 다지는 소리. 웬걸, 불안하지 않았다. 한식 51가지를 배우고 연습하는 동안 익숙해졌는지 도리어 친근했다. 칼들이 도마들을 두드려대는 소리 사이에 ‘고은경 선수, 고은경 선수!’ 하는 호명이 섞여 들렸다. 여러 명의 감독관이 수시로 왔다갔다하며 감점요인을 체크했지만 떨리지도 않았다. 떨 여유가 없었다.

‘무 썰기→무 절이기→채소 손질→오징어 손질→간장물 졸임→무 절임 반복→오징어볶음 양념장 만들기→무숙장아찌 볶기→무숙장아찌 버무리기→오징어볶음 완성’ 순으로 작업해 시험종료 2분 전에 제출. 합격이든 불합격이든 무조건 낸다는 마음으로 주어진 시간을 썼다. 그래야 점수를 받고, 불합격하더라도 그 사유를 알 수 있으니까.

한 번에 자격증을 따기엔 부족한 실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심 합격을 바랐으며 바람이 이루어져서 기쁘다. 여전히 칼질은 느리고 서툴다. 다만 실기수업 첫날 무 썰다 손을 베어 눈물을 찔끔 흘렸던 때에 비하면 나아진 것이 분명하다.

요리는 즐겁다. 맛있고 보기 좋은 음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하나의 창작품을 완성하는 일과도 같다. 또한 요리는 마음 다스리기에 도움이 된다. 초보자의 경우 다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작업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놀라운 몰입도와 건강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양식, 중식, 일식, 제과제빵 과정도 다 배우고 싶다. 오가닉 푸드를 고안하면서 요리 에세이도 써보고 싶다. 이제 막 한식조리기능사가 된 나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요리가 즐겁다.

집에서 연습했던 매작과.
색과 시럽의 농도는 괜찮은데 모양이 별로다.

학원에서 만들었던 오이숙장아찌.
사실 이렇게 사진 찍을 여유가 거의 없다.

학원에서 만들었던 화전.
화전 만들기의 포인트는 반죽의 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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