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의 힘, 듣기의 힘
다치바나 다카시.가와이 하야오.다니카와 순타로 지음, 이언숙 옮김 / 열대림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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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중 가장 중요한 언어활동은 무엇인가?
① 듣기 ② 읽기 ③ 말하기 ④ 쓰기


자기 PR과 정보 지식화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시대. 유창한 말하기나 설득력 있는 글쓰기가 주목받는 시대. 당신이라면 위와 같은 사지선다 중 어떤 답을 고르겠는가? 단연 ③번과 ④번에 먼저 눈길을 주지 않을까?


그러나 ‘표현’하는 일에 대한 중압감을 느끼기 전에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 있다. 자기 PR이건 정보의 지식화건, 당신이 몸담은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완성된다는 점이다. 그 관계를 잘 유지하는 데엔 소통이 필요하며, 소통의 핵심 열쇠는 바로 ‘읽기’와 ‘듣기’에 있다. 『읽기의 힘, 듣기의 힘』은 공격적인 언어 활용에만 매진하는 사람들에게, 잘 읽고 잘 듣는 일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책은 저명한 논픽션 작가인 다치바나 다카시, 임상심리학자인 가와이 하야오, 시인인 다니카와 순타로 등 일본의 석학 세 사람의 대담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 사람은 그들만의 언어 활용방식을 공개하면서, 쓰기나 말하기에 앞서 듣기와 읽기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경우, 관심 분야가 있으면 먼저 관련 서적을 읽고 그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가 상세히 인터뷰를 한다. 글을 쓰거나 강연을 할 때는 그러한 과정에서 습득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가와이 하야오는 묵묵히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가 말로 표현하지 않는 부분까지 감각적으로 읽어내기 위해 승부사, 연구자, 예술가의 면모를 발휘한다. 다니카와 순타로의 읽기와 듣기는 일반인의 언어활동과 다르다. 그는 주어진 현상과 의식의 저변에 존재하는 ‘무엇’을 포착해 일반인이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석한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견해를 빌려 핵심을 짚어보자.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우선시해야 할 것은 ‘인풋(Input)’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면 다양한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IO비’란 말을 들어봤는가? 이는 정보를 투입하는 과정 인풋과 밖으로 꺼내는 과정 아웃풋(Output)의 비율을 뜻한다. IO비가 높을수록, 다시 말해 자료를 최대한 많이 투입하여 적게 배출할수록 정보의 압축비가 높아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마련이다.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올릴 수 있고, 또 쉽게 얻을 수도 있는 시대. 시간을 들여 정보를 발효시키는 아날로그 방식과, 정보의 발신 및 수신을 동시에 수행하는 디지털 방식이 혼재하는 시대. 그 어느 때보다 정보를 선별해서 취하는 데 공들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시점에서 앞의 사지선다로 돌아간다면 ①번과 ②번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넘치는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 정신 못 차리던 당신! 감성만 활개치고 있었다면 이성을 깨우고, 이성만 활보하고 있었다면 감성을 깨우자. 그 능력을 예민하게 갈닦아 좋은 글을 읽고 유용한 이야기를 듣는 데 아낌없이 사용하자. 친구와 담소를 나누기 위해서든 직장 상사와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서든,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위해서든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든 읽기와 듣기는 필수적이다. 이는 당신이 몸담은 세상과 그곳에 공존하는 이웃을 이해하는 능력이며, 적극적으로 유연하게 처세하는 비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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