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겨울이니 제발 조용히 작업할 수 있게 내버려다 오. 그 결과가 미친 사람이 그린 그림에 불과해도.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제 참을 수 없는 환각도 사라졌고, 악몽을 꾸는 일밖에 없다. 칼륨 정제를 복용한 덕분이 아닐까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 바로 나를 정신병원에 가둬버리든지 아니면 온힘을 다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내버려다오. 내가 잘못했다면 나를 가둔다해도 반대하지 않겠다. 그냥 그림을 그리게 내버려둔다면, 약속한 주의사항을 모두 지키도록 하마.
내가 미치지 않았다면, 그림을 시작할 때부터 약속해온 그림을 너에게 보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나중에는 하나의 연작으로 보여야 할 그림이 여기저기 흩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너 하나만이라도 내가 원하는 전체 그림을 보게 된다면, 그래서 그 그림 속에서 마음을 달래주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냈겠지. 돈은 꼭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