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궁금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대전에서, 그러니까 한국이라는 국가 안에서도 지역이라는 특수성 내에서 출생한 작가가 현재 독일어권 문학계의 주목을 받게 된 어떤 느낌적인 느낌이 궁금하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서구 사회의 인정을 받은 비결이 궁금하다 따위는 아니고 동양인의 정체성을 갖고 그 세계를 어떤 식으로 바라보는지가 궁금했다. 나는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소설도 좋아하지만 슴슴한 맛에 읽는 소설도 좋아한다. <어느 아이 이야기>는 후자에 가까웠다. 이건 서평단을 신청할 때부터 예상했던 분위기였다. 전반적으로 큰 따옴표 대사가 별로 없고 감각 묘사가 뛰어난데다 보고서 형식이라는 독특한 구조 때문에 조금은 냉정한 마음으로, 이성을 벼르고 읽어야 할 것 같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에 기대게 되는 소설이다. 2013년의 프란치스카와 1950년대 대니의 이야기가 만나면서 인종주의적인 서구 사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앵무새 죽이기>에 이어 이런 인종차별에 대한 작품을 이번 달에 두 권째 읽는 것 같은데 앵무새 죽이기가 말모 재미보장 고전의 맛이었다면 어느 아이 이야기는 슴슴하고 차가운 갈래의 현대소설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