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거미의 이치 - 상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교고쿠 나츠히코는 추젠지의 입을 빌려 요바이를 공동체의 강제적 성 관리제도나 혼인을 전제로 한 의식이 아니라 자유연애의 범주로 봐야한다고 하며, 특히 화폐경제가 발달한 도시에서는 성의 상품화로 유곽이 등장했지만 모계의 전통이 남아있는 마을 사회에서는 '여성의 이치'에 따른 재생산의 기제로서 요바이가 통용되었다고 말한다. 그것이 메이지 시기 이후 마을 사회에 화폐경제가 침투하면서 이른바 '매춘'으로 바뀌어버렸고, 요바이의 대상이 되는 여성은 인간적 존엄성을 파괴당했다는 것.

이를 일본 신화의 모계 의식과 연결시키면서 특유의 장광설을 풀어내는데 아무튼 흥미로운 부분이다. 관련한 책을 좀 찾아봐야겠음. 한국에서도 유사한 공동체의 전례가 있을까...


이 책을 통해서 일본 정부가 전쟁 패배 직후 G.H.Q 시절 R.A.A 라는 이름의 미 주둔군 대상 국영 성매매 업소를 운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 주둔군에 의해 일본의 부녀자들이 성범죄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여성들의 순결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예방적 조치로서 기존의 성매매 여성을 동원한 국영 위안소를 설치' 한다는 이유였던 모양인데, 그 개념부터가 끔찍하지만 실제 운영에서 전후의 어려운 시기에 여성들이 생존을 위해 R.A.A에 취직하였고, 미 주둔군이 위생 지침을 따르지 않아 성병이 만연하는 등의 일들이 벌어지면서 폐업하게 된듯. 이러한 R.A.A로 인해 성매매 종사자가 급증하고, 폐업 이후에도 민간 성매매 업소들이 확대되는 부작용이 초래되었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 마이너스
손아람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손아람의 <디 마이너스>. 나의 경험들과는 상당히 다른 배경의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이입하지 않을 수 없는 소설이었다. 마음이 쓰리다.

난 스무살에 대학에 들어갔고, 서른 살이 된 지금도 대학에 학적을 두고 있다. 주인공 태의가 운동을 뜬 나이를 훨씬 지나서야 나름대로 뭔가 해보겠다고 마음 먹었고,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아마도 지금도 그러한 과정에 있을 것이다. “자, 묻습니다. 혹시 끊을 날이 올 걸 알면서도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습니까?” 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나도 모르겠지만, 내가 닿는 만큼 사람처럼 살아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수의견
손아람 지음 / 들녘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른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후기를 올리지만 나는 이제야 원작 소설을 읽었다. <디 마이너스>를 읽고 개인적인 후폭풍이 커서 역시 기대하면서 읽었는데 기대 이상의 소설이었음. 참 좋아하는 웹툰 <동네 변호사 조들호> 만큼이나 법이란 무엇인가, 법조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법과 진실의 관계 등등에 대한 고민들을 안겨준다. 부록의 도해를 통해 형사 사건의 진행 플로우 차트를 소개한 것도 아주 유익했음.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문장. 사건 피해자에게 우호적이었던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이 재판 도중 검사에게 욕설을 해서 배심원 자격을 잃고 법정을 나서는 것을 보며 주인공인 피해자 변호인의 생각. 

"법정을 나설 때 그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그 으스대는 얼굴, 이 법정에서 자신만이 정의롭고, 자신만이 솔직하고, 자신만이 실천주의자라고 공표하는 확신에 찬 얼굴. 정의의 진짜 적은 불의가 아니라 무지와 무능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우스 오브 카드
마이클 돕스 지음, 김시현 옮김 / 푸른숲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아무래도 나는 영상물을 보는 것 보다는 원작 소설을 읽는게 더 취향에 맞는 것 같다. 드라마는 채 다 보지 못했고, 원작 소설을 읽었다. 원작자 마이클 돕스는 영국 대처 총리의 참모 중 하나였고, 소설에서도 이야기가 펼쳐지는 무대가 영국 보수당으로 설정되어 있다. 대략적인 등장 인물들이나 이야기 플롯은 드라마와 유사하다. 다만 주인공의 아내 쪽 스토리 라인들은 드라마에서 추가 된 듯? 3부작 시리즈로 보이는데 1부만 국내 번역 출간되었고, 2,3부는 하반기에나 나올 것 같다. 기대 기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 - 부가세에서 IMF사태까지
강만수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8.3 긴급조치 당시 ‘기차재벌'에 관한 강만수의 평가

“재벌들은 계열 간의 상호증자에 의해 소액의 자금투입으로 그룹 전체의 법인세를 대부분 면제 받았다. 증자한 기업에 대한 증자소득공제 뿐 아니라 배당을 받은 기업에 대한 법인 간 수입배당 세액공제도 했으니 사실상 법인세를 낼 게 없었다. 어떤 재벌의 경우 종합무역상사였던 모기업이 은행으로부터 수출금융을 받아 여러 계열기업에 순차적으로 증자하고 최종에는 다시 모기업에 증자하여 은행에 상환함으로써 실질적인 증자는 한 푼도 하지 않고 계열기업 전체의 법인세를 대부분 면제 받은 경우도 있었다. 모기업만 자금동원 능력이 있으면 증자소득공제와 법인 간 수입배당 세액공제의 특혜를 이용하여 다른 중소기업을 인수하는 편법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모기업이 받은 수출금융자금을 이용하여 납품기업의 어음결제 기간을 갑자기 연장함으로써 부도지경으로 몰아넣은 다음 인수하는 방법으로 쉽게 계열기업을 늘일 수 있었다.

당시 신생재벌은 창업이 아니라 은행의 수출금융을 이용한 기업인수를 통해 계열기업을 이루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방식의 재벌놀이를 통하여 탄생한 신생재벌들이 무리한 확장에 의한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줄줄이 부도남으로써 큰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모기업만 자생능력이 있고 계열기업은 기관차에 끌려가는 객차와 같은 '기차재벌'이었다.

재벌기업은 돈을 빌렸다고 사채 동결, 중화학 공업을 한다고 면세, 수출하고 투자한다고 저리의 정책 자금 대출, 증자한다고 증자소득공제, 배당한다고 법인에게 법인 간 수입배당 세액공제를 하고 주주에게는 내지도 않은 법인세를 낸 것으로 간주하여 배당세액공제를 해주었다. 특혜 위에 특혜를 얹어주는 실로 엄청난 특혜였다. 특혜성 은행자금을 이용해 거래기업을 마구 인수했으니 8.3 긴급조치는 재벌탄생에 큰 기여를 했다.

세계에 유래 없이 정부가 빚을 갚지 못하도록 강제한 8.3 긴급조치는 우리 기업에게 부채를 겁낼 줄 모르고 몸집을 불리는 차입경영과 그룹경영으로 치닫게 했다. 자본을 충실히 하고 특정사업에 집중하던 우량기업들이 오히려 시장경쟁에 밀려나는 계기도 되었다. 많은 대기업들이 사채동결, 특혜성 자금지원, 대폭적인 조세감면이라는 편법에 의존하여 성장했다. 구조조정의 어려움도 없었고 진정한 위기관리 능력도 상실하게 되어 1997년 외환위기를 맞는 먼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1978년 8.8 부동산종합대책 보고안 작성 당시의 의도

“부동산정책의 기본을 경자유전의 원칙, 회전의 최소화, 실수요 부동산의 제도적 공급 등 세 가지로 정했다.

첫째,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부동산은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만큼 갖도록 했다. 농민은 농지를, 근로자는 주택을, 기업은 기업용지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이 원칙에 따라 토지거래 허가 신고제, 비농민의 농지취득 규제 강화, 비업무용 토지소유의 제한, 1가구 1주택 면세 요건 강화, 택지소유 상한제, 공한지세의 중과, 실수요 토지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등을 실시토록 했다.

둘째, 부동산은 회전거래를 할 수록 부가가치의 생산 없이 가격만 올라간다. 부동산은 부동해야지 동하면 만병을 일으킨다. 상품의 가격은 점에서 점으로 번지지만 부동산 가격은 점에서 면으로 번지는 속성에 따라 모든 수단을 철저히 시행해 실수요가 아닌 부동산 투기거래를 차단해야 한다. 일반 상품은 원자재가 오르면 관련 상품의 가격이 오르지만 부동산의 경우 명동의 땅값이 오르면 서울의 땅 값이 따라 오르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토지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허가 신고제와 함께 변호사, 법무사, 지방공무원 등 공신력 있는 중개인에 의한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 부동산 거래관인 영수증, 거래 당사자와 거래 금액이 기재된 부동산 거래용 인감증명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특히 미등기 전매가 하도 극성이어서 인감증명의 유효기간도 1주일로 하기를 제안했다.

셋째, 부동산은 재생산이 불가능하므로 공급을 시장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제도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기업에게 필요한 용지와 근로자의 주거용지는 정부가 책임지고 공급하기 위해 토지금고를 토지개발공사로 확대개편하고, 주택공사의 기능을 확대하는 한편 주택은행의 주택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1990년대) 새로운 조세의 조류는 한마디로 ‘저세율이 이긴다’는 것이었다. 개방되지 않았던 과거는 대내여건을 중심으로 형평과 분배를 중시했지만 개방/국제화 된 지구촌시대에는 조세는 대외여건을 중심으로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고 형평과 분배는 예산으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대외경쟁에서 기업이 이겨야 세입이 있고 무한경쟁에서 ‘저세율이 이긴다’는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가 타결된 이후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개별지원이 금지되면서 저세율구조는 논리가 아니라 ‘전략’이고, ‘조세경쟁’에서 먼저 저세율로 가는 것이 그만큼 유리하다.

가능하면 법인세를 빨리 0%로, 소득세는 최대한 25% 전후로 내리면 경쟁에서 이기고 결과적으로 소득과 고용과 세입이 동시에 올라간다는 논리다. 부족한 세입은 세출을 줄이거나 부가가치세로 보충하고, 형평과 분배는 세출이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만수의 외환 위기 직전 1996년 상반기 수출입 통계 분석 및 평가


1. 흑자와 적자 모두 재벌이 주도. 특히 10대 그룹 중 4대 그룹(현대, 삼성, 대우, 기아)와 6대 그룹(LG, 선경, 쌍용, 한진, 한화, 롯데)의 격차가 심했음. 77억 달러 무역수지 적자의 90%는 6대 그룹이 차지하고 있었음. 4대 그룹의 흑자는 96억 달러였는데 10대 그룹의 흑자는 27억 달러로, 4대 그룹이 끌고가면 6대 그룹이 발목을 잡는 체제.


2. 선진국에서 고급 소비재 수입이 폭증하고, 개도국에서 중저가 소비재 수입이 증대하여 국내 소비재 시장이 양면공격을 받음. 특히 10대 그룹의 종합무역상사가 ‘수출’이 아니라 ‘수입’에 매진하였는데, 돈이 될만한 소비재를 무작저정 수입하여 국내 소비재 산업의 붕괴를 가져옴. 대기업은 강력한 자금력과 판매조직으로 소비재를 수입하여 국내 산업과 중소기업을 죽이는데 앞장 섰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