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 - 부가세에서 IMF사태까지
강만수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8.3 긴급조치 당시 ‘기차재벌'에 관한 강만수의 평가

“재벌들은 계열 간의 상호증자에 의해 소액의 자금투입으로 그룹 전체의 법인세를 대부분 면제 받았다. 증자한 기업에 대한 증자소득공제 뿐 아니라 배당을 받은 기업에 대한 법인 간 수입배당 세액공제도 했으니 사실상 법인세를 낼 게 없었다. 어떤 재벌의 경우 종합무역상사였던 모기업이 은행으로부터 수출금융을 받아 여러 계열기업에 순차적으로 증자하고 최종에는 다시 모기업에 증자하여 은행에 상환함으로써 실질적인 증자는 한 푼도 하지 않고 계열기업 전체의 법인세를 대부분 면제 받은 경우도 있었다. 모기업만 자금동원 능력이 있으면 증자소득공제와 법인 간 수입배당 세액공제의 특혜를 이용하여 다른 중소기업을 인수하는 편법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모기업이 받은 수출금융자금을 이용하여 납품기업의 어음결제 기간을 갑자기 연장함으로써 부도지경으로 몰아넣은 다음 인수하는 방법으로 쉽게 계열기업을 늘일 수 있었다.

당시 신생재벌은 창업이 아니라 은행의 수출금융을 이용한 기업인수를 통해 계열기업을 이루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방식의 재벌놀이를 통하여 탄생한 신생재벌들이 무리한 확장에 의한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줄줄이 부도남으로써 큰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모기업만 자생능력이 있고 계열기업은 기관차에 끌려가는 객차와 같은 '기차재벌'이었다.

재벌기업은 돈을 빌렸다고 사채 동결, 중화학 공업을 한다고 면세, 수출하고 투자한다고 저리의 정책 자금 대출, 증자한다고 증자소득공제, 배당한다고 법인에게 법인 간 수입배당 세액공제를 하고 주주에게는 내지도 않은 법인세를 낸 것으로 간주하여 배당세액공제를 해주었다. 특혜 위에 특혜를 얹어주는 실로 엄청난 특혜였다. 특혜성 은행자금을 이용해 거래기업을 마구 인수했으니 8.3 긴급조치는 재벌탄생에 큰 기여를 했다.

세계에 유래 없이 정부가 빚을 갚지 못하도록 강제한 8.3 긴급조치는 우리 기업에게 부채를 겁낼 줄 모르고 몸집을 불리는 차입경영과 그룹경영으로 치닫게 했다. 자본을 충실히 하고 특정사업에 집중하던 우량기업들이 오히려 시장경쟁에 밀려나는 계기도 되었다. 많은 대기업들이 사채동결, 특혜성 자금지원, 대폭적인 조세감면이라는 편법에 의존하여 성장했다. 구조조정의 어려움도 없었고 진정한 위기관리 능력도 상실하게 되어 1997년 외환위기를 맞는 먼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1978년 8.8 부동산종합대책 보고안 작성 당시의 의도

“부동산정책의 기본을 경자유전의 원칙, 회전의 최소화, 실수요 부동산의 제도적 공급 등 세 가지로 정했다.

첫째,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부동산은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만큼 갖도록 했다. 농민은 농지를, 근로자는 주택을, 기업은 기업용지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이 원칙에 따라 토지거래 허가 신고제, 비농민의 농지취득 규제 강화, 비업무용 토지소유의 제한, 1가구 1주택 면세 요건 강화, 택지소유 상한제, 공한지세의 중과, 실수요 토지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등을 실시토록 했다.

둘째, 부동산은 회전거래를 할 수록 부가가치의 생산 없이 가격만 올라간다. 부동산은 부동해야지 동하면 만병을 일으킨다. 상품의 가격은 점에서 점으로 번지지만 부동산 가격은 점에서 면으로 번지는 속성에 따라 모든 수단을 철저히 시행해 실수요가 아닌 부동산 투기거래를 차단해야 한다. 일반 상품은 원자재가 오르면 관련 상품의 가격이 오르지만 부동산의 경우 명동의 땅값이 오르면 서울의 땅 값이 따라 오르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토지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허가 신고제와 함께 변호사, 법무사, 지방공무원 등 공신력 있는 중개인에 의한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 부동산 거래관인 영수증, 거래 당사자와 거래 금액이 기재된 부동산 거래용 인감증명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특히 미등기 전매가 하도 극성이어서 인감증명의 유효기간도 1주일로 하기를 제안했다.

셋째, 부동산은 재생산이 불가능하므로 공급을 시장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제도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기업에게 필요한 용지와 근로자의 주거용지는 정부가 책임지고 공급하기 위해 토지금고를 토지개발공사로 확대개편하고, 주택공사의 기능을 확대하는 한편 주택은행의 주택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1990년대) 새로운 조세의 조류는 한마디로 ‘저세율이 이긴다’는 것이었다. 개방되지 않았던 과거는 대내여건을 중심으로 형평과 분배를 중시했지만 개방/국제화 된 지구촌시대에는 조세는 대외여건을 중심으로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고 형평과 분배는 예산으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대외경쟁에서 기업이 이겨야 세입이 있고 무한경쟁에서 ‘저세율이 이긴다’는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가 타결된 이후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개별지원이 금지되면서 저세율구조는 논리가 아니라 ‘전략’이고, ‘조세경쟁’에서 먼저 저세율로 가는 것이 그만큼 유리하다.

가능하면 법인세를 빨리 0%로, 소득세는 최대한 25% 전후로 내리면 경쟁에서 이기고 결과적으로 소득과 고용과 세입이 동시에 올라간다는 논리다. 부족한 세입은 세출을 줄이거나 부가가치세로 보충하고, 형평과 분배는 세출이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만수의 외환 위기 직전 1996년 상반기 수출입 통계 분석 및 평가


1. 흑자와 적자 모두 재벌이 주도. 특히 10대 그룹 중 4대 그룹(현대, 삼성, 대우, 기아)와 6대 그룹(LG, 선경, 쌍용, 한진, 한화, 롯데)의 격차가 심했음. 77억 달러 무역수지 적자의 90%는 6대 그룹이 차지하고 있었음. 4대 그룹의 흑자는 96억 달러였는데 10대 그룹의 흑자는 27억 달러로, 4대 그룹이 끌고가면 6대 그룹이 발목을 잡는 체제.


2. 선진국에서 고급 소비재 수입이 폭증하고, 개도국에서 중저가 소비재 수입이 증대하여 국내 소비재 시장이 양면공격을 받음. 특히 10대 그룹의 종합무역상사가 ‘수출’이 아니라 ‘수입’에 매진하였는데, 돈이 될만한 소비재를 무작저정 수입하여 국내 소비재 산업의 붕괴를 가져옴. 대기업은 강력한 자금력과 판매조직으로 소비재를 수입하여 국내 산업과 중소기업을 죽이는데 앞장 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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