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 소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지연리 옮김 / 창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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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어릴 때는 이 책을 예쁜 동화처럼 읽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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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별에 사는 어린 왕자와 장미, 여우, 사막, 별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 다시 읽으니 이 책은 더 이상 단순한 동화로만 읽히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잊고 살았던 마음, 어른이 되며 놓쳐버린 순수함, 관계 안에서 생기는 책임과 그리움을 조용히 꺼내 보여주는 책처럼 느껴졌다.

​

어린 왕자는 자기만의 작은 별에서 장미와 함께 지내다 여러 별을 여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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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만나는 어른들은 모두 이상해 보이지만, 읽다 보면 그 이상한 모습 안에 지금 우리의 모습이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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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에 매달리는 사람, 칭찬만 바라는 사람, 부끄러움을 피하려고 술을 마시는 사람, 숫자로 모든 것을 소유하려는 사람, 이유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갇힌 사람까지 낯설지 않은 얼굴들이 계속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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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어린 왕자의 눈에 비친 어른들이 우스워 보였지만, 어느 순간 그들이 나와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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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바쁘다는 이유로 마음을 미루고, 중요한 것을 숫자로 확인하려 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며 살아온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

이 책이 오래 사랑받는 이유는 문장이 쉽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렵지 않은 말로 사람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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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사랑은 그냥 좋아하는 마음이 아니라 시간을 들이고 책임지는 마음이라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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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가 장미를 떠나고 나서야 장미가 자신에게 얼마나 특별한 존재였는지 깨닫는 과정은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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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을 때는 까다롭고 예민하게 느껴졌던 존재가, 멀어지고 나서야 나에게 하나뿐인 존재였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 사랑은 감정만이 아니라 돌봄이고, 기다림이고, 마음을 쏟은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된다.

​

여우와 어린 왕자가 나누는 관계의 의미도 깊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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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가까워진다는 것은 단순히 자주 만나는 일이 아니라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일이다.

그 과정에는 기다림이 있고, 익숙해짐이 있고, 책임도 따라온다.

그래서 이 책은 사랑을 낭만적으로만 말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마음 뒤에 따라오는 책임까지 조용히 알려준다.

그 부분이 오히려 어른이 된 지금 더 크게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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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창해판은 책 자체가 정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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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바탕에 붉은 꽃과 보라색 꽃, 별과 어린 왕자가 어우러진 표지가 먼저 마음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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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림이 함께 있어 오래된 고전을 다시 새롭게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단순히 읽는 책이 아니라 소장하고 싶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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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라는 익숙한 작품을 다시 꺼내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판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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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언제부터 중요한 것을 눈으로만 확인하려 했는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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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결과, 숫자, 성과, 평가처럼 보이는 것들에 마음이 자주 흔들렸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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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나를 살게 해 준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라 누군가의 다정한 말, 오래 기억되는 순간, 함께 웃었던 시간, 말없이 곁을 지켜준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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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는 그런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해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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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알게 되는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너무 많은 것을 잊어버리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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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 기다릴 줄 아는 마음,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작은 것 앞에서 감탄하는 마음을 우리는 너무 자주 잊고 산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어린이보다 어른에게 더 필요한 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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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책이지만 읽고 난 뒤 마음에 남는 여운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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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읽었던 사람도, 아직 읽지 않은 사람도, 지금 다시 펼치면 분명 다른 마음으로 읽게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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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 책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고전이면서 동시에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하는 조용한 거울 같은 책이었다.

​

가장 중요한 것을 자꾸만 놓치고 사는 날, 마음이 조금 메말랐다고 느껴지는 날,

이 책을 다시 꺼내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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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 이야기
바이즈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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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람은 살면서 몇 번쯤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을 만나는 것 같다.
사랑이 끝났을 때도 그렇고, 믿었던 마음이 흔들릴 때도 그렇고, 돈과 현실 앞에서 자존심이 접힐 때도 그렇다.
그럴 때 우리는 누군가가 나를 일으켜주길 바라지만, 결국 가장 오래 곁에 남아야 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이 책은 그런 마음을 조용히 건드리는 소설이다.
​
처음에는 한 여자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처럼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을수록 단순한 연애 이야기가 아니었다.
루루라는 한 사람이 사랑을 지나고, 가난을 지나고, 노동을 지나고, 다시 자기 삶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였다.
​
무너진 사람이 다시 살아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극적이지 않았다.
눈부신 성공이나 커다란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밥을 먹고, 아이를 안고, 일을 하고, 하루를 넘기며 조금씩 자기 자리를 되찾아가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더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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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는 처음부터 단단한 사람이 아니었다. 상처받고 흔들리고, 때로는 도망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있지는 않았다.
아주 느리더라도 자기 몫의 하루를 다시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나도 삶이 힘들 때 대단한 깨달음보다 그냥 오늘 하루를 버티는 일이 더 컸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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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크게 남은 마음은 나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었다.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흔하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를 때가 많다.
이 책은 그 답을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나를 특별하게 대접하라는 말도 아니고, 늘 나만 먼저 생각하라는 말도 아니다.
다만 내가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일, 내 삶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태도,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
루루가 다시 살아가는 과정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다.
사랑만으로는 삶이 해결되지 않고, 마음만으로는 배고픔이 사라지지 않으며, 과거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도 사람은 살아간다.
같은 하루를 반복하고, 지친 몸을 일으키고, 다시 누군가를 만나고, 다시 웃기도 한다. 이 책은 그 평범한 반복 안에 회복이 있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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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할머니가 남기는 말과 온기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은 큰 말보다 작은 행동에 남는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들이 좋았다.
친절은 말보다 몸의 방향에 남고, 사랑은 표정보다 오래 기억되는 감각에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읽는 동안 따뜻하면서도 자주 먹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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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를 보면서 나는 나를 내 편으로 두고 살고 있는지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느라 나를 뒤로 미룬 적은 없는지, 사랑받고 싶어서 나를 함부로 견디게 한 적은 없는지 돌아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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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내가 나를 챙기는 일을 이기적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내가 내 편이 되는 일은 이기적인 일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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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상처를 단번에 낫게 해주는 소설은 아니다.
대신 상처가 있어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해준다.
무너졌다고 끝난 것이 아니고, 늦었다고 못 가는 것도 아니며, 오늘 조금 흔들려도 다시 나를 붙잡을 수 있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읽고 나면 마음 한쪽이 조용히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
『루루 이야기』는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는 이야기다. 누군가의 사랑을 기다리기 전에 내가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 무너진 자리에서도 다시 내 삶을 들어 올리는 것, 그것이 이 책이 오래 남기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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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루루가 안쓰러웠고, 어느 순간에는 루루가 부러웠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다시 살아가려 했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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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지 않아도, 느리더라도,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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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쓸 만한 인생
윤혜연 지음 / 달먹는토끼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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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읽다 보면 엄마에게 전화하고 싶어진다는 말을 보고 마음이 먼저 멈췄다.
나는 전화할 엄마가 없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상하게 더 읽고 싶었다.
전화할 수 없어서 피하고 싶은 책이 아니라, 이제는 마음껏 엄마를 그리워하고 싶어서 읽고 싶은 책이었다.
​
머리말부터 마음이 울컥했다.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를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내 어린 시절과 엄마의 얼굴이 자꾸 겹쳐졌다.
어린 시절부터 몸이 약해서 개근상은 못 받아도 글짓기상은 자주 받아오던 나에게 엄마는 나중에 작가가 되려나 하고 말해주었다.
그때는 그냥 지나가는 응원처럼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는 내가 나보다 먼저 글 쓰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봐 준 사람이었다.
​
엄마가 떠난 뒤에야 알게 된 것도 있다.
내가 어릴 적 쓴 글들이 실린 학급문고들을 엄마가 한곳에 그득하게 모아두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잊고 살았던 어린 날의 글들을 엄마는 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품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마음이 무너졌다. 엄마에게 나는 늘 부족한 딸이었을까 걱정했는데, 어쩌면 엄마에게 나는 오래전부터 자랑스러운 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책은 한 사람의 삶을 통해 인생이 꼭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히 귀하고, 상처가 많아도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에세이다.
대단한 성공담이 아니라서 더 좋았다.
삶을 꾸며서 말하지 않고, 지나온 시간의 아픔과 웃음과 가족에 대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들려주어서 더 깊게 와닿았다.
​
나는 딸이기도 하고, 딸과 아들을 둔 엄마이기도 해서 이 책 속 여러 장면에 자주 멈췄다.
엄마를 떠올릴 때는 딸의 마음으로 울었고, 자식을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엄마의 마음으로 읽었다.
특히 둘째고모 이야기는 눈물이 앞을 가렸다.
​
우리 엄마도 내게 맛있는 것 먼저 먹고, 좋은 것 먼저 하고,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라고 자주 말해주었다.
그때는 그냥 엄마들이 흔히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엄마가 갑자기 떠난 뒤에야 그 말이 얼마나 간절한 사랑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
어릴 적 큰집에 가면 내가 가장 좋아하던 삼색전을 눈치 보느라 제대로 먹지 못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엄마는 내가 성인이 된 뒤에도 대구 집에 갈 때면 아무 날도 아닌데 삼색전을 구워두고 실컷 먹으라고 했다.
그때는 그냥 내가 좋아하니까 해주는 음식이라 생각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건 엄마가 내게 주던 사랑의 방식이었다.
​
말보다 먼저 놓아둔 접시였고, 눈치 보지 말고 먹으라는 마음이었고,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고 싶은 엄마의 조용한 응원이었다.
​
마흔하나가 된 지금에서야 나는 나를 찾아가고 있다.
오랫동안 병원에서 책임자로 일하며 남들 보기에는 안정적인 삶을 살았지만, 정작 내 안의 나는 자주 뒤로 밀려 있었다.
​
엄마가 갑자기 떠나고, 긴 시간 붙잡고 있던 일을 내려놓고,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제야 내 목소리를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엄마는 내가 이렇게 살게 될 것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느껴졌다.
작가가 되려나 하던 그 말이 지금 와서 자꾸 나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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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꿈을 믿는 편이다.
엄마가 떠난 뒤 한 번만 꿈에 나와달라고 매일 빌었다.
그리고 딱 3주가 되던 날 꿈에서 엄마를 만났다.
우리 식구들이 안개 자욱한 새벽길을 함께 걷고 있었고, 길고 긴 나무다리 앞에서 엄마가 아무 말 없이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 꿈은 엄마가 이제 먼 길을 떠난다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꿈에서 깬 뒤 나는 통곡하며 울었다.
엄마가 더 보고 싶었는데 이제 정말 가버리는 것 같아서 남편을 붙잡고 울었다.
​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꿈이 다시 떠올랐다. 엄마와 나 사이에 남은 말들, 끝내 하지 못한 사과, 마지막이 다툼이었다는 미안함, 갑자기 떠나버린 엄마를 붙잡지 못했다는 마음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
나는 엄마를 잃고 3일 내내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울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는 마음껏 우는 일조차 조심스러워졌다.
너무 그리워하면 더 무너질까 봐, 너무 울면 다시 못 일어날까 봐 마음 한쪽에 꾹 눌러두고 살았다.
​
이 책은 그런 내게 울어도 된다고 말해주는 책이었다.
엄마가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해도 되고, 그리우면 그리워해도 되고, 늦게라도 엄마의 사랑을 다시 알아차려도 된다고 말해주는 책이었다.
​
작가의 말들은 언니 같기도 하고 엄마 같기도 했다.
다정하지만 흐릿하지 않았고, 현실적이지만 차갑지 않았다.
살아온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말들이라 더 깊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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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면서 동시에 나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누군가의 딸로 남아 있는 일,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가는 일, 여자로 살아가는 일, 나이 들어도 다시 자기 이름을 찾아가는 일이 모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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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많이 울었고, 웃기도 했고, 자주 멈췄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엄마를 잊어서가 아니라, 엄마를 더 사랑해도 괜찮다는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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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서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 수는 없지만 마음속으로 오래 말을 걸었다.
엄마, 나 이제 조금씩 나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엄마가 알아봐 준 글 쓰는 마음을 아직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늦었지만 엄마가 남겨준 사랑을 이제야 더 잘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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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게 엄마를 마음껏 그리워하고 울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엄마가 그리운 사람에게도, 나를 잃어버린 것 같아 다시 나를 찾고 싶은 사람에게도 오래 남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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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도 엄마가 믿어준 만큼 아직은 충분히 제법 쓸 만하다고 믿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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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2 ㅣ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2
장강명 지음 / 유유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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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에세이책을 몇 권 자가출간한 적이 있다 보니 언젠가 소설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제목부터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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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어떻게 사는지, 소설을 쓰는 일은 어떤 마음과 현실을 견뎌야 하는 일인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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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으로 먼저 만나본 책이지만 정식 책으로 다시 읽으니 느낌이 또 달랐다.
손에 잡히는 책의 무게와 구성, 중간중간 들어간 덧붙임 글까지 더해지니 한 사람의 직업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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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설가라는 직업을 예쁘게 포장하지 않는다.
문학, 영감, 재능, 낭만 같은 단어 뒤에 숨어 있는 현실을 아주 솔직하게 꺼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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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이야기, 공모전 이야기, 출판계 이야기, 독자와 작가 사이의 거리, AI를 둘러싼 글쓰기 문제까지 다룬다. 그래서 더 재밌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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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소설가를 동경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차가움이 믿음직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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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만 해주는 책보다 현실을 정확히 보여주는 책이 오래 남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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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좋았던 부분은 문장이 직설적이라는 점이다.
돌려 말하지 않고, 애써 근사하게 꾸미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딱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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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특유의 유머와 덧붙임 글이 있어서 읽다가 피식 웃게 되는 순간도 있다.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갑자기 현실적인 농담이 들어오니 무겁기만 한 책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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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라는 직업을 말하지만, 결국에는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태도와 버티는 힘에 대해 말하는 책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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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사용한 원고와 판독기에 대한 부분도 흥미롭게 읽었다.
요즘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피해 갈 수 없는 문제라 더 공감이 갔다.
글을 쓴다는 일은 이제 단순히 머릿속 생각을 문장으로 옮기는 것만이 아니라, 시대가 바뀌는 방식까지 함께 생각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
AI가 글을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는지, 혹은 작가의 고유한 목소리를 흐릴 수 있는지 생각하게 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 대목에서 한 번쯤 멈춰 서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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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에게 고통스러운 경험이 얼마나 필요한가에 대한 부분에서는 오래 머물렀다.
​
나 역시 학창시절에는 글짓기 상장을 많이 받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책과 글에서 멀어졌다.
병원에서 오랜 시간 책임자로 일하며 매일 바쁘고 지쳤고, 책을 읽을 여유조차 잃어버렸다. 그러다 3년 전 갑작스럽게 엄마를 떠나보낸 뒤 삶이 무너졌다.
이후 오래 다닌 병원을 퇴사했고, 그때부터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
고통이 꼭 좋은 글을 만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떤 고통은 사람을 멈춰 세우고 다른 방향을 보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책을 읽으며 소설가가 되는 일은 단순히 상상력이 많거나 글재주가 있는 것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
꾸준히 읽고, 쓰고, 버티고, 실패하고, 다시 쓰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직업이다.
​
세상에 10년 노력이 아깝지 않은 일이 얼마나 있느냐는 질문 앞에서 오래 생각했다.
좋아서 시작했지만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한 일들이 있다. 그래도 그 부족함을 알면서 계속 붙드는 사람이 결국 자기 일을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나에게 이 책은 소설가 안내서라기보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건네는 현실적인 조언처럼 읽혔다.
소설가의 삶을 동경하게 만들기보다, 정말 쓰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게 만든다.
​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재밌게 읽을 책이다.
작가를 꿈꾸지 않더라도 한 가지 일을 오래 붙들고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은 독자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는 책이다.
​
읽고 나니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변했다. 막연한 꿈이 아니라 노동에 가까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
글을 쓰는 일은 결국 나를 속이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겪은 일, 내가 읽은 것, 내가 오래 품고 있는 질문들이 언젠가 문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작은 가능성을 남겨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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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
권지은 지음 / 부크럼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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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살다 보면 유난히 듣고 싶은 말이 생기는 날이 있다.
괜찮다는 말보다 먼저 알아봐 주는 말이 필요하고, 힘내라는 말보다 그동안 많이 애썼다는 말이 먼저 닿아야 하는 날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순간에 조용히 곁에 앉아주는 책이다.
​
무너진 마음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지 않고, 울고 싶은 마음을 서둘러 닦아내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의 나를 가만히 바라봐 주며, 잘하고 있다고, 잘 나아가고 있다고, 너무 늦은 것도 너무 부족한 것도 아니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
표지에 놓인 복숭아를 보며 마음도 참 복숭아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작은 말 하나에 쉽게 멍이 들고,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속은 오래 물러져 있을 때가 있다.
누군가는 그걸 예민함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은 그런 마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상처받은 마음에도 이유가 있고, 오래 서운했던 마음에도 그만한 시간이 있었음을 다정하게 짚어준다.
​
읽는 동안 가장 크게 남은 건 결국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말을 기다리며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나도 많은 순간 괜찮은 척을 먼저 했다.
속으로는 힘들었으면서도 괜찮다고 말했고, 서운했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했고, 누구보다 내 편이 필요했으면서도 혼자 버티는 쪽을 택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거창한 조언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말, 많이 애썼다는 말, 여러 일 사이에서 잘 버텨 줘서 고맙다는 말, 앞으로도 변함없이 응원한다는 말이 필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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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문장들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사랑은 늘 예쁘고 환한 모습만 가진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후회가 남고, 때로는 미련이 남고, 때로는 최선을 다했는데도 관계가 멀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사랑했던 마음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말하는 듯했다.
계산 없이 마음을 내어준 시간은 실패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관계에 있어 최선을 다해 본 사람이 후회가 적다는 문장을 읽으며, 오래 길게 아프더라도 마음을 다한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덜 미안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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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위로가 과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괜찮아질 거라는 말을 너무 쉽게 던지지 않고, 먼저 아팠던 시간을 인정해 준다.
모든 건 결국 다 변한다는 말도 무책임하게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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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회복하지 못할 것 같은 이별도, 죽도록 힘들었던 날도, 살다 보면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지나간다는 걸 조용히 알려준다.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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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괜찮지 않아도, 언젠가는 이 마음도 조금은 다른 얼굴을 하게 될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
책 속에는 나를 소중히 여기는 법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나온다.
식물이 자기에게 맞는 자리를 찾아 뿌리를 내리듯, 사람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곳에 머물러야 한다는 말이 특히 좋았다.
나를 알아봐 주지 않는 곳에서 끝까지 인정받으려 애쓰는 일은 생각보다 마음을 많이 닳게 한다.
​
충분히 애쓴 나의 노력과 마음을 귀하게 받아들여 줄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를 계속 작아지게 만드는 자리에서 버틸 필요는 없다는 걸 배웠다.
​
읽다 보면 이 책은 누군가에게 건네는 편지 같기도 하고, 결국 나 자신에게 보내는 답장 같기도 하다.
다정한 문장들이 많지만 마냥 가볍지는 않다.
상처와 후회와 외로움을 지나온 사람이 건네는 말이라 더 천천히 마음에 스며든다.
나도 모르게 밑줄을 긋게 되고, 어느 문장 앞에서는 오래 멈추게 된다.
그 멈춤이 이상하게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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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니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하고 있다고, 충분히 애썼다고,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먼저 그런 말을 해주고 싶어졌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시간까지 내가 알아봐 주면, 그 마음도 조금은 덜 외로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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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친 마음에게 필요한 에세이 도서다.
관계에 마음이 다친 사람, 혼자 애쓰느라 지친 사람,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오래 서 있던 사람, 괜찮은 척하느라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던 사람에게 건네고 싶은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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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면 큰 해답을 얻었다기보다, 오늘 하루를 조금 더 나답게 버틸 수 있는 말을 품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오래 곁에 두고 마음이 소란한 날마다 다시 펼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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