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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평전
송우혜 지음 / 세계사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이기적인 지적 호기심의 발로였다. 한번 쯤 그의 시에 가슴이 아리지 않고서 청소년기를 보낸 이가 없을 것이기에 나또한 문학이나 시를 잘 모르지만 그의 싯귀 한귀절 한귀절에 가슴을 저미기도 했었다. 그래서 그의 정서적 기반인 어린 시절은 어떠했는지 몹시 알고 싶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윤동주의 유아기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빨려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명동촌이니 용정이니 하는 말들이 내게는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이웃 마을 처럼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어느새 윤동주라는 한 인간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우리 글도 모르고 학창시절을 보내는 시기에 그는 우리 글을 그의 시심에 담궈 정화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 시대의 많은 정신적 지주들이 끝내 친일로 돌아서던 그 시기에 그는 깊이 아주 깊이 절망했지만 그러나 그러했기에 다시 새롭게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리라. (나는 팔복을 읽고 전율을 온몸이 쭈볏하게 서는 전율을 느꼈다. 이것은 정말로 깊이 절망하지 않고서는 끝까지 절망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절망한 사람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이기에 소름이 돋도록, 영원히 슬플 운명 또한 지고 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파리하고 나약한 인텔리적인 모습의 대학모를 쓴 한 장의 사진에서 뚜벅 뚜벅 걸어나와 고종 사촌 송몽규에게 열등감을 느끼며 '대기는 만성이야'하고 되뇌기도 하고 숭실 중학교 편입에 실패하여 제 학년보다 한 학년 아래로 들어가게 되었을 때 좌절하기도 하지만 의과를 가라는 아버지에 맞서 끝내 자기 고집을 꺾지 않고 관철시키는 그를 만나는 일은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까운 많은 인재들이 그렇게 스러져 갔어야 했던 역사를 또 다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아마 우리 평생 지고 가야할 아픔일 것이다. 윤동주 그리고 그의 시가 지금 우리에게 뭐라고 말하는가? 혼탁한 이시대에 조용히 그를 만날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