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보고 크는 아이들 -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아이교육
이상금 지음 / 사계절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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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관련된 책이나 비평서를 이 책을 읽음으로써 4권째가 되는데,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알게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그리고 저자의 특성에 따라 연령이나 직업이나 관심사에 따라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모두 다르다. 대체로 젊은 사람일수록 분석적이고 힘이 넘친다. 아주 의욕절일 때도 있다. 반면에 연세가 지긋하신 이 책의 저자는 차분하고 추억을 반추하듯 그림책에 얽힌 뒷 얘기를 자근자근 들려주신다.

'인생 초기의 어머니와의 관계는 그 이후 인간관계의 유형을 결정짓는다'는 프로이트의 말을 인용하면서 저자는 그림책이 아이가 만나는 최초의 책이며 그 최조의 만남의 질에 따라 평생 책과 함께 지낼 것인지 아니면 책을 등지고 살 것인지가 결정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뿐인가 그림책을 통해 어른은 아이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도 한다. 또한 엄마가 아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책을 읽어주면서 애정의 교류도 할 수 있다. 게다가 책을 통해 아이는 간접경험을 함으로써 자신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고 하니 그림책이야말로 어린 시절에 없어서는 안될 어린이의 동반자인 듯하다. 아이에게 늘 끼고 다니고 끼고 자는 테디베어처럼.

저자는 어떤 책을 골라야 하는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책의 내용과 어떤 상황에서 읽혀주면 좋은 지에 대해서도 아주 친절하게 안내해 주고 있다. 나 역시 그런 정보에 목말라 있는 지라 이 책에 나와 있는 그림책들을 목록을 만들어 찾아 보았는데 이미 절판된 것도 많았고 다른 이름으로 다시 출판되어 있는 것도 있었다. 어떤 작가에 대해선 우리 나라에 번역되어 출판된 책에 대해서 언급하기 보다는 작가의 초기 작품에 대해서만 언급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외국 그림책으로서 좋은 그림책은 수십년이 지나도록 사랑받는 책이기에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만 주로 고전만 소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새로운 정보를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외국 그림책에 치중한 나머지 우리나라 그림책에 대한 소개도 좀 소홀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야시마 타로의 [까마귀 소년]은 소개하면서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고 내용도 우리에게 훨씬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특히 그 그림만으로도 따돌림 당하는 이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채인선의 [내짝꿍 최영대]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것도 아쉽다. 도깨비에 대해 말하면서 도깨비 작가로서 유명하다는 한병호를 빠뜨린 것도 그렇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귀기울여 들어야 할 이야기가 많이 있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이 얼마나 좋은가'가 그것이다. 아니 아이들만은 아니다. 아이들을 기르고 가르치는 부모나 교사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세 아이를 키우는 나로서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늘 갈등하며 힘들 때가 많은데 이런 갈등의 골을 메 꿀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것이다. 한꺼번에 세 아이들이 달려들어 저마다 좋아하는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지난 번에 읽은 [똑똑한 우리 아이 왜 공부 안하나?]가 책을 읽음으로써 공부도 잘 할 수 있다는 접근법이었다면 이 책은 그림책을 읽음으로써 아이는 욕구 충족 뿐 아니라 지적 호기심도 충족시킬 수 있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발달을 할 수 있으며, 그림책을 읽어주는 이 또한 아이를 이해하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며 그 공감대를 넓혀갈 수 있다는 정서적 접근법을 사용했다고나 할까? 그리고 좋은 그림책을 고르는 방법에 대해서도 아주 자세히 알려주고 있어 그림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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