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
이노우에 마사지 글 그림, 정미영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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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그림에 달랑 빨간 사과 한알이 눈에 띤다. 그 앞을 지나가며 많은 사람들이 그 사과 한알을 바라보는데 정말 같은 사과 한 알을 보면서도 어찌 그리 생각들이 다른지. 같은 물건, 같은 상황이라도 각 사람이 처한 상황과 위치에 따라 그 시각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아주 깔끔하게 알려주고 있다. 좀 큰 아이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사과를 보면서 하는 말을 통해 그가 뭐하는 사람인지 수수께끼를 내어봄직도 하다. 우리 큰 아이는 문제를 맞추더니 (비록 반만 알아 맞췄지만) 정말 그런가 하며 책을 얼른 가져간다. 종이 재질도 도화지보다 더 두꺼워서 좋다. 다만 화가가 사과를 요리조리 살펴보는 그림에서 화가가 신고 있는 신이 일본 나막신인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 일본 그림책이구나'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슬이의 첫 심부름에서도 작은 광고지 하나에도 하다못해 우유팩 하나에도 우리 글을 써 넣는 성의를 보였지만, 우리나라는 차가 오른 쪽으로 다니는데 반해 일본은 운전석이 우리나라와 반대라서 그림책에는 왼쪽으로 차가 다니는 그림은 어쩌지 못한 것을 보면서 몹시 씁쓸했었다. 글로벌 시대에 국수주의적 사고라고 해도 할말은 없지만, 그림책에는 글과 그림 속에 작가의 얼이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그 얼이 어디 작가 한 두 사람 만의 것이겠는가 그가 성장해온 환경과 그 역사의 총체적 결정체일진대, 우리 나라의 역사와 얼이 녹아져 있는 그런 그림책들이 더 많아져서 우리 아이들이 우리 그림책을 보면서 우리의 얼과 정서가 자연스럽게 배어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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