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주문 - 일터의 여성들에게 필요한 말, 글, 네트워킹
이다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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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자의 언어’, 규정짓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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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언어’는 본래의 뜻을 숨기고 돌려 말해야 한다고. 그래야 부드러운 맛이 난다고. 나긋나긋하고 순종적이고 너그럽게. 계속 이렇게 요구하면서 한 편에서는 또 이렇게 말한다. ‘여자의 언어’는 이해하기 너무 힘들어. 정말 뭘 원하는지 정확하게 모르겠어. 그냥 돌려말하지 말고, 정확하게 얘기해주면 안 답답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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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그래서 또 대놓고, 당당하고! 정확하게! 어떤 주장이나 요구를 하면, 여자가 무슨 저렇게 당차냐, 당돌하다, 기가 너무 쎄다, 무섭다 와 같은 반응들이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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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들이 ‘여자의 언어’를 정의하세요? 왜 당신들이 ‘여자의 언어’에 대해 멋대로 프레임을 씌우는 거죠? ‘여자의 언어’라는 것이 제대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여성인 당사자가 직접 이야기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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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더 가슴 아픈 건... 이런 반응들이 나올 때, 같은 여성들 조차도 동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그래... 좀 기가 쎄긴 쎄지... 너무 그래도 남자들이 기를 못 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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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인식을 (무의식적 그리고 암묵적으로) 수긍하며 지내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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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을 두고 ‘기가 쎄다.’는 말은 할 수 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여.자.가 너무 기가 쎄다.’와 같은 말은 이미 ‘여자는 어느정도 기가 좀 약하고 부드러워야 한다.’는 일종의 강제성을 내포한 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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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 말과 글은 내 자존심을 지키는 무기, 나만의 무기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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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나의 과거를 되짚어 봤고, 그 속에서 새롭게 발견하게 된 나의 무관심, 무지에 대한 반성의 시간도 가졌다. 그 중에서도.. 참 멍충이 같았던 과거 에피소드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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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초년생일 때, 회사에 중요한 손님들이 방문을 한다며 커피 준비 좀 하라해서 들고 갔더니... “차나 커피는 여자가 타와야 맛있다.”는 얘기를 하시더라. 그때, 순간 불쾌감이 들었고, 그 날은 하루종일 업무에 집중을 못 했다. 계속 내 자신에게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건가?’ 하며 내 마음을 달랬었던 과거가 떠올랐다. 참 순진하고 바보같았던 때다. 이 외에도 회식자리, 회의자리 등등 에서 사회에서 원하는, 그들이 원하는 여성성을 강요받는 일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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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 친언니가 있다면 이런 언니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가님의 이야기가 좋았다.작가님이 건네신.. 따뜻하면서도 단호한 이야기가 나한텐 아래와 같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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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서 살기 힘들지? 우리 자매들, 좀 힘을 합쳐보지 않을래? 이 부당함과 억울함, 좀 바꿔보지 않을래? 난 우리 여성들이 최대한 오래 이 사회에서 일을 했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고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줬으면 좋겠어. 지키는 것에서 더 나아가 올라가자. 여성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네트워킹을 활성화해보자. 일 잘하는 사람이 돼보자. 우리의 말과 글을 아주 똑똑하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사람이 돼보자. 자매들이여, 자신감 넘치는 발걸음으로 출근길을 나서자.”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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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힘이 나는 책이다.
‘내가 여자의 몸으로 내 커리어를 세월의 흐름에 맞춰 어떻게 이끌어나갈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항상 해왔어서 그런가. 작가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내게 에너지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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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한 영역을 두고 다양한 방식으로 일해보고 싶다. 욕심이라면 욕심인데ㅋㅋ그러나 임신을 하면 그만큼 내 욕심이 자의반타의반으로 반토막 날게 뻔한 상황이니 (아 여자의 몸이란) 신중하고 싶을 뿐이다.(인생이 뭐 맘대로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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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내 능력이 부족해 내가 원하는 것 이상의 경험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매일 매일’ 부족함을 조금씩 채워보자는 마음으로 나아가고 있다. 비록 나아가는 속도가 느리더라도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나의 에너지를 쏟을거다. 내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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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공동체로서의 더 나은 사회를 위하는 일이라면 그 구성원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할 것이다. 하지만, 그저 명목상 누구의 딸, 며느리, 아내의 역할을 강압적으로 요구한다면, “저는 그냥 저대로 살고 싶어요.”라고 당당하게 얘기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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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나는 나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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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사랑
이서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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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솔직해서 가슴 아프면서도..😭한 편으로는 재미있기도...😏타인의 솔직한 생애 이야기를 읽는 것이 이토록 감동적이고 재미있기까지 하다니.... 아,🤭이 이야기가_ 이서희 작가님이 직접 겪으시고 작가님만이 이렇게 쓰실 수 있는 이야기라서 가능했던 일일 수도 있겠구나! 우여곡절이 많았던 작가님의 인생과 그것을 너무 담담하게 써내려간.... 작가님의 문체와...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는 섬세한 문장력, 계속 집중시키게 만드는 필력...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작가님의 팬으로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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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요💫
🖌엄마와 나의 옛 추억들을 떠오르게 하고 신랑과 나와의 미래를 떠올려보는 책.
🖌성숙한 ‘사랑’과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책.
🖌여자의 성역할과 모성신화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와 ‘너’의 사랑을 꿈꾸게 하는 책.
🖍’나’의 존엄을 손상시키는 ‘통제적 사랑’이 아닌, ‘나’의 존엄을 지키는 ‘구체적 사랑’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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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과 ‘관계’를 맺고 그 속에서 ‘사랑’을 나누었던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그 중에서 내 심금을 울린 건... 단연, 엄마와의 사랑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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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의 추억이 작가님께는 아픔이면서도 그리움이었다.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이어갔던 엄마와의 연대, 언니와의 연대를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유독 엄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서로에게 잘못된 욕망을 품었었던 나날들을 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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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랐다. 내가 몰랐던 우리 엄마의 고독이 있었을까.. 우리 엄마는 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엄마의 삶에서 내가 엄마에게 큰 힘이 되기를 바라는데... 내가 과연, 엄마에게 그런 존재가 되었을까... 우리도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욕망을 품으며, 서로의 잣대를 통해 구속하진 않았을까... 계속 눈물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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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가 있다면, 그게 우리 엄마이다. 우리 아빠는 전형적인 가부장제의 아버지였고, 우리 엄마는 가부장제 현실에서 노력하는 며느리, 엄마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 엄마는 항상 나에게 ‘현모양처’가 되라기 보다는 전문적인 일을 하며 혼자 자유롭게 사는 여자가 되라고 강조하셨다. 하지만, 나는 결혼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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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랑은 다정다감하고 보살펴줄 줄 아는 그런 남자였다. 3년이라는 연애기간동안, 한결같아서.. 그 모습 보고 결혼하기로 했다. 결혼하기 전의 마지막 명절을 엄마와 보내는데.. 엄마가 “이렇게 여자가 해야할 일이 많은데... 이래도 결혼할래?”라고 나한테 물었는데.. 내가 이렇게 말했단다. “이 일을 해야하지만, 나 혼자 하는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랑 함께하면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나 혼자 하는게 아니잖아.” 라고. 그렇게 말하는 딸에게 우리 엄마는 웃으며, “그래. 우리 딸은 꼭 예쁜 사랑 하렴.” 이라고 답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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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의 폐단으로 인한 핸디캡을 우리 엄마는 많이 겪어왔다. 그래서 엄마는 딸을 더 보호하고 싶었고, 나 또한 엄마의 그런 모습에 더 챙겨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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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엄마와 나의 연대도 있는데... 이 추억은 영원히, 엄마와 나만의 추억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추억들은... 한 번씩 꺼낼 때마다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힘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엄마’가 보고 싶어지기도 하는, 그런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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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신랑과 나와의 사랑도.... 서로의 독립성을 유지한 채로, 통제적_권력적 사랑이 아닌, 건강한 의지를 하며 서로를 존중해주는 그런 부부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지금도 그러는 중이라 생각하지만,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어느순간, 균열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 사이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한게 느껴진다면, 적극적으로 서로의 눈빛과 언어를 교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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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나’를 있게 하는 사람들과의 사랑을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봐야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함께 나이 들어가며.. 우리의 사랑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한다는 것은 그만큼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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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면 서로 의지를 할 수 있다지. 하지만, 진정한 의지는 서로에게 짐이 되는게 아니다. 진정한 의지는 각자 독립성을 가지고 있을 때 성립되며, 이 독립적인 상태에서 서로에게 관심가져주고 보살펴주는 것. 지금으로선 그런 사랑을 키워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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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 무례한 세상 속 페미니스트 엄마의 고군분투 육아 일기
박한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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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정말 읽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내 주변 친구들 및 직장동료들이 하나 둘씩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를 육아하는 분들에게 이 책이 좋은 영향과 가치를 전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육자분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비단 양육자뿐만 아니라 '성 해방',''성 평등' 적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읽어도 좋겠다. 그리고 엄청 무거운 내용만을 다룬 책이 아니라 부담스럽지 않아서 더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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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세상의 모든 양육자분들이 자기 목숨만큼 끔찍하게 아끼는 자녀들을.. 이 험난한 모멸의 시대에서 ‘자기존엄성’을 내제한 아이로 키우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사회에서 조장하는 부조리한 '규범'이나 '편견'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지 않도록 인도해야할 것이다. 사회에 만연해 있는 '차별'과 '혐오' 현상에 벗어나 진정한 존엄과 존중을 배워나가는 아이로. 나는 아직 육아를 하지 않아서 이렇게 쉽게 이야기 하지만😭 사실, 저렇게 키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 책을 읽다보니, '양육은 정말 어렵고 힘든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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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무례한 세상 속 아이를 키우며 고군분투하는 페미니스트 엄마인, 저자분의 이야기와 생각이 잘 담겨있다. 아마 이 책을 읽으신 양육자분들은 공감은 물론, 아이의 성장과 교육에도 진지한 생각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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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세상, 악의 없는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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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든 아들이든 그저 부모 눈에는 어여쁘고 소중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인데... 어찌 이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그냥’아이가 아니라 ‘여자’아이 또는 ‘남자’아이 즉, 어떤 아이이냐에 따라 주변의 시선과 대우가 똑같지 않고 다른지...세상은 아직도 깨부셔야할 것들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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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조차도.. 친구들이나 동료분들 임신했다하면 "딸이야? 아들이야?" 를 먼저 물어본다. 대답이 딸인지, 아들인지에 따라 나의 대답은 “아~ 그렇구나~ 축하해~” 로 같지만, 그 대답에는 은연중.. 나의 편견과 쓸데없는 걱정이 녹아 있다. 이런 질문을 할 수야 있겠지만, 그들의 대답에 따라 반응이 달랐던 나도 무례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의 이런 행동이 '악의'는 없었어도 의도치 않는 '무례'를 범했을 수도. 계속 내 안에 숨겨 있는 무례함과 편견, 차별을 어서어서 떼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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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편견없이 키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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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편향적 용어 사용을 자제하고, 최대한 그 아이 답게 지내고 자라게 해주는 부모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외할머니, 친할머니라는 편향적 용어 대신 엄마함미, 아빠함미라는 호칭을 사용하도록 유도한 것. 그리고, 아동복매장에서 분류해놓은 여아 옷, 남아 옷 카테고리에 신경 쓰지 않고 그 아이에게 어울러면 분홍색이나 꽃무늬 그려진 옷들도 입혔다고 한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주위 사람들이 "어머, 네 엄마가 딸 갖고 싶은가 보다." 부터 시작해... "일부러 여자애 옷 입힌 거예요?" 라고 묻기도 했다는데... 이 질문들을 보는 것만해도 피로감이 몰려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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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 사회에 여성성, 남성성을 규정하는 것들이 넘치고 흘러 '편견'없이 키운다는 게 너무나 힘든 현실이다. 아이들 장난감 코너부터 이미 여아용, 남아용을 구분지어 놓는다. 여아용 코너에는 인형이나 소꿉놀이 장난감이 주를 이루고 남아용코너에는 자동차, 총, 로봇 등의 장난감이 주를 이룬다. 애니메이션이나 케릭터도 '남성'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고 '여성' 케릭터에 이런저런 장식들을 덧붙인다. 미니마우스 머리에는 리본이 달려있고, 여자 레고에는 속눈썹과 빨간 입술이 그려져있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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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분은 아이가 살아나갈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으로 차근차근 작은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아동 업계를 대상으로 위와 같은 고정관념이 문제가 될 수 있고, 이런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양육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그래서 기존의 관습을 점검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첫 목표로 할 것이라고 한다. 아이가 이 사회의 '틀'에 의해 휘둘리거나 갇히지 않도록, 그 '틀'에 의한 상처를 받지 않도록... 그리고 훗날에 우리 부모가 아이에게 '미안함' 이 생길 일이 없도록 말이다. 그렇게 해야 우리 그리고 미래세대의 삶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희망적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나 또한 그 흐름에 동참을 해야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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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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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무척 공감갔던 부분은 [나는 엄마로 태어나지 않았다]라는 소챕터 부분이다. 육아 관련해서는 예전에 비해서 엄마고 아빠고 공동참여 한다지만, 아직도 모든 곳에서 엄마만 찾고 거의 아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엄마가 해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고 가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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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갖기 전에는 여자와 남자, 동등한 입장에서 나름의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를 낳은 후에 그 동등함은 깨지기 쉬워진다. 예전에 팟캐스트에서 우연히 한 사연을 들은 적이 있다. 엄마-아빠 맞벌이에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보냈는데, 어린이집에서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엄마'한테만 연락을 한다. '엄마','아빠' 둘 다 직장일로 바쁜건 같은데, 아이 관련해서는 무조건 '엄마'한테만 이야기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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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이가 아프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조치를 취하는데 바빠서 가족분들에게 이야기를 못할 수 도 있는데, 나중에 가족들이 전화와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왜 이야기를 안해줬느냐며 서운함을 내비치며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 말을... 꼭 '엄마' 에게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엄마'가 챙겨서 이야기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왜? '아빠'도 얘기할 수 있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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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사연을 듣는 내내, 몸서리쳤다. 그리고 문득, 내가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는 상상을 했다. 어떠한 좋은 감정보다는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막혔다. 물론, 저 일이 나에게 무조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글쎄. 무튼, 분명한 것은 '나도 미래에 아이를 낳게 된다면, 저자분이 겪었을 치열한 고민과 육아경험을 겪고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더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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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 '페미니즘' 의 본질이 흐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여성성'과 '남성성' 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꾸는 것이다. 그냥, 진정한 '나'로 거듭날 수 있는 사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모두가 편견에서 벗어나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고 연대해야한다. 부조리한 규범으로 인해 불이익과 불편함을 겪어야 했던 이야기를 꺼내놓으면,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남자도 얼마나 힘든 줄 알아?"라고 답하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이해해보려는 노력을 해주면 안될까? 자신의 슬픈 경험을 입 밖으로 꺼낸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의 슬프고 불편한 경험을 최선을 다해 말했으니, 나의 이 노력이 무참하게 짓밟히지 않도록 함께 도와주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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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가 - 문화재 약탈과 반환을 둘러싼 논쟁의 세계사
김경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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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생각보다 친절하고 재미있었다. 많은 논문을 참고하고 연구해서 낸 책이라 해서 살짝 겁먹기도 했지만, 그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읽는내내 저자분께서 모든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배려해준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많은 국민들이 이런 내용을 알아줬으면 해서 이렇게 친절하고 알기 쉽게 적으려는 노력을 하신 게 아닐까 싶다.


왜 문화재가 우리에게 중요하고, 원산국은 왜 문화재 반환을 요구하며, 약탈해간 나라는 왜 그것을 돌려주지 않으려 하는지에 대해 일방적으로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자세를 자제하기 위해 저자분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행위의 당위성과 그 목적, 결과를 파악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렇게나 많은 연구를 하신 저자분의 노력을.. 나는 이 몇 페이지로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1. 가치있는 물건이 문화재가 되기까지, 그리고 문화재와 박물관의 의미.
[문화재의 역사는 박물관의 역사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 박물관은 시대에 따라 그 목적과 성격이 바뀌었지만, 기본적으로 '가치 있는 물건' 을 저장하고 전시하는 공간에서 시작되었고, 그 '가치 있는 물건'에 부여된 의미와 상징성의 변천이 바로 문화재의 탄생과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65p)]

책 초반부에 르네상스 전, 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문화재 성격이 변화되는 과정에 대해 풀어놓는 부분이 나온다. 우리 인간의 원초적 욕구에 의한 '수집 행위' 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과거의 물건'에 '역사성'을 부여하기 시작하게 된 시대적 맥락들.... '유물'을 수집하는 사람의 동기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보는 재미가 나름 쏠쏠했다. 음, 개인적으로는... 문화재를 둘러싼 모든 것에.. 인간의 탐욕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다소 씁쓸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인간의 호기심, 애정, 지적 욕구 충족에서 시작된 수집 활동이었겠지만)

그리고, ‘박물관을 가서 어떤 감상을 해야하는 거지?’에 대해 생각도 안해본 내가... [ 박물관을 ‘왜’ 가는지, 가서 뭘 보고 뭘 느껴야하는지, 어떤 시선으로 그 유물들을 봐야하는지, 이 박물관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이렇게 전시해놓은건지..]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보고 나서는 적어도... 제국주의적, 문화우월주의적 관점에서 그들의 '뻔뻔함'을 찾아보는 안목은 장착할 수 있을 것이다.

2. 문화재를 발굴하는 학문인 '고고학'의 발전 - 단순, 순수한 학문으로서의 의미보다는 제국주의의 시대적 맥락과 함께 한 학문.

세계사를 통해 약탈이 어떻게 이뤄져왔는지 보는 과정에서 고고학이 발전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명확하게 나온다. 당시, 제국주의 시대에는 식민지의 문화유산 확보를 많이 하면 할수록 그 나라에 대한 영향력을 더 행사할 수 있었고 그 대상의 물리적 소유의 정당성을 강화할 수 있었다. 그래서 국가와 고고학 학자와의 관계는 일종의 사업계약처럼 맺어졌다.유물 발굴 지원을 국가가 주도했고, 그 도움으로 획득된 유물의 소유권과 분배율에 따라 학자들은 자금을 지원받았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신분 보장 및 향상을 위해 학자들은 더 열심히 발굴에 기를 쓰고 연구를 했다. 그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모험심 충만으로 포장된 유명한 고고학자들의 활동 이면에는 서구 열강들의 정치적 목적(문화재를 제국주의적으로 활용)과 고고학자 개인의 영달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역사로 인해, 더욱더 저자분은 '고고학사'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수정주의적 시각을 견지하며 '문화재 반환'에 대한 내용을 풀어낸다.

3. 그들만의 세상에서의 “법대로 해라!”면 다인가? 😤지금은 그게 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앞으로 그에 대항할 수 있는 견고한 논리 구축이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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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내가 살고 있는, 이 대한민국이.. 과거 식민지 경험을 겪어서 그런지 몰라도.. 문화제국주의 입장보다 문화민족주의 입장에 무게를 더 싣고 싶다. 문화제국주의적 관점으로 무장한 시장국에서 '국제법' 들먹이며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된다고 말하는게 영 밉상이다!! 😤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약탈해간 문화재 전시에 대해 [이건 인류의 재산인데 너희가 망치지 않았느냐고 따진다. 이런 중요한 물질적 유산을 보호하고 연구하는 것이 인류의 의무이기 때문에 우리 문명국이 해야한다고. ]🔥기가 차지 않는가🔥 저자분은 이런 시장국의 주장에 대해 감정적으로만 대할 게 아니라, 21세기의 문화재 보존에 대한 현실적 인식을 중점으로 무조건적인 반환만을 반복적으로 요청하는 방식은 수정해야한다고 말한다. 문화재 반환문제가 생각보다 많은 것(역사, 문화, 외교, 이해 집단 등)이 얽혀있기도 하고, 국가 간의 문제를 도덕과 양심과 같은 가치 판단의 문제만으로 결정하는 것이 반드시 옳다라고 말 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영국을 제외한, 프랑스나 다른 나라들은 양보 및 협조적 태도로 변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현실적-구조적으로 시장국에게 유리한 판으로 짜여있는 상태이다. 시장국의 양보와 협조적 태도 없이는 돌려받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어떤 생각과 논리로 안 돌려주고 있는지에 대해 국민들이 알고 대처하는 거랑 모르고 대처하는 거랑 확실히 다를거라 믿는다.

그런의미에서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줬음 좋겠다. 나에게 조금이나마 넓은 시야를 갖게 해준 저자분에게, 그리고 을유문화사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덧붙어서.. 역사, 문화(재), 고고학, 유물에 관해 또 이 저자분의 책이 나온다면, 나는 무조건 그 책을 읽을 듯 싶다. ‘믿고 본다’의 뜻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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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코르셋 : 도래한 상상
이민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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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코르셋 운동에 대해 잘 모르거나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 의심하는 사람들 모두를 포용할 수 있게 잘 짜여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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