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 무례한 세상 속 페미니스트 엄마의 고군분투 육아 일기
박한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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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정말 읽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내 주변 친구들 및 직장동료들이 하나 둘씩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를 육아하는 분들에게 이 책이 좋은 영향과 가치를 전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육자분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비단 양육자뿐만 아니라 '성 해방',''성 평등' 적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읽어도 좋겠다. 그리고 엄청 무거운 내용만을 다룬 책이 아니라 부담스럽지 않아서 더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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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세상의 모든 양육자분들이 자기 목숨만큼 끔찍하게 아끼는 자녀들을.. 이 험난한 모멸의 시대에서 ‘자기존엄성’을 내제한 아이로 키우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사회에서 조장하는 부조리한 '규범'이나 '편견'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지 않도록 인도해야할 것이다. 사회에 만연해 있는 '차별'과 '혐오' 현상에 벗어나 진정한 존엄과 존중을 배워나가는 아이로. 나는 아직 육아를 하지 않아서 이렇게 쉽게 이야기 하지만😭 사실, 저렇게 키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 책을 읽다보니, '양육은 정말 어렵고 힘든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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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무례한 세상 속 아이를 키우며 고군분투하는 페미니스트 엄마인, 저자분의 이야기와 생각이 잘 담겨있다. 아마 이 책을 읽으신 양육자분들은 공감은 물론, 아이의 성장과 교육에도 진지한 생각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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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세상, 악의 없는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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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든 아들이든 그저 부모 눈에는 어여쁘고 소중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인데... 어찌 이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그냥’아이가 아니라 ‘여자’아이 또는 ‘남자’아이 즉, 어떤 아이이냐에 따라 주변의 시선과 대우가 똑같지 않고 다른지...세상은 아직도 깨부셔야할 것들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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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조차도.. 친구들이나 동료분들 임신했다하면 "딸이야? 아들이야?" 를 먼저 물어본다. 대답이 딸인지, 아들인지에 따라 나의 대답은 “아~ 그렇구나~ 축하해~” 로 같지만, 그 대답에는 은연중.. 나의 편견과 쓸데없는 걱정이 녹아 있다. 이런 질문을 할 수야 있겠지만, 그들의 대답에 따라 반응이 달랐던 나도 무례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의 이런 행동이 '악의'는 없었어도 의도치 않는 '무례'를 범했을 수도. 계속 내 안에 숨겨 있는 무례함과 편견, 차별을 어서어서 떼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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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편견없이 키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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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편향적 용어 사용을 자제하고, 최대한 그 아이 답게 지내고 자라게 해주는 부모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외할머니, 친할머니라는 편향적 용어 대신 엄마함미, 아빠함미라는 호칭을 사용하도록 유도한 것. 그리고, 아동복매장에서 분류해놓은 여아 옷, 남아 옷 카테고리에 신경 쓰지 않고 그 아이에게 어울러면 분홍색이나 꽃무늬 그려진 옷들도 입혔다고 한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주위 사람들이 "어머, 네 엄마가 딸 갖고 싶은가 보다." 부터 시작해... "일부러 여자애 옷 입힌 거예요?" 라고 묻기도 했다는데... 이 질문들을 보는 것만해도 피로감이 몰려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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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 사회에 여성성, 남성성을 규정하는 것들이 넘치고 흘러 '편견'없이 키운다는 게 너무나 힘든 현실이다. 아이들 장난감 코너부터 이미 여아용, 남아용을 구분지어 놓는다. 여아용 코너에는 인형이나 소꿉놀이 장난감이 주를 이루고 남아용코너에는 자동차, 총, 로봇 등의 장난감이 주를 이룬다. 애니메이션이나 케릭터도 '남성'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고 '여성' 케릭터에 이런저런 장식들을 덧붙인다. 미니마우스 머리에는 리본이 달려있고, 여자 레고에는 속눈썹과 빨간 입술이 그려져있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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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분은 아이가 살아나갈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으로 차근차근 작은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아동 업계를 대상으로 위와 같은 고정관념이 문제가 될 수 있고, 이런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양육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그래서 기존의 관습을 점검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첫 목표로 할 것이라고 한다. 아이가 이 사회의 '틀'에 의해 휘둘리거나 갇히지 않도록, 그 '틀'에 의한 상처를 받지 않도록... 그리고 훗날에 우리 부모가 아이에게 '미안함' 이 생길 일이 없도록 말이다. 그렇게 해야 우리 그리고 미래세대의 삶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희망적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나 또한 그 흐름에 동참을 해야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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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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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무척 공감갔던 부분은 [나는 엄마로 태어나지 않았다]라는 소챕터 부분이다. 육아 관련해서는 예전에 비해서 엄마고 아빠고 공동참여 한다지만, 아직도 모든 곳에서 엄마만 찾고 거의 아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엄마가 해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고 가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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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갖기 전에는 여자와 남자, 동등한 입장에서 나름의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를 낳은 후에 그 동등함은 깨지기 쉬워진다. 예전에 팟캐스트에서 우연히 한 사연을 들은 적이 있다. 엄마-아빠 맞벌이에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보냈는데, 어린이집에서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엄마'한테만 연락을 한다. '엄마','아빠' 둘 다 직장일로 바쁜건 같은데, 아이 관련해서는 무조건 '엄마'한테만 이야기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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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이가 아프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조치를 취하는데 바빠서 가족분들에게 이야기를 못할 수 도 있는데, 나중에 가족들이 전화와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왜 이야기를 안해줬느냐며 서운함을 내비치며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 말을... 꼭 '엄마' 에게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엄마'가 챙겨서 이야기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왜? '아빠'도 얘기할 수 있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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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사연을 듣는 내내, 몸서리쳤다. 그리고 문득, 내가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는 상상을 했다. 어떠한 좋은 감정보다는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막혔다. 물론, 저 일이 나에게 무조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글쎄. 무튼, 분명한 것은 '나도 미래에 아이를 낳게 된다면, 저자분이 겪었을 치열한 고민과 육아경험을 겪고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더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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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 '페미니즘' 의 본질이 흐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여성성'과 '남성성' 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꾸는 것이다. 그냥, 진정한 '나'로 거듭날 수 있는 사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모두가 편견에서 벗어나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고 연대해야한다. 부조리한 규범으로 인해 불이익과 불편함을 겪어야 했던 이야기를 꺼내놓으면,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남자도 얼마나 힘든 줄 알아?"라고 답하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이해해보려는 노력을 해주면 안될까? 자신의 슬픈 경험을 입 밖으로 꺼낸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의 슬프고 불편한 경험을 최선을 다해 말했으니, 나의 이 노력이 무참하게 짓밟히지 않도록 함께 도와주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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