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개자식에게
비르지니 데팡트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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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줄거리

10대 때부터 꾸준히 마약을 해 왔으며, 한때 잘나갔지만 나이로 인해 맡을 수 있는 배역이 제한되자 위기의식을 느끼는 50대 여배우 레베카 라테는 40대 유명 작가 오스카 제이야크(본명 조카르)가 자신의 외모를 폄하한 글을 보고 직접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로 시작하는 메일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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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 문제, 극우파, 흑인, 유대인, 트위터에 대해서는 겁을 집어먹으면서도 여자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놓고 미투가 매춘부들의 복수라고 비꼬는 오스카는 자신의 책 홍보 담당자였던 20대 페미니즘 블로거 조에 카타나에게 미투 고발을 당한 상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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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끝날 것만 같았던 레베카와 오스카의 대화는 알고보니 오스카가 레베카의 학창시절 소중한 친구였던 코린의 친동생이었음이 알려지면서 부정적으로라도 계속 이어지게 되고, 둘은 페미니즘 외에도 둘의 공통점인 알코올과 마약 등 그들을 자유롭지 못하게 만들어주는 중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는 이상한 사이를 유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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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판데믹이 발생하고, SNS 교류에 집중하다 오스카를 미투 고발한 후 무차별적인 온라인상 공격으로 인해 불안에 시달려 왔던 조에가 코로나에 감염되면서 혼자 남겨진 여성을 두고 볼 수 없었던 레베카가 그의 집 앞에 음식을 두고 가기 전 짧은 대화를 하면서 셋은 서로 연결되어버리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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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레베카와 오스카의 랜선 우정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오스카를 향한 조에의 저격과 지지자들의 맹비난은 어떻게 마무리될까요?




느낀점

이 책의 제목인 <친애하는 개자식에게> 제 기준 너무 역설적이고 매콤했습니다 싫어하는 사람에게 '개자식'이라는 표현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그 앞에 '친애하는'이라는 소중한 표현을 붙이는 건 제 성향상으로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물론 그래서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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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미투 운동이 메인 주제이긴 하지만 그뿐만 아니라 마약 중독, 코로나로 인한 고립, 사회적 계급, 나이듦으로 인란 세대 갈등, 혐오 논쟁, 공격적인 SNS 환경 등등 전반적인 21세기 사회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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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지니 데팡트의 소설을 읽어본 건 기억상 이번 <친애하는 개자식에게>가 처음인데, 레베카와 오스카가 주고받는 메일 또는 조에의 블로그 포스팅만으로 책의 내용이 흘러가는 게 신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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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에는 <친애하는 개자식에게>에 출연하는 세 인물 중 20대+여성+블로거라는 점에서 조에가 끌렸고 그가 어떤 포스팅을 올렸으며 그 블로그는 소설 속에서 어떤 활약을 했는지가 궁금했는데, 막상 책을 펴보니 읽으면서 연륜의 지혜가 담긴 레베카가 너무 좋아졌고 50대의 제가 저런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다면 정말 잘 살아왔을 것 같다 생각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스카는 이걸 어떻게 여자 작가가 만들어낸 캐릭터지 싶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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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고발이 처음 언급된 시점부터 후반부 직전까지도 미투 운동을 비난하며 (혈압주의) 내가 그렇게까지 잘못한 기억이 없다, 예쁘지도 않은 조에를 매력있는 사람으로 느끼게 한 나에게 고마워해야 하지 않는가, 남자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건 미디어 속 여자들도 일조하는 바가 있다 등등 이야기하는데 친구들과 교환독서 예정이라 필기하는 내내 그런 대사들에 욕설을 적을 수밖에 없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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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고발을 당한 이들은 그저 결백하다고만 하고 자신의 잘못을 축소하기 바쁜데 그래도 피해자는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피해자인 조에가 사이버불링을 당하고 괴로워해야 한다는 점은 아직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 사회도 갈 길이 멀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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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죽이는 남자' 이 문장에서 여자 자리에 직원, 남자 자리에 고용주를 넣으면 언론이 아주 강경해질 거라는 레베카의 메일은 우리가 얼마나 여성 살해를 광범위하게 용인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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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 책이 여자를 선, 남자를 악 이렇게 이분법적으로만 이야기하진 않는 게, 레베카는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동안 분명 남자들도 당한 피해가 있을텐데 언급이 없는 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고 남자들이 편하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말할 수 없는 사유까지도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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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레베카와 오스카가 지독한 온라인 친구관계가 되고 마는 게 (서로를 자신의 '친구'라고 공식적으로 메일에서 발언함) 지속적인 소통의 긍정적인 의미로든 부정적인 의미로든 무서움을 안겨주기도 함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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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내 욕망이 남에게는 노땡큐인 상황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살면서 한번씩은 겪을 거라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짝사랑과 실연 아니겠어요? 다만 그런 상황에서 타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법을 알아가야 할듯 그게 잘못되면 성추행이 되고 스토킹이 되고 나아가서 보복 살인이 될 수 있으니까요




인용구

어린 소녀는 외모로 인한 결과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거나, 매력적이라는 이유로 주변에서 자신을 깎아내린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모를 수도 있어요. 반면 잘생긴 남자아이에게 세상은 모조리 그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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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성공은 그렇게나 허망한 것임에도 정신을 지배해버립니다. 성공은 아기 코끼리 같아서 항상 영양을 공급해주고, 돌봐주고, 바깥바람도 쐬어주고, 즐거움도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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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입 다물라고 강요한 사람들이 다 남자는 아닙니다. 여자도 있었어요. 그 여자들은 내가 겪은 일이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고, 그동안 다들 잘 넘겨왔다고 말합니다. 우리보다 앞선 세대의 여성들은 지난 몇백 년간 이런 사안을 품위 있게 관리할 줄 알았다고요. 하지만 나는 그 여성들이 자신의 수치심을 갉아먹었으며, 불면을 대가로 미소를 얻었다고 말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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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를 찾아내고 위협하고 모욕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할 겁니다. 우리는 납처럼 무거운 뚜껑을 들어 올립니다. (…) 교수형당할 각오를 해야 하는 쪽은 여자를 끌어내리기 위해 남성 우월론적 특권을 이용하는 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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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위를 보유했고, 괜찮은 연수 경력이 있었으며, 부지런하고 정확하며 일을 빨리 배우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그 출판사에 채용되었습니다. 하지만 또한 젊고 날씬하고, 옷도 센스 있게 입고 손톱 손질도 잘하고, 윤기 나는 긴 머리에 커다란 눈과 새하얀 피부를 가진 탓에 채용되기도 했을 것입니다. 취업 시장에서 내가 뽑힌 이유는 젊음 덕이기도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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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러 가기 전에 구토를 일삼았지만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웃으며 출근 인사를 했어요. 소리를 지르면 그의 흥분을 가라앉힐 줄도 모르는 히스테릭한 여자가 되었을 테고, 싫은 표정을 지으면 노력할 깜냥도 안 되는 프로답지 못한 직원이라는 말이 나왔을 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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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옛날이 더 나았다고 말하기 위해 죽어서 이미 묻힌 페미니스트들을 소환합니다. 페미니즘조차 그들 소유라는 얘기예요. (…) 강간당한 사람은 침묵하고, 못생긴 여자는 벽에 바싹 붙어 다니고, 레즈비언은 자신을 숨기고, 원치 않은 아이를 밴 하녀는 어디론가 내몰려 죽어가던 시절. 지배당하는 이들이 그러한 지배를 용납하던,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좋았던 옛 시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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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공인은 인도 위 말뚝 같은 거예요. 사람들이 당신에게 무언가를 걸어둘 수 있고, 오줌을 싸고, 등을 기대고, 추모하거나 구토할 수도 있습니다. 다들 하고 싶은 대로 합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말뚝이 그들이 지나가는 거리에 있다는 사실이죠. 증오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자연스레 다시 호감 가는 사람의 범주로 이동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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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허약하고, 새 모이만큼 먹으며, 극단적 건강염려증 환자이고, 트위터에서 제 이야기가 좋게 회자되기를 기꺼운 마음으로 기다리느라 잠을 자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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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동경하던 성격적 특징은 왜곡되고, 오만함은 회한으로 변하며, 유머에는 요실금 환자의 지린내가 나고, 매력은 변질되어버립니다. 청소년기의 변화와 비교할 수 있겠으나 더 비참하죠. 목소리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이거나 사유의 융통성이 그대로인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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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의 예술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를 원하지만 다른 이를 거스르거나 위험에 빠지는 상황은 원하지 않는군요. 그 말의 의미는 잉크병에 영감이 고갈되었다는 게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면류관을 원하면서도 이마에 상처가 나서도 안 되고 십자가를 져서도 안 된다는 말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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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백만 번이라도 홀로 하는 사랑으로 고통받거나 죽는 편을 택할 거예요. 버림받거나 배신당하거나 창피를 당하거나 학대받는 편을 택할 거예요. 권태에 빠지는 것보다 그 어떤 상처라도 받는 편을 택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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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온라인 활동은 광신주의 그 자체입니다. 일단 자신이 윤리적으로 옳은 편에 서 있다고 믿는 사람은 반대편 진영의 사람을 처단하는 걸 합당하다고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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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마약은 비슷합니다. 국가의 손에서는 합법적이지만 개인의 손에서는 범죄가 되죠. 의사가 처방한 마약을 복용하면 나는 합법적인 마약중독자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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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붕괴한 상황에서 나는 또 하루의 잠 못 이루는 밤, 휴가를 축내는 존재, 어딘가에 끼워 넣어야 하는 침대, 준비해야 할 학용품, 챙겨야 할 식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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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여성에게 약함과 고통과 섬세함의 속성을 부여한 반면, 여성은 골반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출산을 감당하고 폐허가 된 도시에 홀로 남겨져 전쟁에서 살아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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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할 만큼 무식한 최악의 프티부르주아들, 지적으로 가장 열등한 백치들, 부패한 상속자들, 멍청한 콤플렉스 덩어리들. 영화가 진행되는 단계마다 승인을 내리는 건 전부 그들입니다. (…) 오래지 않아 영화는 이제 다음과 같은 모습이 되었습니다. 카우보이, 슈퍼히어로, 군인, 전사, 부유한 유혹자 같은 것들요. 빌어먹게 예쁘장한 여자는 목적 보어일 뿐 결코 동사는 못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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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는 뚱뚱한 여자, 늙은 여자, 똑똑한 여자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십 년에 한 번 딱 한 편의 영화에나 이런 여자들이 등장합니다. 백인이 아닌 여자, 힘이 세고 잘 싸우는 여자, 유머러스한 여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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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용도는 욕망 혹은 강압의 대상이 되는 것, 흑인의 용도는 가사 일을 하거나 춤을 추는 것, 뚱뚱한 사람의 용도는 사람을 웃기는 것, 혁명가의 용도는 처단당하는 것, 가난한 사람의 용도는 배곯아 동정받다가 친절한 부자에 의해 구원받는 것, 외계인의 용도는 제거되는 것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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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생하는 존재가 아니며, 내가 바로 메인 요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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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오존층에 뚫린 구멍이고 기후변화이며 변함없는 화산 용암이자 바이러스의 폭격입니다. 공장이나 극장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습니다. (…) 우리 세대에 급격히 퍼진 감정은 절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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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논쟁이 일어나는 동안 그런 남자들의 고백이 왜 들리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피해자인 여성들에게 발언권을 넘겨주려는 배려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일을 공개적으로 말한 뒤에 엄청난 대가가 따른다는 걸 알고 있어서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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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극도의 혼란으로 미끄러져가는 와중에 우리는 서로 모여 저녁식사 자리나 SNS에서 사람들이 하는 것과 정반대의 행동을 합니다. 자신이 패배자이자 나약한 사람임을 고백하고, 가장 망가진 사람에 속한다는 걸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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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는 그보다 관대합니다. 남자들에 대해, 우리는 낙태를 시키지 않을 것이며, 교육받을 권리를 빼앗지도 않을 것이며, 장작더미 위에서 화형시키지도 않으며, 거리에서 죽이지 않을 것이며, 조깅할 때 죽이지 않을 것이며, 숲속에서 죽이거나 집으로 데려와 죽이지도 않을 것이며, 그들의 태생적 성별을 들어 수치를 주지 않을 것이며, 허기지게 만들지 않을 것이며, 강간하지 않을 것이며, 테이블 아래로 더듬지 않을 것이며, 섹스하고 싶어한다 해서 비난하지 않을 것이며, 공공장소에 나가지 못하게 금하지도 않을 것이며, 권력의 서클에서 배제하지 않을 것이며, 신체 일부를 난도질하지 않을 것이며, 원하는 대로 옷 입는 결 금지하지 않을 것이며,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지 않을 것이며, 열정을 품고 집을 떠날 때 죄책감을 심어주지 않을 것이며, 좋은 배우자 역할을 못 한다고 미친 사람 취급하지 않을 것이며, 성생활을 빼앗지 않을 것이며, 우리 소유인 양 모든 행적과 선언을 감시하지 않을 것이며, 머리모양 좀 신경 쓰라고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순종하지 않을 때 치욕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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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모든 여성의 집이에요. 같은 적을 공유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집. 동일한 고문자, 동일한 학살자, 동일한 강간범. 그들 편에서 보호받는 동일한 스토커와 대항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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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여자들이 패션위크와 다이어트를 다루는 여성잡지를 읽었다면, 지금의 여성들은 페미니스트 계정을 구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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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관점에서 보아도 아름다운 순간, 내가 성취한 욕망, 때로 균열을 일으카고 때로 나를 채운 열정, 부드러운 충돌 같은 만남과 호기심. 그 모든 순간이 내 안에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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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판교
김쿠만 지음 / 허블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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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김쿠만 작가의 앤솔러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판교>

시작에 앞서 아래와 같은 사람들에게 추천드립니다


1. SF와 레트로의 결합이 궁금한 사람 2. 판교에서 일하거나 거주중인 사람 3. 단편소설로 여러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 4. 남해와 관련된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




줄거리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판교

출시되지 못한 게임 AAA 프로젝트 속 인공지능의 과거 회고록 속 게임회사에서 스토리를 쓰던 연우 씨와 말단직원 지우 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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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바다의 초밥

기후변화로 지형과 해수면이 변하고 로봇이 배를 운전하고 초밥까지 만드는 시대에, 손으로 초밥을 만드는 전통을 고수하는 스승의 뜻을 이어 장례식을 치르는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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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yclopedia of Pon-Chak

한때 뽕짝의 대부였다가 IMF보다 더 큰 혼란을 안겨준 '은하 전쟁'의 영웅이 된 신바람 리 박사 특집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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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열차

남해로 향하는 체험운행을 시작한 백년열차 안에서, 소설을 써달라는 철도국의 요청으로 소설가가 실존하는 현실과 소설가가 구상한 허구의 패잔병 이야기가 연결되며 만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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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자율주행 금지 구역

미래 자율주행 시대에 인사고과 AI 때문에 '미래를 부정하며 과거를 그리워하는 망령스러운 시대 부적응자'를 위해 계획되어 구식 자동차만 허가된 '과거형 신도시' 남해로 파견된 후, 급하게 탈 자동차를 사기 위해 중고 거래에서 전 여자친구 미지를 만난 주인공의 연애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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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와이에선 파티가 열리지 않는다

4살 연하 연인 아이린과의 동쪽 바다로의 휴갓길에, 하와이로 간 1살 연상의 다른 연인 메구미를 떠올리는 주인공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우유부단하고 어정쩡한 '하루키 소설 남주'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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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의 마지막 필름

자신의 영화 <펄프 픽션>을 누군가가 시간순으로 재편집한 필름을 찾기 위해 뜬금없이 한국에 나타난 쿠엔틴 타란티노에게 소설을 쓰는 법을 가르쳐 달라는 황당한 부탁을 받은 주인공이 전전긍긍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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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예측해서 소설을 쓰는 인공지능 '미래'의 개발에 관여하게 된 주인공의 유일한 업무인 끊임없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문장을 입력하는 행위를 통해 던지는 글쓰기의 가치에 대한 질문




느낀점


여담으로 처음에 포장 뜯고 나서 표지 보고 외국 자기계발서 원서같다고 생각했음 ㅎ 근데 자기계발이라는 것조차 판교랑 잘 어울리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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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판교> 서평단을 신청하게 된 건 식상하지만 제가 판교에서 일하는 직장인이기 때문에 제목을 보자마자 멈칫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흔히 사람들이 상상하는 미래도시 같은 판교의 이미지는 아니지만 솔직히 그런 이미지는 저도 모르겠고 그냥 제가 아는 동네가 어떤 작품의 배경이면 괜히 친밀감 느껴지고 좋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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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쿠만 작가의 단편소설집 <레트로 마니아>를 3년 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모든 단편집에서 '레드애플'이라는 가상의 담배가 나와서 전혀 다른 이야기들도 연결고리마냥 느껴지는 역할을 했었습니다 이번에도 레드애플이라는 매개체가 나올까 궁금했는데 역시 나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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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훈 평론가에 따르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판교>는 21세기가 4분의 1이나 지나버린 지금, 소설 쓰기라는 행위가 앞으로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가득한 '미래' 계열과 오래된 것들에 대한 향수와 애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질문하는 '과거' 계열로 나뉜다고 합니다 근데 정말 딱 맞는 분석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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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와 레트로 각각 보면 제가 정말 좋아하는 소재인데 이걸 합쳐서 'SF레트로'? 보통 SF는 과학기술이 발달한 미래를 악속하며 쓰이는 장르이고 레트로는 말 그대로 과거의 향기가 가득한 느낌이 들기 마련인데 제 짧은 식견으로서 함부로 추측할 수 없는 방향의 장르라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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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기술의 메카 판교에서 1980년대 이전 노래를 선곡해야 하는 회식, 로봇 팔의 세상에서 한 손으로 초밥을 만드는 전통, 시속 180킬로미터 달릴 수 있지만 노선 개통 100주년 기념이라고 시속 30킬로미터로 주행하는 열차처럼 첨단 기술을 배경으로 만들어졌지만 시대를 역행하는 낡아빠진 것들이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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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장르를 혼합해서 쓰다가 잘못하면 어 그래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는 알겠어..에서 끝나버려서 읽은 사람도 쓴 사람도 머쓱타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판교>에서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음. 이 'SF레트로' 장르는 정말 김쿠만 작가의 필살기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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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타란티노의 마지막 필름>처럼 예상 불가능한 흐름 때문에 바로 머릿속으로 인식이 안 돼서 내가 잘못 읽었나? 집중력이 떨어졌나? 생각하게 만들고 앞 페이지를 이리저리 넘겨보게 만드는 단편들도 있지만 이것도 김쿠만 작가의 심오함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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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미래>는 뭔가 '미래'가 만들었다던 '게임 속 AI의 과거 회상담, 미래 자율주행 시대에 구식 자동차만 허가된 고장에서 벌어지는 연애 후일담, 로봇 손 시대에 초밥 장인이 고수하는 전통, 우주 전쟁에서 울려 퍼지는 뽕짝…' 부분이 앞에 나온 나머지 일곱 개의 단편을 암시하는 것 같았고 종국에는 이 소설집은 모두 '미래'가 쓴 거다! 라고 생각할 법하게 판을 깔아놓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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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마다 각각 다른 향수를 불러일으킬 법한 <백년열차> 의 관광열차를 타보고 싶고 과거형 신도시라는 남해에 살아보고 싶고 인공지능 '미래'가 써주는 제 앞날이 궁금합니다




인용구


나폴리 피자와 남대문 빈대떡을 어설프게 섞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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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철학자가 그랬지. 회상이야말로 짐승과 인간의 분기점이라고. 맞는 말이야. 그런 연구 결과도 있잖아? '인간은 10대와 20대 때 들은 노래를 평생 듣는다.' 다들 어린 과거에 침식되고 싶은 욕망이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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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똑같은 달력을 넘기고 있지만, 살아가는 시대는 제각각이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알아먹기 쉽게 게임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 줘야겠군. 불과 10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스타크래프트>의 시대를 경험한 사람과 <리그 오브 레전드〉의 시대를 경험한 사람의 시간이 과연 똑같이 흐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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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큰 천적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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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은 지금 여러분들도 탈 수 있어. 어떻게? 그저 수십 년 동안 푹 잘 수 있는 장치에 올라타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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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믿기지 않지만 한때 뽕짝의 시대가 있었다. 저 하늘에서 사라진 별만큼이나 까마득하게 먼 옛날이지만. 잔인할 정도로 흥겨웠던 그런 시대가 정말로 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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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제 옛날 이야기보다 더 오래된 옛날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마치 옆 나라의 버블 시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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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동안 고민하고 있는 남자를 기다릴 여자는 쇼와는커녕 에도 때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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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울 문창과 입학이 인생 최대 업적인 것 같았던 과외 선생은 자기 말만 들으면 서울예대와 동국대는 물론 한예종 간판까지 때려 부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정작 내가 때려 부순 건 부모님의 작고 소중한 통장 잔고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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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등단자 전원이 미래 같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우리의 손을 떠나간 게 어디 문학뿐이겠냐, 라고 말하는 듯 세상은 쉽게 문학이라는 두 글자 위로 취소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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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도 인간에게는 예측을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조각나고 해체된 이야기, 통제 불가능한 의외성, 현란하게 흐트러진 서사에 인간은 또 매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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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하우스
전지영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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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창비에서 출간한 전지영 작가의 <타운하우스>

아래와 같은 사람들에게 추천드립니다


1. 스릴러 장르 소설을 선호하는 사람 2.현대사회의 일면을 헤쳐나가는 소설이 흥미로운 사람 3. 너무 자극적이기만 한 소설은 부담스러운 사람 4. 의심과 불안이 안겨주는 몰입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 5. 고요하지만 격정적인 소설이 궁금한 사람




말의 눈 학교폭력 피해자인 딸 서아의 정서 회복을 위해 낯선 섬의 타운하우스로 이사한 수연에게 처음 손을 뻗어주었지만, 자신의 딸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재판을 받게 되자 그의 집으로 찾아와 학교폭력위원회에서 가해 주동자가 아니라는 증언을 해 달라며 압박하는 지희 쥐 해군을 남편으로 둔 아내 윤진의 집에 정체 모를 이가 초인종을 누르고 사라지거나, 쥐를 찾는 '사모'가 민간 어선과 함정의 충돌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가깝게 지내던 '선'의 남편이 갑작스럽게 전역하고 사라지는 등 의문스러운 사건을 연달아 겪으며 고조되는 불안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쳤지만 갑작스러운 폭우로 둘째 아들 민준을 잃은 윤섭과 혜경 부부가 서로에게 남은 앙금을 지우지 못한 채 살아가다가 혜경의 플라스틱 탄알을 계기로 회복을 향해 나아가는 기미 맹점 제약회사 영업사원 재복, 서류를 통과시키는 보험설계사와 함께 법망의 맹점을 이용하여 돈을 벌어온 어시장 상가 안과의사 은애가 자신의 삶 속에 드리워진 맹점을 직시하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첫 발을 내딛는 모습 언캐니 밸리 그림을 전업으로 삼고 싶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한 야간 택시 운전기사 '김'이 과거에 부촌 청학동으로 태웠던 한 손님이 염산 테러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벌어지는 고딕풍 스릴러 소리 소문 없이 예술고등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며 학교에서는 소문을 만들어내는 친구 선화와 거리를 두고픈 혜진이 청한동 저택에서 하숙을 하며 파티가 열리는 날 없는 척 해 달라는 집주인 성 박사의 부탁을 받고 자신의 위치를 서늘하게 자각하는 이야기 뼈와 살 후배 이선이 가진 재능과 열정, 체력 모든 것을 질투하여 한때 그를 모함했음에도 같이 예술 작업실로 들어온 동도 시영아파트에서 함께하며 결국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예술가의 이야기 남은 아이 아들 선우가 학교폭력 가해자가 된 후 자퇴하고 방 안에 스스로롤 가둔 지 일 년, 역시 일상이 무너진 엄마가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 피해자이자 선우의 전 여자친구 태이와의 만남을 시도하는 이야기




전지영 작가의 <타운하우스>는 현대사회의 치욕, 절망, 슬픔, 불안 혹은 불온한 욕망으로부터 삶을 지켜내는 인물들의 애환과 고충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심리 스릴러가 주를 이루는 단편소설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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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앤솔러지 말고 한 작가의 단편소설집은 대부분 작품 중 하나가 책 전체 제목으로 지정되어서 '표제작'이라는 게 있는데 독특하게도 이 책은 표제작이 별도로 없어요! 책의 제목은 이 모든 소설을 아우를 수 있는 키워드를 생각하던 작가가 따로 지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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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캐슬과 펜트하우스와 비슷한 제목이라서 그런 마라맛 소설 모음일까도 조금 궁금했는데.. 아무래도 '현대사회' '적나라' 이런 키워드가 들어가면 요즘은 대부분 자본주의와 계급주의에 미친 사람들의 욕망 때문에 일어나는 미친 사건들을 떠올리거든요.. 하지만 <타운하우스>는 앞서 말한 두 드라마와는 결이 다르게 현실적이라 너무 정신없거나 자극적이지도 않고 적당히 흥미진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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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명쾌하기보다는 찝찝한 기운을 남기는 소설들이 많았고, 평온한 하늘에 불이 활활 타오르는 표지처럼 고요하고도 강렬하게 진행되는 꽤나 어려운 일을 해내는 전지영 작가의 글들이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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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작품 <말의 눈>에서는 학교폭력 피해자의 엄마가, 마지막 작품 <남은 아이>에서는 학교폭력 가해자의 엄마가 주요 서술인물로 등장하는데 <말의 눈>의 수연은 이제 좀 안정되어 가는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 게 애처로우면서 지희가 자신을 돕는 것에 온전히 고마워하지 못하고 저의를 의심한다거나 감전된 지희의 의식이 돌아왔음을 알고 저도 모르게 실망하는 걸 보며 인간이라면 그럴 수도 싶었는데 왜 <남은 아이>의 주인공에게 저는 관대해지지 못하는지.. 굳이 피해자의 상처를 들쑤시려는 '아들맘'답다 여기게 되는지.. 하지만 결국 내게 주어진 진실은 내가 볼 수 있는 것밖에 없다는 주인공의 깨달음은 저도 그냥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것을 캐내면서 살 필요 없겠다 생각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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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눈>에서 타운하우스 사람들이 지희의 남편에 대해 만들어내는 소문을 즐기는 모습이 <소리 소문 없이>와 겹치더라고요 혜진이 하숙하고 있는 집의 여주인 성 박사가 고 박사와의 결혼이 세 번째라는 이유로 만들어진 무성한 소문도 그렇고... 학교에서 실기 1등 예성에 대해 친구 선화가 만들어내는 소문을 즐기는 학생들의 모습도 그렇고요 하지만 결국 학교에서 돈도 없고 재능도 없고 시기질투만 있는 선화와 다른 급이 되고 싶었고, 집에서도 가정부와 다른 급이라 생각했던 혜진의 생각은 성 박사의 부탁으로 완전히 망가지는데, 그렇게 내 객관적 '위치'가 사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낮았을 때 혜진이 느꼈을 수치심과 불안감이 너무 선명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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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소문 없이>와 같은 배경을 공유하는 <언캐니 밸리>는 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구면인데 처음 읽었을 때는 예술을 하고 싶지만 작품이 보편적인 미의 기준과 맞지 않고 여러 이유로 장애인 택시를 운전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예술가의 고충과 의문의 승객에게 집중하며 읽었는데 이번에는 '김승민인 줄 알았지만 장신영이었던' 승객이 청한동에 가서 하고 돈을 버는 일을 생각하며 한 부촌의 폐쇄성과 기이함이 신경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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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등장하는 <뼈와 살>은 소설 막바지에 희망이 없어서 벽에 흡수되어버린 이선을 보고 이거 SF인가..? 싶었음 주인공이 뭐 얼마나 건강하게 질투를 이겨냈는지, 앞으로 남은 작업을 어떻게 이어갈지는 모르겠지만 이선이 평생 자신의 소문을 낸 게 자신을 챙겨준 주인공이었음은 몰랐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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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뼈와 살> 주인공과 비슷하게 '양심에 거슬릴 법한', 더 나아가서 불법인 짓을 한 은애가 결국 지금의 상황에서 더 나아가려는 결말 때문인지 <맹점>도 좀 비슷한 결이라고 느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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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에서 해군 관사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군인의 아내들이 나이 대신, 당사자도 아닌 '남편'의 기수로 서로를 선후배 취급하는 기이한 문화에 점차 적응해나가는 윤진과 상부의 명령을 철저히 수행함으로써 양심과 진실에 다가갈 기회는 잃었어도 관사에 남아 의식주를 보존할 수 있게 된 남편까지 모든 게 위태로워 보였고, 마지막 화재 장면에서 앞으로 더 많은 진실이 타오르면서 내부를 뒤집어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막상 쥐는 끝까지 등장하지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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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적인 화재로 대표되는 '절정'에서 끝나는 <쥐> 다음에는 서로에게 가진 불편한 앙금을 12년 째 해결하지 못하며 서로를 최대한 안 만나는 것으로 위태로운 결혼생활을 유지하던 윤섭과 혜경이 결국 서로의 감정을 눈물로 한번 터뜨리고, 다시 아무 일 없었던 듯 늦잠을 자고 함께 밥을 비벼먹는 등 어찌 보면 잔잔하고 애걔? 싶은 결말이지만 그 둘의 관계가 조금이나마 희망을 보이는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쳤지만>이 나왔는데 이건 인물들의 감정이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달까요? 딱 비교돼서 배치가 좋았음




진짜 위협은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다. 소문, 협박, 회유…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에 비하면 고립감쯤은 충분히 감수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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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하면 과장해서 드러내고 불리하면 철저히 소문으로 치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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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에게 중요한 덕목은 정의감과 애국심이 아니었다. 명령에 따르고 임무를 완수하며 불의의 변수로부터 동료를 지키는 일. 남편은 살아남는 군인의 조건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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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을 축하하는 건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을 치하하는 의미가 아니라 앞으로 닥칠 일을 더욱 조심하라는 뜻이었 다. 젊었을 때는 당연히 보장되리라 여긴 노년의 건강하고 안녕한 삶. 나이가 들면 각별히 유의하지 않고서는 그런 삶을 지킬 도리가 없다는 걸 퇴직 후에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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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때로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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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과 꿈의 불일치는 특별한 불행이 아니라 보편적 일상이었다. 삶을 버티게 해주는 건 대부분 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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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배려란 주로 상대편 사정이 급할 때 베풀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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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듣노라면 마치 청한동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완전히 이질적인, 진실에서 점점 멀어지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들의 이야기는 비현실적인 설정의 일일연속극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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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망의 크기로 넘을 수 없는 벽은 필사적으로 현실을 부정하게 만들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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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일반적으로 현명하다고 여겨지는 소비조차 불가능하게 만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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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이선은 이 일을 지나치게 사랑했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이 일의 주체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일의 운명은 언제나 타인의 손에 달려 있었다. 생애주기에 따른 발달과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치르는 대가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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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부모는 미래에 기대어 아이의 일탈과 방황, 소소한 거짓말과 반항을 인내한다. 기댈 미래가 없다는, 어떤 가능성을 잃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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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누아르 ㅣ 달달북다 3
한정현 지음 / 북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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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와 같은 사람들은 읽어보시오

1. 얇고 가벼운 책을 편하게 읽고 싶은 사람

2. 인물 간 미묘한 관계와 감정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

3. 칙릿 (chicklit) 장르가 재미있는 사람

4. 주요 인물로 여자가 가득한 작품을 선호하는 사람

5. 동경과 사랑으로 인한 여성의 각성이 궁금한 사람

6. 1980년대 근현대 배경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7. 그냥 로맨스 장르를 사랑하는 사람




줄거리


독재자가 생을 마감했지만 또 다른 독재자의 통치 하에 들어가게 된 '로맨스 없는 암흑기'였던 한국의 1980년대, 10명의 자식 중 마지막 아들 하나를 위해 9명의 딸을 낳을 정도로 딸이 천대받던 집안에서 다섯째로 태어나 떠밀리듯 서울로 상경한 '박선'은 한 회사의 경리 직원이 되어 회사에서 이름을 잃고 언제나 대체 가능한 수많은 '미쓰' 중 하나가 된 채 시급 138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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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만난 선배 '미쓰 리'는 선에게 '여기서 웃으면 임신 아니면 낙태, 두 꼴밖에 없다'고 충고하고, 실제로 선은 부장의 방에 들어가면 임신 또는 낙태로 소리소문없이 회사에서 사라지는 광경을 보며 다른 여직원들과는 뭔가 다른 미쓰 리에게 사랑보다는 멀고 동경보단 가까운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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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혼자 남아 일하면서 독재자가 총에 맞을 때 곁에 있었다는 이유로 사라진 한 여가수의 노래를 부르고, 미쓰 리가 낙서처럼 휘갈겨 쓴 종이 뭉치를 살짝 훔쳐보는 등 동물원이자 병원이자 목욕탕이자 운동장과 같은 삭막한 서울에서 미쓰 박이 될 만한 순간에도 선은 자신만의 낭만과 사랑과 행복을 지켜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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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평소와 다른 행동과 복장으로 선을 놀래킨 미쓰 리는 한 종이 뭉치를 선에게 전달하며 열어보면 피곤할테니 그냥 어딘가에 숨겨만 달라며 마지막을 암시한 뒤 떠나고, 선은 그와 얽힌 모종의 이유로 남영동에 끌려갔다 큰 고문이나 성폭행 없이 무사히 돌아오지만 약간의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었고 미쓰 리가 남기고 간 종이 뭉치를 열어보게 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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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종이 뭉치에는 여자를 구박하고 때리는 악하고 강한 남성들이 일으킨 전쟁 때문에 피폐해진 세상에서 최고의 여성 킬러가 등장해 그들을 무찌르는 데서 쾌감을 선사하는 '여성 누아르' 소설이 담겨있었고, 그에 동화한 선은 미쓰 리, 이성희의 뒤를 이어 여성 노동자 독서모임 아카시아에 가입한 후 일과 사랑을 양립하는 데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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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지만 슬픈 건 마지막에 몇십 년 후의 미래를 내다본 선이 바로 <러브 누아르> 작가인 '한정현'과 대면하고, 미래의 한정현 작가는 아직도 여자가 주인공이 되어 모든 토끼를 잡는 칙릿 장르를 출간하기 힘들거라며 칙릿이란 환상 소설이라는 말을 남기는 장면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느낀점


<줄리아나 도쿄> <쿄코와 쿄지> 등 일본, 1980년대의 서울 등을 다룬 소설로 많이 만나본 한정현 작가의 <러브 누아르> 는 총 12편으로 기획된 '달달북다' 3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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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북다’는 칙릿 / 퀴어 / 하이틴 / 비일상 등 각 테마당 3권씩의 짧은 소설을 통해 총 12명의 작가의 시선에서 확장된 로맨스 서사를 선사하는 시리즈인데요, 달달북다 칙릿 테마는 이번 <러브 누아르>를 끝으로 3권 모두 출간되었고, <러브 누아르>를 다 읽고 나니 앞으로 출간될 다른 테마의 달달북다 소설들도 궁금해지더라고요 퀴어 하이틴 그리고 '비일상'은 아마 SF같은 거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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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러브 누아르>의 장르인 칙릿이란 Chick ('젊은 여성'의 속어) + Literature (문학) 의 합성어로, 2030 젊은 여성들을 겨냥한 장르인데 젊은 여성의 삶과 취향을 다룬 문예를 말하는데, 주로 일과 사랑이 담겨있는 이야기가 많다네요 당당한 커리어우먼의 우정과 (때로는)사랑, 일에서 성공하는 이야기들이 폭넓게 말하면 칙릿 장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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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로맨스를 스스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로맨스를 좋아하도록 만드는 것 같다는 구절이 중간에 나왔는데, 여성들이 로맨스를 좋아할 거란 건 다 편견이잖아요? 저는 제 자신으 돌아보게 된 게, 어쩌면 저 역시 로맨스를 그렇게 싫어하는 건 아닌데 '여자는 로맨스지' 이 편견에 굴복하기 싫어서 로맨스를 싫어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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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로 보시면 아시겠지만 책이 84쪽밖에 안 되고 굉장히 얇은데, 특히 소설 부분은 60쪽 정도 되는 아주 짧은 소설이고 나머지 20쪽 정도는 한정현 작가의 메모가 담겨있는 구성입니다 출근길에서 한 번에 다 읽을 수 있어서 가볍게 소설을 읽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추천드려요 마냥 가볍고 찬란하기만 한 로맨스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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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미쓰 리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이 명백히 사랑이다! 라고 직접적으로 한정현 작가가 단언하지는 않았지만 미쓰 리는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거나 미쓰 리의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가는 상상을 하다 부끄러워하는 등 백합충이라면 아 이게 사랑이지 ㅋㅋ 흐뭇해지곤 했는데요, 로맨스도 누아르도 다양한 장르를 여성에게 헌사하는 이 소설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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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라는 암울하고도 낭만적인 시대에 힘들게 살아가던 공장 여성 노동자들에게도 사랑이 존재했겠죠..? 로맨스 없는 암흑기에도 하루하루 꿋꿋하게 살아가는 직장인의 일과 사랑과 낭만에 대해 제고할 수 있었고, 한편으로는 박선과 미쓰 리의 세계에서 3-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모든 것을 쟁취하는 여성의 세계는 쉽게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인용구


일굴이 박색이어서 시집가기는 글렀다는 말을 듣고도 얌전히 있을 줄 알았더니만 별안간 고함을 치며 일어서던 아이. 깡시골에서 서울 공장으로 취업했 다고 뒤도 안 돌아보고 당당히 떠나버린 아이. 9녀 1남을 키우는 그 집에서 장손 뒷바라지하게 돈 좀 보내달라고 하니 전보마저도 끊어버렸다는 아이. 못생겨서 그런가 성격도 사납구만! 사람들은 선을 두고 그리 말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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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있던 세계에 여성들은 가방이 클 필요가 전혀 없었다. 직업 고등학교에서는 더 그랬다. 교과서는 필요 없었고 방학 때는 빨대 공장에 취업을 나가느라 바빴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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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항상 사람 발목을 잡고 한숨을 내쉬게 한다. 특히 선처럼 내세울 것 없는 사람일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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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동물원이다, 그것도 맹수들이 서식하는. 서로를 물어뜯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 약한 사람에겐 약하고 강한 사람에겐 강한. 서울은 왕궁이다. 그야말로 계급이 분명한 이곳, 서울에서 하위 계급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인간 취급이란 없다는 뜻이다. 서울은 병원이다. 온갖 경쟁을 뚫으려다 보니 정신이 남아날 리가 없다. 육체는 말할 것도 없다. 하루에 열두 시간 일하는 것은 기본, 우리는 주 6일을 빙자한 7일 체제다.일요일에 하나님이 아닌 부장님을 만나도 이상하지 않은 이곳. 서울은 목욕탕이다. 속옷 한 장까지 다 내줘야 하는, 그러고도 수치를 몰라야 하는 이곳은 서울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남자와 여자를 짝지어준다는 사이비 종교의 거대한 운동장과 같은 판이다. 남자와 여자는 무조건 사랑에 빠지고 엉겨 붙는 줄 아는… 서울은 그런 곳이다. 그 끝은 결혼이어야 하는 막장 드라마. 그 결혼이 행복이든, 이혼 특급 열차든 여자는 나이가 차면 폐물 취급당하는 그곳이 서울. 이곳에 '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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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이든 공장직이든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이곳에서 여자들에게 이름은 없다. 하지만 이름 대신 어떤 가오랄까, 분위기랄까. 그러니까 유독 도드라지는 그런 거 말이다. 그런 것이 이 언니에겐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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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웃어서 다행이에요. 여기서 웃으면 딱 두 꼴이거든요. 임신 아니면 낙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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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되고 싶냐, 보다는 어떻게 먹은 쌀을 갚아낼 거냐는 말을 듣고 자랐다. 첫째 딸이 서울 공장에서 팔이 잘렸는데도 딸들을 줄줄이 올려 보낸 집안이었다.

​

네, 안 웃을게요. 꼭 그럴게요.

저는 제 자신으로 먹고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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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 리 언니도 이곳에선 최하체다. 왜냐면 여자고 흔해빠진 공장 경리니까. 동물원의 최하체로 취급받는, 왕궁의 무수리 급으로 대우받는, 병원의 1인실도 아닌 다인실의 장기 입원 환자 같은 신세 말이다. 작은 일 하나라도 잘못했다간 더 큰 짐을 짊어져야 하는 사람들. 목욕탕에서 탕의 끝자락도 아닌 샤워부스만 지켜야 하는 그런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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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끔은 선도 자신의 이름을 까먹는다. 선은 이곳에서 미쓰 박으로 불린다. 여긴 많은 미쓰들이 있다. 언제나 대체 가능한 미쓰들.

미래는 사실 상상해본 적이 없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본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할 뿐.

​

사랑이라니…? 삼십대가 되기 전 시집가라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게 듣고서 선 몇 번 본 뒤 결혼이다. 도통 사랑하기 쉽지 않으니까. 게다가 대도시는 서울 하나인데 지방에서 올라온 여성들은 대부분 선과 같은 처지다. 집안이 어려운 장녀라든가, 아들 낳으려고 줄줄이 뽑아낸 머릿수 채우기용 딸과 같은 선의 처지. 가끔 사람들은 여자끼리의 싸움을 부추기는 것도 같았다. 그래봤자 물론 결론은 그저 그런 상대와의 결혼.

​

선의 눈에도 너무 많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손톱이 다 빠지도록 일을 하는 여성 노동자들, 픽픽 쓰러져서 어디론가 업혀서 나가면 다신 못 돌아오는 사람들. 딸이라서 호적에 오르지 못해 병원 진료도 못 받고 떠돌았다는 이야기들, 그러다가 먹고살 일 막막해 어느 섬으로 팔려 갔다는 이야기들. 대체할 딸들은 세상에 여전히 많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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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가 아니에요, 이 세상은.

여자에게야말로 누아르 장르가 필요해요.

누아르는 여성 장르여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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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도 모두 여자의 적은 여자라 하지 않든가. 하지만… 혹시 그 여자들도 예전의 선처럼 그냥 그게 옳다고 배워서 그런 거라면? 먹고사느라 그런 걸 생각할 기회조차 없었다면?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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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37
서귤 지음 / 안전가옥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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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와 같은 사람들은 읽어보시오


1. 안전가옥 출판사 책이라면 믿고 보는 사람 2. 여성서사라고 하면 바로 호감 MAX 되는 사람 3. 악당이 등장하는 액션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 4. 진지함 속 코미디가 버무려진 걸 좋아하는 사람 5. SF 속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




[줄거리]


어쩌다 보니 인생 첫 직장으로 사설 탐정 회사 '스마트탐정사무소'에 입사한 고주운은 첫 상사마저 자꾸 인중의 수염이 거슬리는 사차원 또라이 곽재영인지라 불만과 좌절이 이도저도 아닌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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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에 능동적으로 개입하고 머리를 굴려 추리력을 발산하는 탐정소설 속 이상적인 모습과는 달리 업무의 95%를 감시와 대기로 보내야 하는 상황 때문에 회사에 대한 불신, 상사를 향한 의심, 그리고 한심한 자신을 향한 측은지심 등이 뒤죽박죽 되어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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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즈음, 자동차 제조사 하일모터스에서 국토부 조사와 법적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기기 결함으로 급발진이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교통사고 피의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사하고 약점이라면 뭐든지 전달달라는 의뢰를 재영과 주운이 담당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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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사고로 인해 손녀 해민과 지나가던 대학생이 죽는 사고를 내고 만 피의자 안경숙 씨는 급발진 사고에 연루된 사람들을 조사하는 PD로 분장한 재영과 주운을 경계하면서도 마음을 조금씩 열어 도움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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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아무런 공통점이 없어 보이던 급발진 사고의 보행 피해자들이, 실은 마약 거래에 연루되어 있으며 그들의 얼굴을 인식한 자동차들이 일부러 특정 사람들을 향해 급발진하는 '계획된 연쇄살인'이라는 게 드러나면서 사건은 한층 더 복잡해지고, 두 번의 교통사고로 주운과 재영은 본인들 역시 타깃이 되었다는 걸 알면서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던 중 그 배후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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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고 싶은 사람과 죽이고 싶은 새끼들 때문에 한 여자가 스스로 악당으로 재출현하는, 악당에 대한 프리퀄같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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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점]


일단 <급발진>을 읽으면서 서귤 작가의 문체가 매력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작 <삼국평화고등학교 테러 사건>에서 만난 진지한 말투와 좀 다르게 친근한 구어체에 중간중간 드립과 해학이 들어가는 아예 새로운 문체였거든요 가수로 치자면 창법이 노래에 따라 달라지는 재능을 가진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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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삼국평화고등학교 테러 사건>이 중간에 주운이 재영의 집에 들어와 어색함을 견디면서 만진 책이고, 재영이 이를 언급하다가 다시 머쓱해지는 맥거핀으로 작용되어서 이 책을 아는 사람으로서 작가와 코드가 통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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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을 보면 대부분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저명한 탐정이 나타나서 수색 영장 없이도 권위를 이용해 다양한 사람을 소환하거나 장소를 수색하는데, 그건 다 소설 속이고 실제 탐정은 현장 업무의 95%는 숨어서 증거가 눈앞에 나타나길 기다려야 한다는 점, 게다가 정식 교육 과정이나 매뉴얼이 없기에 각자의 기량으로 성과가 나는 비즈니스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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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더군요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아슬아슬하게 활동하는 리스크 큰 현장직의 비애가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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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문제에서 생각해볼 것도 많았습니다 가령 운전이 자동화된 시대에서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 몰라서, 주의하지 않아서, 실수로 다른 사람을 지옥에 보내버렸을 때 어디까지가 정상 참작이 되는 부분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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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정상 참작이 불가능하다 해도 결국 직접 복수하는 것은 사적 제재에 불과하지 않은지? 하지만 <급발진> 속 빌런을 막기 위해 주운과 재영이 보이스 피싱 기업과 담합해 침투한 행위도 결국 사적 제재가 되어버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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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책을 읽다 보면 단순히 급발진 사고뿐만 아니라 데이트폭력, 보이스피싱, 성착취, 가정폭력, 직업 내 여성혐오, 냄비근성 등 너무 현실적인 사회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초반에 주운과 재영이 의뢰를 받아 접근하게 되는 대상인 경숙도 마지막 추격 장면에서 다시 나타나 큰 역할을 하는데, 이 캐릭터로 인해서도 충분히 '여성서사'가 만들어지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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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운전 잘 하는 베스트 드라이버가 억울하게 운전 미숙으로 사람 2명을 죽였다고 낙인찍혔다면 저라도 억울하고 분노가 치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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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라고는 1도 없는 주운의 이성 연애관계가 두 번 등장해 읽는 동안 가슴을 퍽퍽 치게 만드는데, 소설 초반 누가 봐도 맘 식은 이성혁과 연애 중이면서도 '내가 바쁘니 성혁이가 외로워서 이러는 거'라며 자신의 탓을 돌리기 바쁘고 이후 한 편이 된 보이스피싱 단체 소속 정현성과 눈이 맞아 자신을 진심으로 위하는 재영마저 내팽개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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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독자에게 기대도 진심도 안겨주지 않는 그런 로맨스 덩어리들이죠 경찰을 관둔 지 얼마 안 된 재영을 살린 건 주운이었고, 주운이 힘들 때 버팀목이 되어준 건 재영이었는데! 둘이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쌍방구원 아니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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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 가득한 여자는 남미새가 될 수밖에 없나.. 하지만 주운이 나약하다고 해서 성혁에게 가스라이팅당하며 범죄에 이용당하는 게 정당화되지 않고, 현성에게 홀려 리벤지 포르노까지 촬영당할 이유가 될 수는 없는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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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스릴러라는 주제 치고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조금씩 유머가 향신료처럼 첨가되어 있었지만 결말로 달려갈수록 웃음기 없이 무겁고 진지하게 흘러갔기에 몰입이 깨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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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자 하는 욕망과 불타오르는 정의감과 약자에게 느끼는 연민보다 강한 건 타인을 향한 사랑이고, 내가 급발진 연쇄살인의 대상이 아니게 되더라도 그럼 남아있는 너는 어떻게 하지? 에서 나오는 걱정과 두려움이 그들을 사방이 자동차로 가득한 위협에서 버틸 수 있게 해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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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운, 곽재영, 김지연(누구일까요?) 초성이 다 같은 이 세 여자의 운명처럼 얽힌 이야기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서귤 작가의 말을 읽고 나면 <급발진>의 다음 편이 있을까 싶어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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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느낌이란 게 있잖아. 직감, 예감, 인생 빅데이터, 조상신이 흔드는 레드 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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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이런 거야. 만약 당신이 테일러숍에서 스리피스 정장을 맞춰 입고 나왔는데 코를 파다가 실수로 소매에 코딱지가 묻었다고 가정해 보자고. 아니면 웨딩 촬영 중인 신랑인데 신부가 쓴 티아라에서 실처럼 늘어진 본드의 흔적을 본 거지. 혹은 5성급 호텔 딸기 뷔페에 갔는데 디저트 트레이 맨 꼭대기에 놓인 핑크빛 마카롱의 코크에 철 수세미 조각이 끼어 있다거나 하는 상황인 거야. 그걸 신경 쓰지 않고 쿨하게 넘길 수 있겠어? 무리잖아. 힘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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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이 있지요.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을 땐 메신저를 공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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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인간 고주운은, 곽재영이 남기고 간 따뜻한 것, 흔히 사람들이 애정이나 관심이라고 부르는 몽실몽실한 호의의 구름에 파묻혀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어. 인생에서 좀처럼 없었던, 두려움도 걱정도 없는 밤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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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면서 심플한 디자인, 열림교회 닫힘, 미국산 한우, 손으로 직접 뽑은 기계 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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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제 손으로 모든 걸 망쳐 버렸다는 절망, 자기를 향하던 따뜻한 손길과 눈빛과 미소가 이제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릴 거라는 상실, 결과적으로 또다시 버림받을 거라는 분노에 가까운,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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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서, 주의하지 않아서, 실수로, 쾌락 때문에, 돈이 필요해서, 다른 사람을 지옥에 보내 버렸죠? 그래 놓고 얘기해요? 이용당한 것뿐이니까, 그런 의도가 아니었으니까, 오해를 받았으니까, 억울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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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서울역에서 어린 고주운이 자신을 죽음에서 삶으로 돌려보냈던 것처럼, 이번에는 자신이 고주운을 어둠에서 빛으로 돌려보내야 할 차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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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야한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 받았고 친구한테 보조 배터리를 빌려 놓고 안 돌려줬고 게임하다가 상대방 부모님의 안부를 물어서 계정 정지를 당한 적이 있어. 하지만 지금은 제값을 내고 영화를 보고 빌린 물건은 재깍재깍 돌려주고 게임하면서 욕을 해도 혼잣말로 한단 말이야. 사람은 달라져. 더 나아질 수 있어. (…)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반성하고 앞으로 다르게 살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그게 조금씩 부족한 우리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설득하고 말리고 싶었대.

박민성은 몰랐던 거지. 세상에 절대 변하지 않는 악인이 존재한다는 걸. 경험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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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럽달까, 미련하달까, 지나고 보면 쓸데없는 자존심 싸움인데도 그 순간엔 무엇보다 심각하기 마련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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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해로운 자 때문에, 그런 해로운 자의 잘못된 신념 때문에, 우리 해민이 같은 일이 생겨선 안 돼. 정말로, 정말로 그러면 안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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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울분과 슬픔이 졸아들고 졸아들어 얼마나 진득하게 그의 혈관을 틀어막았을지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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