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이면서도 속물적인 이중성’, ‘하나님께 사용되기보다는 하나님을 이용하고 싶은...’, ‘축복에 눈이 먼 야곱...그러나 마침내 모든 사람을 축복해주는 야곱’...저자의 서문에서 소개한 책의 뼈대이다. 이 뼈대는 목차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운명과 의지, 시간과 방향, 축복과 기복, 벧엘과 벧엘, 일상과 신앙, 심판과 훈련, 지혜와 술수, 원수의 얼굴과 하나님의 얼굴, 세상 안과 세상 밖,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
저자는 책의 초반부터 쉴 틈 없이 야곱에 대해 토로한다. 그는 표현을 아끼지 않고 담아야할 내용도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고 쓸데없는 내용을 나열하는 것도 아니다. 밑줄을 긋다보면 원래 밑줄 위에 쓴 책처럼 변해 버린다. 이렇게 초반부터 아낌없이 풀어내다가 “끝부분을 어떻게 채우려고 그러나?”라는 걱정을 하게 만들 정도로 저자의 ‘생각의 근육’은 탄탄하고 자신감이 철철 넘친다. 그리고 그의 표현은 고상함과 천박함을 거리낌 없이 담는다. ‘똥침’, ‘깝죽거리지 말아야한다.’ 등등... 어쩌면 저자의 성격일 수도 있지만... 최소한 이 책은 그렇게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산 ‘야곱’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오늘 저자는 이 한 문장의 글로 나를 기경하기 시작했다.
‘축복에 눈이 먼 야곱...마침내 모든 사람을 축복해주는 야곱...’
“하필이면 그토록 속물처럼 살아가는... 끝까지 변하지 않을 계산적이고 약삭빠른... 살기위해 치열하다 못해 처절하게 씨름하는 그가! 왜... 하나님의 선택을 받았을까?” 멋있는 남자, 누가 봐도 매력적인 에서가 우선순위에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성경은 에서의 ‘잘남’을 가벼움으로 표현한다. (창25:34- 에서는 장자권을 가볍게 여겼다-바른성경) 인생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담기에 가벼웠고, 그 치열한 인생을 담아내기에도 가벼웠던 멋있는 사람, ‘에서’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야곱의 치열함과 처절함이 결코 가볍지 않고 녹록하지 않은 인생과 신앙의 무게를 담아내기에 적합하다는 것을... 그가 ‘육체의 사람, 에서가 감히 넘볼 수 없는 하나님을 소망...’(p.24) 해야 했던 마음도 말이다.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사람들, 가지고 있는 작은 것을 붙들고 차마 놓지 못하고 망설이는 사람들, 답답하다 못해 ‘화’가 나는 그들이, ‘야곱’이다. 아니... 사실은 ‘나’이다. 저자는 하나님께서 그런 그들과 나를 쓰레기통에 내던지지 않으시는 이유를 야곱에서 찾는다. 그리고 변화의 이유도 야곱에게서 찾는다. 너무나 인간적이기에 너무나 하나님이 필요했던 사람... ‘야곱!’
저자는 그를 고대와 현대를 통틀어 가장 인간적이라고 표현한다. 맞다! 너무나 인간적인 야곱! 나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웃고, 손가락질하고, 혀를 차며 고개를 젓다가 부끄러움에 빠진다. 그에게서 ‘나’를 보기 때문이다. 그를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는가? 야누스와 같이 돌려가며 보아야만 알 수 있는...아니 아무리 보아도 다 알 수 없는 존재... 그것이 인간이 아닌가? 그가 야곱이 아닌가? 그리고 알다가도 모를 ‘나’아닌가? 그래서 “다 알 수 없는 하나님을 닮은 존재가 인간이 아닐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해본다. 끝으로 저자의 책에서 느낀 것은, 엄청난 독서량에서 쏟아져 나오는 지적 자신감, 그러나 그것을 맘껏 자랑하는 현란한 글쓰기 대신 독자를 위해 절제해주는 현명한 글쓰기...?^^; 그렇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