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하튼, 철학을 팝니다
김희림 지음, 길다래 그림 / 자음과모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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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철학을 팝니다.] 김희림 저. "다이어트한 철학을 만나다." 최병유

 

저자를 처음 만난 것은 한 글 쓰기 학교에서 아버지를 대신하여 모임에 참석한 자리에서 였다. 아직 고등학생처럼 수수하고 동글 동글한 얼굴을 한 어린 청년이었다. 그의 책도 한 권 읽은 적이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종교와 신앙에 대해 편지를 주고 받은 것을 묶어 출판한 책이었다. 더 어린 나이에 주고 받은 편지의 내용은 4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나에게 충격이었다. 그 앎이 참 풍성했다. 그리고 다시 만난 것이 페이스북에서였다. 개그철학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리고 있었다. 속으로 "허어... 이 친구 대박치겠는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 친구가 일을 저지른 것 같다. 책이 나왔다. 가독성은 좋다. 철학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어렵거나 복잡하고 무겁지 않다. 하지만 대충넘어가기에는 숨겨진 것들이 많다.

 

1. 한 문장에 웃음과 울음을 담았다.

"철학개그"라는 책 이름처럼 철학이 개그와 만났다. 깊은 생각과 위트가 넘치는 책을 떠올리라면 "탈무드"였다. 쉽게 비교할 대상은 아니겠지만 외향은 꽤 비슷한 성격을 띄고 있다. 유쾌하지만 그냥 흐르지 않고 생각이 머물게 된다. 그 자신도 한 문장에 "웃음과 울음"을 담았다고 말한다. 그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글을 쓰는 사람은 다 안다. 그런데 그 일을 잘 해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흥행에 성공할 것 같다. 특히 철학이라는 고질적인 무거움에 다이어트를 시켜버렸다.

 

2. 다이어트한 철학을 만난다.

이 책에서 만나는 철학은 군더더기가 없다. 철학이 우리에게 부담스러운 이유는 무엇을 발라내야 하는지 다 중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철학에 대해서 설명이라도 할라치면 이것저것 생각하고 알아야 할 것이 수없이 달라붙는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모든 것을 과감하게 다이어트 시켰다. 살이 쏙빠졌다. 그 많은 이야기를 짧게, 재미있게,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낸다. 그리고 그 내용을 더 짧은 제목에 담아버린다. 모르긴 몰라도, 수백권의 책과 총동원된 지식을 짜고 짜낸 치열한 수고로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다이어트한 철학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3.과거의 생각이 지금 우리와 만난다.

그는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철학이다. 정확히는 철학적 사고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이 결코 과거에만 머물지 않고 오늘을 사는 ""에게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오늘은 혼란 그 자체이다. 진통하고 있다. 거리에서, 가정에서, 직장에서, 온 나라에서 신음소리와 뒤섞인 분노의 외침이 가득하다. 어이가 없는 현실을, 당연하고 정상적인 것으로 보는, 또 다른 어이없는 현실이 우리를 또 어이없게 만들고 있다. 한마디로 어이없는 세상에 살고있다. 그 현실을 김희림이란 청년은 거침없이, 눈치없이 폭로한다. 나는 주변에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의 영향력에 눌려 눈치있게 살때가 많다. 그런데 이 청년은 눈치가 없다. 과거의 생각과 우리를 만나게 하고 웃게 하고, 부끄럽게 한다. 웃기다고 손가락질 하던 대상이 얼굴을 돌렸을 때 내 얼굴이었음 깨닫기 때문이다. 철학이 시대를 항해하는데 이래서 필요하구나라는 필요성을 잘 알게 한다.

 

그의 책에서는 철학과 인간이 만난다. 그가 철학을 하는 이유는 "인간은 재밌어!"(156)라는 한 마디에 담았다. 다른 수많은 뜻깊은 내용들이 많지만 그것은 책을 사서 읽기를 바란다. 철학을 하게 되면 말보다 생각이 많아지고, 쓸데 없는 잡설과 잡음이 사라진다고 그는 생각한다. 일단 책을 읽을 때만큼은 잡생각, 잡설, 잡음이 사라진다.  내 머릿 속에서부터 다이어트가 일어난다.   읽을만 하다.  그리고 훌륭하다.  요즘 철학하는 청년에게 누가 눈길이나 주는가? 그런데 그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나는 이 책을 기꺼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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