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평전 - 모세의 생애에 대한 역사적·사회학적·영성학적 접근
엄원식 지음 / 대장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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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 권을 구입했다. [모세평전] 엄원식 교수가 쓴 책이다. 대학생 시절, 야인의 기운이 느껴지는 구약학교수님이 계셨다. “너무 열심히 살지 마요. 다 헛된거에요”, “책도 많이 읽지 말아요. 근심만 많아지는 거에요”, “여러분은 강도에요. 일반 성도들은 얼마나 힘들게 바쁘게 사는데 당신들은 전도사라며 대우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요? 그래서 당신들은 강도 같은 사람들이에요!”말하는 것 하나하나가 가시돋힌 것처럼 호의적이지 않았고, 다 이해할 수도 없었지만 뭔가 해주고 싶은 진심이 느껴졌었다.

그의 학문적인 영역은 독특하고 깊었지만, 돼지에게 진주를 던져줘 봐야 소용없다는 듯, 언제나 아껴지고 감춰진 느낌이었다. 그의 가르침은 책한 권 사서 순서대로 읽고 밑줄 치는 식의 초등학생 수업이었다. 때로는 뭐 저런 교수가 있나?”싶었고, 때로는 뭔가 있는 분인 것 같은데... 가르쳐주지를 않으시네...”라는 아쉬움이었다. 어쩌면 인생의 황혼, 마지막 자신의 책일 것이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늘 그분과 똑 닮은 책 한 권 써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책이다.

그의 책을 구입했다. 마지막 역작치고는 디자인이 촌스러웠다. 가끔 오타도 보인다. 하지만 명불허전이다. 그가 그토록 조심스러워야 했던 이유가 가감 없이 느껴졌다. 그 당시 얘기해줘도 받아들이지 못할 성경의 이야기들이 거리낌 없는 바람처럼 휙휙 지나간다. 그 속에 그의 신앙과 믿음의 결이 드러난다. “... 이래서 가르쳐주지 않으셨구나... 성경을 고작 초등학생 수준으로 보고 믿었으니 그렇게 가르치고 배워야 했구나...”라고 깨닫는다.

반가웠다. 그 옛날 호감 가득하게 보았던 스승의 책을 손에 쥐니 그때로 돌아간 듯 즐거웠다. 반가웠다. 그의 못다한 가르침을 마저 받는 것 같았다. “이제는 중학교 수준으로 가르쳐줘도 알아는 듣겠구나~”라고 인정해주신 것 같아서 흐뭇하다. 반가웠다. 늦었지만 그의 걸음 그림자 뒤에 설만큼 더 나아진 걸음을 걸었다는 생각에 반갑다.

생각이 넓어지져야 더 나은 사람이 된다. 오랜만에 책으로 만난 스승과 겹치는 걸음을 걸어도 될 만큼 조금 나아진 사람이 된듯하여 참으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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