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다시 봄 - 개척 전에 교회를 먼저 건축한 푸른마을교회 이야기 동네 교회 이야기 시리즈 6
유재춘 지음 / 세움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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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다시 봄] 글쓴이 유재춘 도서출판 세움

그는 음식으로 비유하면 심심한 죽과 같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느낌이다. 신학교에서 그를 만났지만 처음 만남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그때처럼 웃으며 다가오는 사람이다. 그는 혈기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착해보였다. 한마디로 심심한 사람처럼 보인다. 산들 부는 봄바람처럼 어디에나, 언제나 기분 좋게 다가오고 휙 사라졌다. 그래서 이름이 재춘(다시 봄~? 책이름과도 같네^^)인가보다.

신학교 동기모임이 있었다. 31년 만에 만나는 이도 있었다. 내가 그들과 멀리 걷는 삶을 걸은 탓이다. 그 자리에 그 친구가 있었다. 그가 책을 냈다. 교회로 살아간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아놓았다. 책을 읽어보았다. 그의 글도 그를 닮아 심심하다. 입에 넣고 한두 번 오물거리면 넘어가는 죽처럼 한 장 두 장 술술 넘어간다. 하지만 손에서 놓아야 할 타이밍을 자꾸 놓쳐버린다. 읽다보니 바닥을 비워야 속이 시원해지는 죽처럼 끝까지 나를 끌어 당긴다. 앉은 자리에서 수월하게 다 읽고 말았다.

잠시 이런 저런 생각이 오고 간다. 그리고 이 글을 쓴다. 그가 지나온 이야기에 대해 간단한 소감을 써주는 것이 예의 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의 글은 꾸밈이 없다. 현란하거나 화려하지도 않다. 그래서 그와 같다. 글에서 글쓴이가 보이면 삶을 잘 담은 것이다. 지식과 새로움을 눌러 담아 온갖 유익으로 채워놓은 멀티비타민 같은 책들도 있지만, 그의 책은 죽과 같다. 다른 것을 받아들일 힘이 없어 마지막으로 입에 들이는 죽과 같이 몸과 마음을 살게 하고 편안케 한다.

그러나 정작 그의 삶은 그 죽조차 넘기지 못할 만큼 절박했음을 알았다. 건축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처럼 저리게 다가왔다. 멈춤의 순간마다 삶도 소망도 멈춘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비처럼 쏟아낸 그의 눈물 방울이 내 손등에 떨어지는 듯 했다. 모든 것이 막히고 무너졌을 때 찾아오는 두려움을 훨씬 지나, 저 끝에서나 만날 것 같은 절망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도 그랬던 거다.

생애 한 번도 끌어내 보지 못했던 용기로 부끄러움과 면목 없는 선택을 하며 버텨냈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였고, 우리가 사랑하는 교회의 이야기였다. 그는 죽과 같이 심심하다. 그의 글도 죽과 같다. 하지만 흰 죽이 아니다. 영양가득 담아낸 전복죽이다. 죽보다 전복을 더 많이 넣고 끓어내려는 어머니의 전복죽이다.

그와 이 책을 가장 솔직하게 소개하고 싶었다. [교회, 다시 봄]이다. 코로나19를 지나며 교회는 많은 실망과 부끄러움으로 피폐해졌다. 덩달아 쇠약해진 우리에게 평안함과 위로를 전해주는 영양가득 담아낸 전복죽 같은 그의 삶과 교회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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