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예수 -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앤서니 르 돈 지음, 김지호 옮김 / 도서출판100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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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르 돈 [역사적 예수 :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제목 "다윗에게는 칼이 없었다."  최병유

 

책날개에 쓰여진 저자에 대한 소개는 이 책의 성격과 방향성을 담고 있다. 앤서니 르 돈은 역사철학, 역사적예수, 사회기억이론, 유대인-그리스도인의 관계에 관심이 있는 평신도 신학자이다. 이 책은 정확하게 그의 관심사를 따라 전개된다. 역사철학의 배를 타고 과거로 향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의 여정이 의외의 곳이다. 성경도 아니고, 역사적 예수도 아니다. 예수를 기록한 이들의 '기억'. 그 기억으로 향한다. 유대인과 그리스도인. 예수를 기억하는 그들에게로 걸어간다. 그는 이들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로 예수를 풀어내는 모험을 이 책에서 시작한다.

 

1. 우리는 내가 가진 기억과 다른, 타인의 기억을 만날 때 당황한다.

수양관에 담당목사로 부임하고 2달만에 재정집사님이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장례를 직접치뤄주었고 남겨진 미망인과 어린아들을 성심껏 대했다. 항상 안타까운 마음이었고, 그 가정이 평안하기를 축복했었다. 그러나 그 즈음 교회에 분란이 일어나고 원치않는 편가르기가 시작되었다. 그 바람은 수양관에도 불었고, 직원들도 서로 나뉘어져 반목했다. 결국 한 쪽은 짤려나갔고, 다른 한 쪽은 눈치를 보며 살아남았다. 새로운 직원들이 충원 되면서 미망인 여집사님은 팀장으로 승진되었다. 성실했고, 홀로 남겨졌지만 아름다운 신앙인이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여집사님과 마추치고 "집사님 이번에 팀장이 되셨다는 소식 들었어요~ 정말 잘됐습니다. 축하합니다!"라고 축하해주었다. 그리고 10여년의 시간이 흐른 어느날 그분의 소식이 전해졌다. 폐암에 걸려 투병중이고 나와 연락이 닿기를 원한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분이 나에게 큰 상처를 받았고, 많이 괴로워하셨다는 것이다. 그럴리가 없는데... 그것은 진심어린 나의 축하의 말 때문이었다. 그때 나의 축하의 말이 그 분에게는 "그 상황에서 너만 좋은 자리 차지했냐~?"는 비아냥으로 들렸던 것이다.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그런 오해를... 10여년이 지나서야 풀린 오해가 조금의 짐을 덜어내고 가는 마지막 가는 길이기를 소망했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기억"의 불확실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2. 기억은 믿을 만한 것일까?

우리의 기억은 자기의 자리에서 이해된 과거이다. 똑같은 사건을 보았어도, 나와 타인의 기억이 다르게 저장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억"을 부정확한 것, 오류가 숨어있는 정보로 치부한다. 우리는 신앙인이다. 그 신앙의 근거는 "성경"이고, 이 성경은 누군가의 기억을 통해 기록되었다. 그들의 기억은 "예수"에 대한 것이었고, 놀라운 것은 성경 스스로의 기록도 같은 예수를 다르게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기억은 과연 믿을 만한 것일까? 기억이 믿을만한 것이 아니라면, 성경이 보여주는 예수는 신뢰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 예수를 성경을 기록한 그들의 기억에 의지해서 신앙해도 되는 것일까?...

이 책은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기독교 신앙은 "절대주의"에 근거해서 보았고 해석했다. 이 절대성은 의심받을 수 없으며, 오류가 있어서도 안되는 영역이다. 그러나 "포스트 모던시대"가 도래하고 모든 것이 의심받고 해체되는 세상에서 기독교 신앙, 성경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절대주의의 옷을 벗겨내자 성경의 진리도, 그 기록 속의 예수도 양파껍질 벗겨지듯 벗겨져버렸다. 과연 기독교 신앙은, 역사의 예수는 거짓인 걸까? 오로지 성경을 기록한 저자들의 부정확한 기억에 기대어 우리는 저돌적인 이 도전을 방어할 수 있을까? 골리앗 앞에 잔뜩 기가 죽은 이스라엘처럼 바닥에 바짝 엎드러져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3. 기억은 지각을 통해 해석된다.

그때 다윗이 등장한다. "창과 칼은 내게 없지만 만군의 여호와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 놈을 처단하겠다!" 그리고 돌맹이가 날아간다. 그 돌맹이에 골리앗이 쓰러지지만 성경은 말한다. "다윗에게는 칼이 없었다." 다윗은 쓰러진 골리앗에게 성큼 성큼 걸어간다. 그리고 골리앗의 허리춤에 있는 칼을 뽑아들고 그 머리를 쳐내린다. 다윗은 칼이 없었지만 골리앗의 칼로 그를 제압한다. 오늘 이 책이 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저자는 포스트모던적 역사가의 옷을 입고 다윗처럼 등장한다. 그리고 수많은 기억의 부정확함 뒤에 숨겨진 사실을 증명해낸다. 기억이 없다면, 그 사건도 없었던 것이다. 다만 그 사건이 다르게 기억되는 것은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라는 책 서문에서 "역사가 무엇인지 또 하나의 대답을 제시해 보려는 의도는 없다. 위대한 역사가들이 우리에게 전하려고 했던 생각과 감정을 듣고 느껴봄으로써 역사가 무엇인지 밝히는데 도움될 실마리를 찾아보려 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그도 역사의 사실 자체가 아닌, 그 역사를 기억했던 역사가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그들에게 도움의 실마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놀라운 전환이다. 방패만으로 버티던 우리에게 방패를 빼앗아던지고, 적의 칼을 우리의 손에 들려준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 공수의 전환을 이뤄냈다는 것에서 놀라운 것이다. 그는 기억이 아니라, 지각을 통해 해석된다는 사실을 말하고 또 말한다.

 

결론

예수는 어떻게 기억되었을까? 그 기억은 믿을 만한 것일까? 그리고 그 기억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은 "기억"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역사적 에수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조금만 진지하게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당신은 설득당할 것이다. 다윗에게 없는 칼을 골리앗에게서 찾듯이, 우리에게 없었던 새로운 칼을 얻게 될 것이다. 그 칼을 찾고 있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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