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란 이렇다. 극복하려고 애쓸 때는 꿈쩍도 안 하다가 때로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스르르 극복된다. 물론 죽을떠낸 자리처럼 완전히 말끔하고 평평하진 않지만, 이제 나는그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만나기 싫다는 생각에는 시달리지 않는다
거친 말이 되겠지만, 나는 보들레르에게선 인생의 한 측면을, 랭보에게선 인생의 한 시기를, 말라르메와 발레리에게선 ‘인생은 아닌 어떤 아름다움을 본다. 그러나 나에게 인생 그 자체는 릴케다. p.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