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2016년을 여는 첫 책으로 문화인류학적 담론을 담은 책 <사피엔스>를 완독했다.

저자 유발 하라리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인간의 발전사를 한 숨에 써 내려간 작품이라는 생각에 호기심이 일었다.

우선 역사학 전공자인 저자의 지식과 문학적 역량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인류의 문화사를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군더더기 없는 설명으로 약 600페이지 분량에 담을 수 있다는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게다가 지루하지 않는 문장력이 한 몫 한다.

번역의 공이 일정부분 있겠으나 자칫 늘어지기 쉬운 이야기들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덕분에 마치 역사를 가미한 소설을 읽는 느낌까지 받았다(독자 취향에 따라 이 감상은 지나친 것일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많은 이들이 피력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막상 눈에 보이는 이득이 없다는 이유로 등한시하는 형편에서 <사피엔스>가 주는 효용은 의외로 가시적이다.

가령,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디저트 문화, 이는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생겨난 개인의 기호와 취향의 변화를 반영한다. 하지만 몸에 좋지도 않은 설탕과 버터, 고칼로리 음식을 우리는 왜 다이어트를 부르짖으면서 결국은 폭식하고 마는 걸까.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이는 우리 유전자에 새겨진 흔적 때문이다.

“3만 년 전 전형적인 수렵채집인이 손에 넣을 수 있는 달콤한 식품은 오직 하나, 잘 익은 과일뿐이었다. 무화가가 잔뜩 열린 나무를 발견한 석기시대 여성이 할 수 있는 가장 타당한 행동은 그 자리에서 최대한 먹어치우는 것이다. 그 지역에 사는 개코원숭이 무리가 모두 따 먹기 전에 말이다. 고칼로리 식품을 탐하는 본능은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달디 단 마카롱과 각종 케이크에 탐닉한 사람이라면 저자의 이 문장이 위로가 될 수 있겠다. 누구라도 지금의 너의 잘못된 또는 후회하는 모습은 단지 너의 의지 부족과 나태함 때문이 아니야라고 한다면 마음이 한결 가볍지 않을까.

 

또 현대인들의 여러 심리적 병증들, 자연적 생활을 추구하고 노마드적 삶을 소원하는 것은 우리의 조상들이 농경을 시작하기 전 긴 수렵채집 생활을 하면서 형성된 사회적, 심리적 특성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게걸스러운 유전자이론과 맥을 같이 한다.

 

<사피엔스>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유전적 요인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저자는 현대과학과 자본주의가 서구 열강과 아시아 열강의 경제, 기술, 정치, 군사력 격차의 결정적 단서라고 말한다.

과거 유럽이 지금처럼 막강한 정치적 힘과 경제권을 획득한 것은 아니었다. 존재하는 것 조차 몰랐던 중국과 아시아의 여러 제국들은 근대 과학의 발전 이전에는 유럽 못지않은 부와 정치력을 행사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발전해도 격차를 줄이기가 요원한 현재의 서구 열강과 아시아 국가의 경제, 사회, 문화적 격차는 오랜 시간 형성되어온 진보라는 이상에 대한 종교, 문화적 배경으로 이뤄낸 이론과 과학이 열쇠라고 분석하고 있다.

 

저자의 설명은 단순히 인류 역사의 발전상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인류, 즉 사피엔스가 긴 역사적 시간동안 자행해 온 전지구적 만행에 대해서도 가감 없는 성토와 비판을 가한다.

유럽인들의 기호를 채우기 위해 수많은 노예가 아메리카로 팔려가고, 증오심으로 수백만 명을 살해한 종교나 무관심과 탐욕으로 수백만 명을 살해한 자본주의나 사피엔스가 자행한 악행의 일부라는 것, 지구 한켠에서 현대 경제가 성장하는 데는 수없이 많은 범죄와 악행이 뒤따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책 속의 한 줄>

"대서양 노예무역이 아프리카인을 향한 증오의 결과가 아니었던 것처럼, 현대의 동물산업도 악의를 기반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그 연료는 무관심이다.”

 

 

 

 

이번에도 일부 학자들은 호모 사피엔스에게 면죄부를 주고 기후변화 탓을 하려 든다. 하지만 미 대륙이 똥덩어리 문제를 회피할 수 없다. 우리가 범인이다. 진실을 외면할 방법은 없다. 설사 기후변화가 우리를 부추겼다 할지라도, 결정적 책임은 인류에게 있다. p.115

자연은 가능하게 하고 문화는 금지한다. p.2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