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 누구와, 어떻게,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가?
제현주 지음 / 어크로스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201511월 기준) 청년층(15~29)의 실업률은 8.1%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실업률 3.1%보다 2.5배 이상 높은 수치다.

첫 직장에서 30년 이상 근속하고 청춘을 바치고, 가정을 꾸리고, 노후를 준비한 후 퇴직하는 이전 세대의 풍경은 이제 먼 일처럼 여겨진다.

언제부터 한 직장에서 뼈를 묻는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됐을까 궁금해 하는 사람도 지금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저자는 직장이 곧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던 아버지 세대의 직업관의 의미를 헤아릴 겨를 없이,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유랑하는 노마드적 직장을 견뎌내는 우리세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자 역시 자신의 아버지처럼 첫 직장에서 퇴직하는 직업인의 삶을 살아내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감지하며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남들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회사에서 하루 15시간 이상 일했던 치열한 직장생활을 괴로워하거나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다만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 다니는 사람도 어느 날 정말 죽을 것 같은신체적 압박에 시달리다보면, 또는 돈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다 보면 과연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에 대한 의심과 질문을 하게 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또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책에 담긴 모든 챕터, 모든 문장이 공감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길 원하는지 배우지 못하고 찾을 기회도 없이 자랐던 우리 세대가,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단지 번듯하고 좋은 직장,  출세가 보장되는 직업을 고르고 그렇게 되기 위해 교육되어져 왔던 그 숱한 세월을 뛰어 넘어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피력한다.

어떤 일이 나에게 가치 있는 일인지 찾는 방법,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으면서 생활인으로서 부족함 없는 직업, 직장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또 저자가 서둘러 결론 낸 협동조합의 이점을 살린 직장 만들기가 얼마나 유익한지 설득력있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단 개인적으로 꼽는 이 책의 미덕이라면 한 번쯤 누구나 막연하게나마 고민해 봤을 직업 선택 고민의 과정과 결국 나에게 필요한 것,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과정에서의 건실한 가이드라인 하나쯤은 책 속에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는 그런 고민의 시간을 잠시 누려 볼 기회를 얻을 수도 있겠다.

그리하여 다르게 살고자 한다면 결국 더 유능해야 한다. 이것이 흐한 자기계발서의 주문과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다 해도 어쩔 수 없다. 다만 유능의 준거가 세상의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유능해야 할 이유가 온전히 나의 것이어야 한다. ‘남들만큼’이 아니라 ‘나름대로’ 먹고 살며, 시장의 명령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이면서 일해야 한다.

내리막 밖에 남지 않은 것 같은 오늘이 어디서 왔건, 그것을 뚫고 지나야 하는 것은 오롯이 ‘나’ 그리고 ‘당신’이기 때문이다.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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