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그의 칼럼에서 느껴지는 '돌려까기'식 유머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책장을 펼쳤다. '10년 지옥 훈련'이라는 광고 카피에 호기심이 인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책의 물성에 깊은 애정이 있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 전반적인 책 구성이나 편집에도 눈이 갔다.

별색 처리에 대한 부분은 특히 관심을 갖고 싶지 않아도 관심 가는 항목인데 우선 가독에 영향을 크게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과하지 않은 별색처리가 마음에 든다.

그의 얼굴이 정면으로 들어가 있지 않은 표지도 마음에 든다.(특별한 감정이 있는건 아니다. 그의 얼굴이 자평하듯 '못생겨서'도 아니다. 그냥 너무 정직하거나 꾸민것 같은 정면 컷은 부담스럽다)

 

내지 도비라에서 뛰어오르듯 역동적인 저자 사진이 여러 장 들어가는 것은 무엇을 의도한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그냥 면수만 늘린 것 같아 보기 좋지는 않다. (쉬어가는  페이지로도 적절치 않은 듯)

 

내용.

글 좀 쓴다, 책 좀 읽는다 하는 유명인들의 저작들은 대개 너무 깎아놓은 듯 딱 떨어져서 대필 냄새가 나기도 하는데(또는 구성에 빈틈이 없어 읽기 싫어질 때도 있었다)

'서민적 글쓰기'는 그의 문체 특징이나 유머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 같아 술술 읽힌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의 전작에 대한 자아비판 격 내용에 너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 듯 하고, 제목을 의식한건지 제목에 의도를 담은건지 그의 글쓰기 특강도 조언도 아닌 뭔가 알려주려는 항목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하듯 껴들어가 있어 마지막 부분은 좀 지루하다.

 

칼럼니스트들의 역량은 짧은 글 안에 기승전결이 뚜렷한, 짜임새 있는 글을 얼마나 지루하지 않게 잘 쓰느냐에 있다고 볼 때, 300페이지에 가까운 단행본의 경우 칼럼처럼 짧게 끊어가지 않는 이상 뒷심이 부족하기 쉽다는 생각이다.

 

서민적 글쓰기의 아쉬움이라면 그런 부분에 약간 걸려 넘어졌다는 점이다.

그의 에피소드만을 모아 글쓰기에 접목시켜 풀어나가기에는 에피소드의 내용에 다양함이 없고, 제목이자 주제인 '글쓰기'에만 포커스를 맞추다가는 여타의 전문 작가들이 내놓은 글쓰기 가이드북에 밀릴 것이 뻔하기에 그런것인가 대략 나만의 분석을 해본다.

 

하지만 읽고 나서 '시간만 버렸다'는 느낌을 받는 자기계발서나 쓰레기 같은 잡문을 모아 놓은 책에 비하면 3시간 반 동안의 독서시간이 아깝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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