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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여자들
다이애나 클라크 지음, 변용란 옮김 / 창비 / 2021년 7월
평점 :
최근 연이어 읽은 몇 편의 소설 가운데 여성의 몸과 마음의 상관관계에 밀도 있게 그린 작품이 있었다. 외연은 '데이트 폭력'이 주제였지만, 깊이 들어가 보면 여성 자신이 가치를 부여하지 않은 '몸'과 그 몸에 폭력을 가하는 남성, 그리고 결국 그 폭력의 시작점은 여성 스스로가 몸에 대해 무지했고, 자신의 내면을 사랑하지 못함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내용이다.
다이애나 클라크의 첫 장편 <마른 여자들> 또한 여성 내면의 복잡한 심리, 그리고 이와 무관하지 않은 몸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 쌍둥이 자매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건강하게 고민할 기회를 얻지 못한채,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고, 처음에는 크지 않았던 그 틈이 점차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양극단으로 치닫게 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야기의 두 주인공 릴리와 로즈는 서로가 하나라는 생각을 가진 쌍둥이지만,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의 자아로 존재하면서 낮은 자존감, 불안정한 가정 환경의 영향으로 마음의 충격적 균열을 경험한다. 그 결과 한 명은 폭식을, 다른 한 명은 음식을 거부하고 이들의 삶 또한 교집합 없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 각자는 자신의 생활 속 장면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이에 따른 심리 상태를 확인한다. 소설에 나오는 생존을 위한 음식 섭취나 거식증 환자들의 내면이 점점 파괴되는 장면을 보면 저마다 사연을 가진 등장인물의 면면이 우리네 다양한 인생 속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는 요소들로 이뤄져 있다는 점을 문득 깨닫게 된다. 그럴 때,과연 나 자신은, 책을 읽는 독자는 나의 몸을, 마음을, 내 정체성을 얼마나 고민하고 살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책의 두 주인공 쌍둥이 자매들은 매우 아프고, 어리석고, 안타까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자신들의 위태로운 현실을 때때로 자각하곤 하는데, 그럴 수 있는 힘은 서로에 대한 애정이었다. 현실을 부정하고, 자기 합리화만을 앞세워 옳지 않은 길을 걸을 때도 있지만, 결국은 아주 작을지라도 '사랑'이라는 것을 동력 삼아 - 그것이 타인에 대해서든, 나 자신에 대해서든 - 조금씩 다른 삶으로의 방향 전환을 시도한다는 점이 이 소설이 가진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특정한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다. 내가 왜 나 자신에게 이런 짓을 하고 있는지. 사람들은 언제나 나에게 물었따. 왜 너 자신에게 그런 짓을 하고 있니?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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