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다는 것 (양장)
김중미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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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미 작가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역시 괭이부리말 아이들이다. 개인적으로는 2015년에 발표된 모두 깜언이 더 큰 울림이 있었던 작품이다. 이제 여기에 곁에 있다는 것을 새로운 의미를 남긴 책으로 더해야겠다.

작가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대개 가난하고 부족하지만, 비굴하지 않고, 강인하다. 여러 주인공 중에는 물론 약하고, 안타까운 모습을 한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작품 안에서 보여주는 모습에는 다양한 인간의 면면들이 스며있어 결국은 미워하지 못하고 공감하게 된다.

이번 작품을 본 누군가는 또 가난이야?’ 반문할 수도 있겠다.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는 도시 빈민촌이 무대이고, 그곳을 벗어나지 못해 괴로워하거나, 그곳을 이용하거나, 그곳에서 희망을 찾는 사람들이 나온다.

일제 강점기 때의 공장과 스러져가는 일본식 판잣집이 있는 동네 은강은 이제 사람들에게 버려진 곳이 됐다. 이곳을 지키는 지우와 강이, 여울이는 할머니 대부터 3대가 한 가족처럼 의지하며 살아온 친구들이다.

지배와 전쟁의 역사를 여자의 몸으로 살아온 할머니들은 자매처럼 가깝게 지냈고, 7,80년대를 먹고 살기 위해 공장으로 내몰리며 여성으로서, 한 사회인으로서 살아낸 엄마들은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려 하거나, 또는 평범한 한 시민으로 살고싶어 했다.

결국 모두의 인생이 행복하게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자란 지우, 강이, 여울이는 결국 은강이라는 동네는 버리고 떠나야 하는 장소가 아니라, 자신들의 새로운 희망의 터전임을 깨닫는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익은 서사 속에 살아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이다. 보육원에 버려졌지만 현실을 외면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아픈 뿌리를 용기있게 마주하는 남매와 이들을 온정으로 보듬는 한 가정, 그리고 그 가정에서 연대의 힘을 자연스레 터득하는 주인공 지우와 그 친구들의 성장을 보면서 독자는 마음에 응어리진 문제를 간접적으로 분석하고, 인지하고, 결국 이해하는 용기와 방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나 아닌 누군가는 직접 겪는 현실 문제들을 다시 짚어보게 된다. 청년문제, 주택문제, 노동문제, 공공정책문제 등 남의 일로만 생각하려는 이기적인 요즘 세대 분위기를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환기해볼 기회를 얻었다.

김중미 작가의 책은 한번 붙잡으면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다. 그건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결국에는 독자로 하여금 마주하게 하는 작가의 글, 그 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주변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잖아.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거지. 눈길의 가장자리가 더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듯이, 우리처럼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더 잘 보고 더 빛날 수 있잖아."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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