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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 새로 읽는 한미관계사
김준형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학창시절 역사교육을 받긴 했지만 시험 준비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역사, 특히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관련 서적을 찾아 읽어 본 적은 없다. 대학시절 해외여행 자율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이때에는 경쟁하듯 미국이나 드물게는 유럽으로 유학을 떠나는 친구들을 보면서 마냥 부러워만 했었다. 그러다 어느날 문득 수업시간에 그렇게 들었던 ‘한반도의 지리적 숙명’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왜 우리나라는 만주벌판을 누비던 고구려 역사를 가졌으면서도, 조선시대에는 우리와 상관없는 명과 후금의 전쟁에 애꿎은 조선인의 목숨이 희생되어야 했으며, 결국은 청의 침략에 머리를 조아리는 치욕의 역사를 감내할 수밖에 없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미국이라는 나라는 왜 우리의 우방국이면서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우방인지 아닌지 알 수 없을 만큼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전지작전권을 갖고 한반도의 평화를 담보한 통제를 호시탐탐 시도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접한 친미 성향의 뉴스와 기성세대가 만든 미국에 대한 프레임 안에서 발현된 정보 속에 살아온 터라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한미관계를 설명해 주는 일반서적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읽게 된 이 책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은 기존에 읽어던 여느 한미 관계 해설서와는 새로운 관점으로 한반도의 상황을 풀이하고 있다.
조선의 개항부터 현재까지 약 140년간, 3세기에 걸친 우리나라 역사를 18개 장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1882년 한국과 미국의 첫 교류인 ‘조미수호통상조약’부터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정책과 한미 관계를 한번에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당시의 시대 상황, 정책의 기조와 아쉬운 결말의 원인을 분석한 부분과 노무현 정부 당시 이라크전 파병으로 전 국민의 마음을 애타게 했던 그 사건의 의미를 분석한 부분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왜 더디게 발전했는지, 정권 교체 시마다 미국이 정말 다수의 기성세대 인식 속에 있는 우리나라의 보호자, 우리를 전쟁에서 도운 구원자로서의 미국이 모호한 태도를 보인 것에 관한 의문을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저자는 책에서 “햇볕정책은 우리가 주도해서 시작한 것은 맞지만 미국이 제정하는 규칙에 좌우된 운명을 지녔고, 이것이 결국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우리가 처한 국제정치의 차가운 현실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책에서 표현한 대로 ‘한미동맹의 신화’에 대한 내용과 역사적 사건, 이를 분석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한 대목을 보면, 단순히 한미 관계의 외교적 실리를 따지자는 의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 내부의 각성을 권고한다.
‘신화’란 강렬한 희망을 담은 이상적인 이야기이다. 한미관계가 ‘신화’로 머물러 있을 때, 우리는 온전한 주권국가로 그 힘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책이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정확히 인식하고, 새로운 한반도 평화전략을 고민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