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마도 - 김연수 여행 산문집
김연수 지음 / 컬처그라퍼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김연수 작가의 신간은 빠짐없이 챙겨보는 편이다.

애정하는 한국 소설가 중 한 명이고, 신간 중에서도 산문은 김연수 작가만의 유머와 시각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의 산문을 좋아한다.

이번 책은 '여행 산문집'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서 호기심이 배가된 데다, 책 속 문장이 새겨진 맥주잔도 얻을 수 있다길래 무조건 구매해서 읽었다.(이런 굿즈는 구매욕을 불러일으키는 법! 독서 자극제라고 표현하자...)

4년 여에 걸쳐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에 연재한 글을 묶은 이번 여행산문집은 개인적으로는 너무 긴 연재기간이 가독의 즐거움을 반감시킬 것으로 우려됐고, 역시나 언제, 어느 시기에 연재되었는지 추측하기 어려운 여러 편의 글로 인해 궁금증을 해결할 길이 없어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지금 상황과 맞지 않은 사실이나 시기적으로 설명이 필요한 편에는 따로 설명이 붙어 있긴 했지만, 연재된 년월을 모두 기재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개인적 아쉬움이 있다.)

 

다짜고짜 개인 취향의 아쉬움을 언급했으나... 역시나 김연수 작가의 산문은 여러모로 읽는 재미가 있다.

보통 여행기라고 하면 사는 곳이 아닌, 낯선 곳으로 떠난 과정과 그곳에서의 에피소드, 다른 나라가 여행지라면 그 곳의 문화와 사람들에게서 느낀 감정 따위를 나열하는 것이 주를 이루지만, <언젠가, 아마도>는 장소나 사람, 음식, 풍광뿐 아니라 이런 요소들에서 연상되는 작가 내면의 변화, 그 변화를 촉진시킨 생각, 추억에서 건진 연상의 편린들을 버무려 읽는 동안 집중과 이완을 반복할 수 있어 색다른 재미를 느꼈다.

글쎄.... 잘 나가다가 예상치 못한 멘트(그의 가치관이 낳은 기발함?)로 기운이 빠지거나 빵 터지거나, 혹은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 역시 김연수 작가의 산문집에서 기대하게 되는 요소들이다.

 

요즘 책값이 내용에 비해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 구매보다 대여해서 읽고 싶은 유혹이 많지만, 애정하는 작가의 책은 소장하는 재미도 있고, 나른한 나날 중에 전두엽을 자극한 신간이이었으니 여러모로 만족한다.  

평상시 우리가 배우들처럼 다른 캐릭터가 되어볼 기회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지라면 다를 것이다. 출국 심사를 받기 전에 여권을 심사관에게 건네는 것도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그건 자신에 대한 정보가 적힌 여권을 제출함으로써 이 나라에서 살던 자신을 반납했음을 명시하는 절차라고. 잘 안 되면 수염이라도 붙여보자. 이렇게 다양한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본래의 나로서만 살아가는 것도 엄청난 낭비일 테니까. -p.241

여행지는 낯선 땅이기 때문에 무방비의 순간에 목격한 한 장면이 마치 인생의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다가올 때가 있다.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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