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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오브 워터 -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황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소설같지 않은 소설이다.
내용을 전혀 모르는 채로 책을 집어들었던 터라.. (그저, 어머니에 대한 글?이라는 정도? 인종문제를 다루었을 것 같은 책이라는 정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가슴이 아리기도..
이런 것이 실화라는 것이..믿기지 않았고..
나름 편견없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상.. 편견에 사로잡혀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컬러 오브 워터'는..
제임스 맥브라이드 (작가이자.. 재즈 뮤지션인..)의
어머니, 그리고 형제 자매.. 할아버지.. 등등 가족을 다룬 책이다.
1996년도에 출간되었는데.. 왜 이제야 우리나라에 번역서가 나온건지 모르겠다.
책을 읽을 때.. (책의 종류에 상관없이)
목차와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유심히 보는 편인데.. (에필로그는 책 다 읽고나서 보곤 하지만..)
이 책의 프롤로그는 뭔가 남다랐다.
피부색이 옅은 어머니와.. 가족사에 대해 잘 몰랐다는... 아들인 저자..
두서없이 어머니의 삶과 자신의 삶을 담았다는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책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책은 25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제일 첫 챕터는.. 화자가 어머니가 되어..
저자에게 이런저런 말을 꺼내기 시작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담긴다.
챕터 2는.. 화자가 저자가 되어
어렸을 때 겪은 일들과 어린 12명의 자녀들을 키우면서 살아가는 젊은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다음 챕터는.. 다시 어머니의 시선으로 돌아가서
어머니의 어린 시절.. (저자의) 할아버지 이야기와.. 미국으로 이민 오는 과정.. 등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다음 챕터는.. 저자의 시선으로 돌아가고..
이렇게 시선이 바뀌는 책은..
예전에 읽은.. '어머니를 부탁해'라는 책 이후 처음인 것 같은데..
(어머니를 부탁해보다.. 시선 이동/화자 이동이 훨씬 절도있게 바뀌어서
따라가면서 복잡하게 느껴지거나 하질 않는다.)
마지막으로 치달을수록..
어머니의 시선인지.. 아들의 시선인지.. (어머니가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에 찾아가서 그 당시 인물들을 인터뷰하는 부분부터..)
헷갈릴 정도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모아진다.
유대인과 백인과 흑인..
인종 문제에 대해 그.. 뿌리깊고 질긴 편견들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고..
억세게.. 세상을 맞닥드리면서, 자녀들을 잘 키워낸 저자의 어머니를 보면서..
그리고, 조용하고 묵묵히.. 자녀를 키워낸.. 저자의 어머니의 어머니를 보면서..
세상의 어머니들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머니없이는.. 우리는 세상에 태어날 수 없다.
신이 어머니에게 '모성애'라는 것을 주어서
연약한 우리를 잘 키워내게끔.. 어머니를 훈련시키시는 것 같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부모님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고
부모님의 마음을 더 헤아리게 되는 것이.. 다 그런 맥락이 아닌가 싶다.
종교에 대해서도.. 자존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다.
빠져들듯 읽었는데,
이번 명절에 다시금 꼼꼼이 읽어봐야겠다.
내나 나의 가족을 되돌아보는.. 에세이를 쓴다면,
우리 자식이 우리를 반추, 회고하는 에세이를 쓴다면..
그 내용이 어떠해질까..
잘(?) 살아야겠다고.. 열심히.. 그러나 중심을 잃지 않고 잘(?) 살아야겠다고..
조용히 내 자신에게 속삭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