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혀 -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권정현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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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칼과 혀‘.

이 작품은 일본이 동아시아 점령을 위해 세운 만주국(1932~1945)을 배경으로 만주국이 패망하기 전 이 곳을 통치하던 일본 관동군 사령관 오토조, 오토조를 암살하려는 중국인 요리사인 첸, 조선군 위안부로 고초를 겪다 다 만주로 도망쳐온 길순, 이 세 사람이 서로를 향해 겨누는 칼과 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은 다른 여느 소설보다 캐릭터의 힘이 강한데 세 명의 주인공은 각자의 조국이 처한 상황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도마를 따라 운명처럼 요리사가 된 첸은 도마 위에서 재료를 향해 칼날을 세우고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킬 음식을 요리하듯, 나라를 되찾기 위해 적의 심장부로 들어가 자신만의 방식으로(독으로) 적을 정복하려 했다. 최고의 광둥요리로 일본군의 입맛을 지배하고 하루하루 그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것은 자신이 만든 요리(중국)임을 각인시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독을 이용해 일본군을 암살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첸의 암살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게 되고 혀를 반쯤 잃은 처형을 당한 상태에서도 다시 요리로, 자신이 다스리는 불로 적을 무력화 시키려고 노력한다.

 

오토조는 만주국 통치 실권을 가진 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국의 패망을 앞두고 전쟁의 공포를 느끼며 자신이 먹는 음식, 그리고 미륵불에 집착하는 자이기도 하다. 칼과 혀로 만주국을 통치하지만 정작 내면의 불안은 적의 칼과 혀로 만든 요리로 잠재우는 것.

 

마지막으로 조선의 여인, 길순. 일본군 위안부 출신으로 독립군 오빠를 찾아온 만주땅에서 우연히 첸과 만나 오토조 암살계획에 동참하게 된다. 남성적인 세계, 폭력적인 전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지만 결국 그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선 자신 역시 적을 죽여야 한다.

 

이렇듯 세 인물의 삶에서 서로 다르게, 이중적으로 작용하는 라는 메타포를 발견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론 그것이 가진 함의를 생각해보는 것이 이 소설의 큰 재미였다. 사실 첸이 하는 광둥요리에 대한 좀 더 잘 알았더라면 작가의 의도를 조금 더 깊이 이해했을 것 같아 개인적으론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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