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부리의 대횡단 - 마법의 돋보기로 숨을 그림을 찾아보는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아가트 드무아.뱅상 고도 글.그림, 이세진 옮김 / 보림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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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꿈을 꾸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물건은 새로운 생명을 얻어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마치 어른의 눈엔 보이지 않는 스크린이 눈 앞에 펼쳐진 듯 보이는 것 너머를 마음껏 상상하는 것은 어쩌면 아이만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빨강부리의 대횡단>은 이러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그림책이라 할 수 있는데, 아직은 생소한 프랑스의 신인 작가 아가트 드무아와 뱅상 고도가 함께 작업한 작품이다. 장식 미술을 공부한 작가라 그런지 빨간 선과 패턴으로 그린 간결하고도 감각적인 일러스트가 매우 인상적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온 세상 새들은 일년에 딱 한 번 같은 시간, 같은 나무에 모인다고 하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빨강부리새 역시 그 곳을 향해 처음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빨강부리새에게 여행 도중 만나는 나무 숲, 텃밭, 도시, 빙산, 바다 등 처음 만나는 신기한 풍경과 생명들의 모습은 새롭기만 하다. 빨강부리새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어린이들을 닮았다.



그런데 이 책의 재미를 더하는 것이 또 있으니 그건 바로 책의 앞장에 들어있는 돋보기!

빨강 셀로판지가 덧대어진 돋보기를 그림에 대어보면 작가가 창조한 또 하나의 세계가 나타난다. 빨간 선으로 그려진 일러스트 아래 또 다른 층위의 하늘색 일러스트가 숨어있었던 것. 부산스러운 나뭇잎 속에 숨어있는 다람쥐 집, 텃밭 아래의 두더지 마을, 빌딩 숲 속에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지하철역에서 저마다의 하루를 위해 길을 떠나는 사람들, 남극 빙산 아래에서 숨쉬는 바다생명 등 빨강부리새가 여행길에 만나는 풍경 너머엔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처음엔 엄마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그저 듣고만 있다가 돋보기로 보는 세상이 신기한지 아이는 유심히 한 장, 한 장 살펴본다. 아이가 가장 좋아한 페이지는 울창한 숲, 나뭇가지 더미 아래 지어진 거대한 개미왕국과 지하철 역에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숨겨진 모습을 볼 수 있는 페이지였는데 평소 무심코 지나친 주변 풍경들의 뒷 뒷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인지 한참을 반복, 몰입해서 보았다.

 

이 책을 읽고나면 아이와 비밀 그림 그리기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엄마는 빨간 색연필로, 아이는 파란색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책에 포함된 돋보기로 아이가 그린 비밀 그림을 찾아보는 것! 집에 있는 빨강, 파랑, 노랑, 초록색 셀로판지까지 꺼내어 더 많은 비밀 그림을 그리는 것도 방법인데, 책을 통한 또 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빨강부리의 대횡단>을 통해 보이는 것 너머의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 혹은 내 주변의 사물과 환경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는지 눈여겨 관찰해보는 것, 그것이 바로 아이의 호기심을 일깨우는 시발점이자 아이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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