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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육아를 회사에서 배웠다 - 글로벌 기업 16년 경력 워킹맘들이 전하는 육아 경영 노하우
김연정.정인아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2월
평점 :
최근에 출판업계의 불황에도 육아서만큼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누구나 처음 엄마가 되고 나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막막해질 때가 있다. 학교에서 배워본 적도 없고 부모님께 조언을 구하자니 예전과 다른 양육환경으로 인해 신뢰하기가 어렵고(사실 구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의 선배맘들의 해법은 각기 다르다. 그래서 찾는 것이 육아서가 아닐까 싶은데, 육아에도 트렌드라는 게 있어서 그 때 그 때 유행하는 육아법에 따라 비슷한 주제의 많은 책들이 쏟아진다.
최근 출간된 이 책은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워킹맘 2인이 자신들의 사회경험을 바탕으로 ‘가정’이라는 조직관리와 사회인으로 성장할 우리아이에게 필요한 ‘역량‘ 교육의 노하우를 전하고자 쓰여졌다. 워킹맘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육아서들이 워킹맘이 가장 불안해하는 아이와의 관계 개선이나 정서적인 문제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 책은 엄마가 겪은 직장에서의 에피소드와 트레이닝법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지, 어떻게 그것들을 가르칠 것인지 방법론을 중심으로 풀어간다. 이 책은 크게 2가지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번째는 '엄마 CEO의 스마트한 가정조직관리 비법' 이고 두번째는 '리더 엄마의 통하는 인재로 키우는 법'이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신입사원에서부터 중간관리자까지 총 16년간의 회사생활을 통해 얻은 교훈을 '가정'이라는 조직에 적용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먼저 워킹맘의 육아는 불완전할 수 밖에 없기에 죄책감을 갖기보다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할 것과 워킹맘이기에 가질 수 있는 사회경험의 교훈들을 육아에 적용시켜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가정의 공동창업자 아빠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육아에 참여하길 요구하고 최대한 지원하길 강조했다. 또한 가정을 하나의 조직으로 본다면 '엄마'는 가정의 분위기와 미래를 이끌어가는 리더라 할 수 있는데 때문에 조직위에 군림하는 보스가 아니라 솔선수범하는 리더의 자세로 육아에 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회사에서 경험하는 회의 문화, 1:1 미팅 문화, 보고서 양식 등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아이와의 육아에 적용해보는 것도 좋은 시도라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실제 자신들이 근무하는 글로벌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의 역량(리더십, 도전정신, 창의력, 프리젠테이션 스킬, 영어)와 이에 필요한 트레이닝(목표관리, 시간관리, 독서관리)을 어떻게 육아에 접목할 것인지 보다 실질적인 노하우를 전한다. 실제 글로벌기업에서 브랜드마케팅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지는 중간관리가된 엄마들의 현장 에피소드와 역량교육의 경험을 육아에 접목하여 활용한 이야기가 차례대로 소개되는데 그 중 인상깊었던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1) 작은 성공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가족이 함께 아이의 중,단기 목표를 세우고 관리하는 것, 2)리더십의 본질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 3)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일기쓰기와 질문 놀이, 4) 영어의 필요성과 자신감의 중요성, 5) 독서록을 질문으로 채워보는 것 등이다.
하지만 이 파트를 읽다보면 마치 자기계발서를 읽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엄마의 경험치를 기준으로 기업에서 필요로하는 인재를 모델로 삼다보니 '이렇게 키워야 글로벌 인재로 성공해' 라는 판단이 가미되어 있고, 두 저자가 모두 광고/마케팅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다보니 해당 분야 직업군의 특징에 국한되어 엄마들이 각각의 아이가 가진 고유의 재능과 흥미를 찾아 발현시키는 데에 도움을 주진 못하는 것 같았다. 예를 들어 모든 아이가 리더가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창의력'이 없어도 성공한, 혹은 성숙한 사회인이 될수 있는 것이기에.
육아라는 것이 한 가지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엄마와 아이 사이의 지극히 사적이고도 다면적인 관계를 어떻게 잘 맺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육아서를 맹신해서도 전문가들의 충고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결국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몇 권의 육아서를 읽고 엄마 자신이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문제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는 것, 그리고 실질적인 방법론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