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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 장도연·장성규·장항준이 들려주는 가장 사적인 근현대사 실황 ㅣ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1
SBS〈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제작팀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4월
평점 :
최근 눈길을 끌었던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 날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되었다.
TV 방송이 탐사보도나 고발방식이 아닌 한 출연자(장도연, 장성규, 장항준)가 다른 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성이 특이했고 프로그램의 소재 역시 가벼운 가십거리가 아닌 우리나라 근현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주요 인물이나 사건을 상당부분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관련 내용이 TV로 잠시 방영되고 휘발되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매체의 형식이 콘텐츠의 내용,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들의 태도를 결정하는만큼' 많은 이들이 다시 한번 관련 기사나 자료를 찾아 읽었으면 좋겠다~싶었다. 때마침 책이 출간되었으니 챙겨보지 않을 수 없지~
이 책에는 방송에서 다룬 소재 중 7가지 - 카사노바 박인수 사건, 공작명 KT 납치사건, 무등산 타잔 박흥숙 사건, 서진룸살롱 살인사건, 탈옥수 지강현 인질극 사건, 1992 휴거 소동, 지존파 납치 살인 사건- 를 담고 있다. 책의 서술방식도 방송 구성 그대로 한 명의 이야기꾼이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하듯 쓰여있어 쉬이 읽히더라.
이 책을 통해 사건이 벌어진 당시의 보도 행태나 사회분위기에 대해선 처음 알게 되었는데 과거 우리 사회 모습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이었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김대중 전대통령 납치사건(공작명 KT 납치사건)'의 전말을 읽으며 1970년대 군사독재시절의 정치적 탄압과 끔찍한 인권 유린 현장을, '무등산 타잔 박흥숙 사건'을 보며 경제개발이란 목표 아래 국민을 대상으로 얼마나 많은 국가적 폭력과 차별이 행해졌는지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에는 굵직굵직한 정치적 사건 뿐만 아니라 살인자, 탈옥수 등이 저지른 범죄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담겨있는데, 뉴스로 이를 접했다면 극악무도한 개인에게(만) 분노했겠지만 이 책을 통해 그를 둘러싼 상황과 맥락을 알게되니 범죄의 원인을 다각도로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특히, 각 장의 마지막에 삽입된 'PD노트'에는 '왜 과거의 특정 사건을 굳이 지금 다시 언급하는지', '이 사건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얼 시사하는지' 방송의 기획의도를 밝혀두었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세상엔 수많은 사건과 이야기가 넘치지만, 현 사회의 병폐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떤 이야기는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치열하게 토론해야 하기 때문.
어쩌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프로그램과 책의 역할도 그것이겠지?!
1970년대 이후 한국사회를 뒤흔들어놓은 사건 속에 감춰진 이야기가 궁금한 이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