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카인드 - 감춰진 인간 본성에서 찾은 희망의 연대기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조현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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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에 대한 성선설 vs. 성악설 논쟁은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철학, 진화심리학, 신경과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방식이 투영된 논쟁이기도 하다.



네덜란드 저널리스트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최근 출간된 「휴먼카인드」에서 이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자 방대한 연구결과를 들고와 '인간 본성의 선한 자아'를 주장한다. 유발 하라리의 추천사(띠지 광고)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의 말대로 책을 다 읽고나면 인간 본성에 대한 열띤 토론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저자는 책의 초입부터 "우리는 충분한 근거 없이 인간 본성 자체가 이기적이고 공격적이며 공황상태에 쉽게 빠진다고 믿는다"고 말하며 "이런 믿음은 심리학자들의 주장(이타적인 행동도 결국 이기적인 목적을 위한 것), 미디어로 인한 부정편향·가용성 편향, 경제학에서 말하는 (개인의 이익에 몰두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 인간 본성이 악하다는 전제의 교리를 가진 서양 종교, 인간을 계몽의 대상을 바라보는 계몽주의 등에 의해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인간이란 (근본적으로 선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복잡한 존재이며 인간에 대한 비관론은 노시보일 뿐이라는 것. 이제 우리는 인간 본성을 실제 역사적인 사건·현실에 기반하여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2장부터 전쟁과 재난, 사회 혼란이 일어났을 때 인류가 보여준 행태를 하나씩 소개하며 '인간 본성에 대한 기존 연구결과'들을 하나씩 반박해나간다.



이때 저자가 취한 첫 번째 전략은 '인류의 악'을 대표하는 '이야기'의 실상을 파헤쳐보는 것이다. 이야기의 기원이나 실제 유사사례와 비교해보는 것. 예를 들어 <파리대왕> 소설과 실제 무인도에 표류한 소년들의 이야기를 비교하기도 하고, 내전과 살육으로 점철된 이스터섬의 신화를 파헤쳐 잘못된 연구자료의 인용과 확대재생산으로 인한 것임을 밝히기도 한다.



두 번째로는 '인간의 악한 본성'을 주장했던 사회심리학 실험들이 실제로는 특정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 의도되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로버스 동굴 공원 실험',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실험', 제인엘리엇의 '(어린이 대상) 인종차별 실습' 등 수많은 사회심리학실험들의 설계, 진행방식, 결과도출 등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 더불어 언론에서 보도한 살인·강력사건의 편향적 보도행태, 폭력적 편집 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세번째론 후천적 요인들로 인한 악한 행태가 마치 인간의 본성인 것처럼 오인하는 부분들을 지적했다. 계몽주의, 민주주의와 같은 이데올로기가 오작동할 경우 폭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



이외에도 고고학적 연구결과, 진화심리학 등을 통해 '인간 본성이 악하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히려 이타적이며 친사회적인 성향을 가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재미는 이제까지 '성악설'을 뒷받침하던 사례들이 하나씩 전복되는 쾌감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다. 내가 믿고 있던 신념이 흔들리는 것 자체가 '도끼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새로운 생각을 가능케 하기 때문.



다만, 책장을 덮고도 몇몇 의문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 인간 본성이라는 보편적 속성이란 게 존재하긴 할까? (모든 인간의 행동은 생존의 동기로, 그것들이 발현되는 과정에서 이타적인 전략과 이기적인 전략이 그 때 그 때 필요에 따라 선택되는 것은 아닐까?)


- 뒤짚어보면 이 책 역시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선별된 근거의 모음이 아닐까?


- 이 책의 주장이 인간 본성에 대한 현재 학계의 주류의견인가? (*저자 이름이 생소해서^^:;)



저자의 주장이 부제 'A hopeful History'처럼 너무 희망적인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인류가 가진 신념(이데올로기)이 역사의 전개에 큰 영향을 끼치기에 이왕이면 저자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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