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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과 도넛 - 존경과 혐오의 공권력 미국경찰을 말하다
최성규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미국 경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폭력적 진압'이다.
작년 '조지 플루이드' 사건처럼 뉴스를 통해 접한 이미지의 대부분이 인종차별적 공권력 행사 모습이었기 때문일테다. 하지만 미디어로 재현되는 경찰의 이미지가 실제는 아닐 터. 미국 경찰의 진짜 모습을 파헤치기 위해 찾은 책이 「총과 도넛」이다.
이 책의 저자는 현 서울성북경찰서 최성규 서장으로 2017년 2월부터 3년간 미국 시카고에서 경찰영사로 근무했다.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록한 글들을 묶어 책으로 펴낸 것이 바로 「총과 도넛」이다.
그는 이 책에서 '경찰 제도'라는 프레임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정치구조, 민주주의, 치안환경에 따른 제도적 장치 등을 하나씩 분석하고 있는데, 저자가 직접 현지에서 보고 겪은 에피소드들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어 더욱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미국경찰은 크게 주경찰, 보안관, 시경찰로 나뉘는데 창설된 순서를 보면 보안관, 시경찰, 주경찰 순이라고 한다. 영국 식민지 시대와 서부개척시대에 치안을 보안관이 맡았고 도시가 들어선 후에는 시경찰이 관할지역 치안을 맡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이라는 국가가 수립되는 과정이 경찰 제도에도 영향을 끼친 셈이다.
미국 경찰의 가장 큰 특징은 100%에 가까운 자치경찰제라 할 수 있는데 이는 1) 합중국인 나라 형태, 2) 주, 카운티, 시·타운·빌리지로 이어지는 행정구조, 3) 권력의 집중화를 기피하는 특성에 기인한다. 미국 전역에 독립된 18,000여 개의 자치 경찰이 있고 - 모든 경찰을 아우르는 지휘부가 없다- 법적 권한(집행)에서부터 선출방식, 관리감독기관, 봉급, 제복·순찰차까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 치안을 각 자치단체의 자치영역으로 보는 것. 국가경찰만 존재하는 한국과는 완전 다른 방식이다.
이로 인해 이 책의 제목 '총과 도넛'처럼 미국만의 독특한 경찰 문화·행태라는 것이 존재한다. 순찰차출퇴근제, 스트리트디그리 Street degree 우대 문화, 마초적 스타일, 경찰견, 경찰관의 부업 등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모습들을 볼 수 있는 것. 또한 건국 때부터 유지되고 있는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 원칙과 법집행 제도(불문법)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공권력, 총기 소유가 가능한 사회제도로 인해 현장에서 미국 경찰의 권력과 책임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가적 위기나 범죄는 어떻게 처리할까? 연방범죄를 수사하는 FBI(수사기관) 등의 연방법집행기관이 별도로 존재한다. 국가적 재난이나 테러 문제 발생시에는 연방군이 개입한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의 경찰 모습과 사뭇 달라 모든 내용이 새롭고 신기했다. 현재 우리가 지지하는 사회제도가 단 하나의 정답이 아님을, 국가의 운영 방식·역사적 배경·정치를 둘러싼 카르텔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사회제도가 가능하다는 걸 깨우쳤다고나 할까?! 저자에 따르면 한국경찰 역시 부분적으로나마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게 되었고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한 독자적 수사가 가능해지는 등 변화가 이루지는 중이라니 선진국의 경찰제도에서 insight를 얻어 제도 개선에 반영하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