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유산 - 역사와 과학을 꿰는 교차 상상력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기획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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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9년 10월부터 12월까지 고려대학교 박물관에서 열린 시리즈 강연 '우리 유산에 새겨진 첨단 미래를 읽다'를 글로 옮긴 것이다. (서울대학교 박물관·미술관만 유명한줄 알았는데 와우, 고려대학교 박물관 역시 혼천시계, 동궐도, 분청사기 인화국화문 태하아리 국보 세 점, 보물 네 점을 포함 10만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단다) 역사학자와 첨단기술을 연구하는 공과대학팀들이 고려대학교 박물관이 보유한 유물 중 10가지를 선정, 그것들의 의의와 현대적 가치를 따로, 또 같이 탐구한 결과를 담고 있다.



10가지의 유물을 각기 다른 주제 -시선, 색깔, 무늬, 철기, 정보, 지도, 공간, 시간, 인식, 생명-로 다루고 있는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19세기 초 효명세자의 명으로 도화서에서 제작한 <동궐도>는 조선 왕궁의 아름다움을 기록하기 위해 평행사선부감법을 이용하였는데 고려대 사학과 조명철 교수는 <동궐도>를 가지고 △ 15세기 서양미술의 투시원근법과 비교하여 설명하고 △ 고려시대~조선시대까지의 당대 미술의 시점 변화를 추적하기도 한다. 이어 고려대학교 건축사회환경공학부 주영규 교수는 <동궐도>에서 다룬 시선의 문제를 첨단 기술인 '드론'으로 연결짓는다. 촬영 허가 문제로 실제 동궐을 직접 촬영하진 못했지만 다른 연구 사례를 통해 문화재 보존과 복원에 사용되는 드론 촬영 데이터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 목적과 적용기술은 다를지언정 왕궁과 같은 주요 건축물의 정보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업무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10가지 유물 중 '대동여지전도'에 대한 강연이 가장 인상깊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전도는 목판본이자 편집도라는 특징을 지니는데, △ 목판본이라는 사실은 일부 관공서나 권력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급으로 만들었음을 의미하고 △ 편집도라는 것은 (실측도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여러 자료와 문헌으로부터 지리 정보를 얻고 그것들을 분석, 방대한 정보량을 세련된 범례로 정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전국 지역간의 연결망과 거리를 직선으로 표현함으로써 지도의 정량화를 시도했는데 이는 현대의 내비게이션 장비가 하는 역할과 일맥상통하다. 미래 첨단기술의 집약체라 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이외에도 공간정보를 담은 수선전도와 시공간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스마트시티, 오마패와 5G를 통해 바라본 소통의 욕망과 속도 문제 등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물건과 기술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연이어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 과거에도, 현재에도 우리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기술 개발을 해나간다는 것 △ 그 과정에서 발상의 전환, 새로운 시각, 엉뚱한 상상력 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우리 문화유산을 하나하나 깊이있게, 과학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 유익했다.



정말이지,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가장 먼저 책 속에 언급된 유물들을 보러 아이와 함께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방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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